마사회 YTN 매각 주관사 선정 또 실패…“민영화 무리수 드러나”

최성진 2023. 4. 1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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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인수전에서 기업∙시장 발 빼는 모양새
전국언론노동조합 와이티엔지부와 언론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와이티엔>(YTN) 민영화 시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언론노조 와이티엔지부 제공

<와이티엔>(YTN) 4대 주주인 한국마사회가 지분 매각을 담당할 주관사 선정을 시도했으나 또다시 실패했다. 와이티엔 최대주주인 한전케이디엔이 매각 주관사 선정 결과를 한 차례 번복한 데 이어 마사회도 매각 주관사 선정 단계부터 애를 먹는 모양새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와이티엔 민영화(사영화)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데 따른 논란으로 기업과 시장이 와이티엔 지분 인수전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마사회는 18일 “와이티엔 주식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 접수를 오늘 마감한 결과 참여한 업체가 한 곳도 없었다”며 “곧 입찰공고를 다시 내어 주관사를 더 찾아보되 그래도 안 되면 수의계약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사회는 지난 2월과 3월에도 두 차례에 걸쳐 입찰공고를 내고 와이티엔 지분 매각을 맡아 줄 주관사를 찾았지만 역시 참여 기업이 없어 실패했다. 특히 1차 입찰 당시 엔에이치(NH)투자증권이 마감일인 지난달 17일 관련 서류를 냈다가 몇 시간 만에 철회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마사회는 이에 대해 “엔에이치투자증권의 입찰 참여 및 철회 사실을 우리 쪽에서 확인해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마사회에서는 이번 3차 입찰에서는 1~2차와 달리 입찰 참가 자격을 최근 3년 이내에 기업 인수합병(M&A) 등 경쟁입찰 자문 경험이 있거나 블록 세일 실적이 있는 ‘금융투자회사’에서 ‘회사’로 넓혔다. 이렇게 되면 증권사 등이 아니라 회계법인이나 인수합병 전문기업도 나설 수 있게 된 것인데도 거듭된 유찰(낙찰 무효)을 막지 못했다. 마사회가 갖고 있는 와이티엔 지분은 9.52%다.

고한석 전국언론노동조합 와이티엔지부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한전케이디엔 지분 매각 주관사 선정 당시 1순위였던 삼성증권이 빠져나간 것이나 마사회 매각 주관사 1차 입찰에 참가했던 엔에이치투자증권이 발을 뺀 걸 보면 시장에서는 와이티엔 지분 매각 작업을 상당히 위험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게 아니라 만약 이런 모든 과정이 정권 차원에서 특정 기업이나 언론사에 와이티엔을 넘겨 주기 위한 작업의 결과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그에 합당한 법적 대응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와이티엔의 최대주주인 한전케이디엔(21.43%)은 지난 2월 매각 주관사 1순위로 삼성증권, 2순위로 삼일회계법인을 각각 선정했으나 삼성증권이 선정 직후 갑자기 자격을 반납함에 따라 차순위였던 삼일회계법인에 매각 업무를 맡긴 바 있다. 당시 삼성증권은 하이브의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에 역량을 집중하고자 매각 주관사 지위를 포기한다고 밝혔으나, 한전케이디엔의 매각 주관사 입찰공고부터 선정이 촉박하게 진행된 것도 아니어서 많은 뒷말이 나왔다.

언론단체와 학계, 야당은 24시간 보도전문채널 등 공적 소유 구조의 미디어를 특정 자본이나 언론기업이 단순히 ‘돈만 내고’ 인수하는 것 자체가 특혜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와이티엔은 티브이채널 이외에도 보도전문 라디오 방송, 케이블 채널 <와이티엔 사이언스>, 구독자 수만 400만명에 육박하는 유튜브 채널(와이티엔 사이언스 제외) 등을 보유하고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와이티엔 사영화 논란의 본질은 공적 매체가 점점 줄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그나마 신뢰할 수 있는 매체, 혹은 시민이 ‘신뢰할 수 있는 매체가 되라’고 요구할 수 있는 매체가 없어진다는 것”이라며 “와이티엔 주식의 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지분 매각) 사안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부터 의문”이라고 짚었다. 앞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10월4일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한전 계열 공기업인 한전케이디엔이) 와이티엔 주식을 25년 갖고 있는데 수익률도 높지 않고 공익적 기능이 없다고 보인다”며 와이티엔 지분 매각 방침을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민정 최고위원은 “‘우리 편’이 아니면 손을 봐야 한다는 비뚤어진 언론관, 비판적 언론의 입을 막으려는 언론장악의 의도에서 비롯한 것이 와이티엔 강제 민영화”라며 “공기업의 빈자리를 재벌 자본이나 보수 언론이 차지한다면 언론의 독립성과 공공성에는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와 언론노조 와이티엔지부는 한전케이디엔과 마사회 지분 매각 및 방송통신위원회의 와이티엔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과정에서 ‘헐값 매각’을 비롯해 특혜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시민 선전전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고발 등으로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특히 언론노조는 지난달 와이티엔 민영화 저지 등을 목표로 ‘노동탄압 분쇄와 미디어 공공성 강화를 위한 언론노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와이티엔 민영화는 윤석열 정권이 보수 친화적 자본을 통해 와이티엔을 우회장악하려는 시도로, 이미 공기업 지분 매각 결정부터 매각 주관사 선정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온갖 무리수가 드러나고 있다”며 “언론노조는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는 미디어 공공성을 지키는 첫걸음이 와이티엔 문제라고 판단하고 모든 역량을 동원해 시민들에게 알려내고 강력한 저지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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