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잇단 죽음 배경엔 ‘경매’…1700여채 도미노 경매 몰려온다
피해 주택 모두 경매 진행…금융권 대출로 주택 지은 건축왕 특징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경매 중지 후 대책 마련 필요”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인천 미추홀구의 ‘건축왕’으로 불리던 남모(61)씨로부터 전세 사기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는 ‘경매’가 자리잡고 있다.
금융권이 남씨 실소유 주택에 대한 임의 경매 절차를 진행하면서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당장 퇴거해야 할 상황에 몰려 불안감이 극에 달한 것이다.
남씨가 실소유한 주택 1000여 세대가 이미 경매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나머지 1700여 세대 또한 경매 진행이 불가피해 추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숨진 채 발견된 30대 A씨의 주택은 지난해 통째로 임의경매(담보권 실행 경매)에 넘어갔다. 앞서 지난 15일 극단적 선택을 한 20대 B씨, 지난 2월 사망한 채 발견된 30대 C씨 또한 건축왕 피해자로 이들이 살던 집 역시 임의 경매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건축왕 남 씨의 주택은 다른 ‘빌라왕’ 주택들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금융권의 임의경매다. 남씨 일당은 직접 토지를 매입하고 주택을 건설했다. 이 과정에서 주택을 담보로 금융권 대출을 받았다. 이 경우 금융권이 선순위 채권을 갖는다. 은행은 통상 채무자가 3개월 이상 원리금을 연체할 경우 임의 경매 절차를 진행해 대출금을 먼저 회수한다.
나머지 금액이 후순위인 세입자 보증금으로 반환된다. 남 씨 실소유 주택에 설정된 근저당권 채권 금액은 약 1억원~2억원 상당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집값이 급락하면서 집이 낙찰되더라도 금융권이 먼저 채권을 회수하고 나면 피해자들이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은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반면 기존 빌라왕들은 통상 건축 과정에서 대출을 받지는 않았다. 세입자의 전세금으로 주택을 구입한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사용해 금융권 근저당권 문제는 비교적 적다. 물론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조세 채권 등이 설정돼 있을 수는 있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지난해 사망한) 빌라왕 김씨 주택은 선순위 채권자가 국가였지만 건축왕 소유 주택의 우선 순위 채권자는 민간업자인 은행이다. 은행이 손실을 볼 수는 없으니 임의 경매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매가 진행되면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도 건축왕 피해자들을 압박한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경매가 완료되면 세입자는 집을 나가야 한다. 전세 대출금을 계속 갚고 있어 생활이 어려운데 주거도 불안정하니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남 씨가 실소유한 주택 2700여 채 모두가 경매에 넘어갈 것으로 보고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남 씨가 다른 재산이 있을 가능성이 없어 대출을 갚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남은 주택 모두 임의경매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임의 경매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에 비해 정부 대책은 미진해 피해자들의 걱정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대책위에 가입된 1787세대 피해 주택 중 1066세대가 경매·공매에 넘어갔다. 남씨 실소유 주택은 2700여채가 넘는다.
피해자 대책위는 일단 경매 절차를 일시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등 6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전세사기·깡통전세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지난 17일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이 경·공매로 언제 쫓겨날지 두려워하며 불안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특별법을 통한 피해 구제방안이 마련되기 전까지 경·공매부터 중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14일엔 피해자 대책위가 서울 광화문 서울청사 앞에서 ‘전세 사기 피해 주택 경매 중지 행정명령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문가들도 퇴로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인만 소장은 “정부도 전세 시장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원론적 책임이 있다”며 “적어도 피해 주택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우선 매수권을 줘야 한다. (경매 자금에 대한)장기 무이자·저리 대출 등 대책을 마련해 피해자가 일어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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