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아이유 '드림', 꽉 찬 말맛 '호'·부족한 드라마 '불호' [시네마 프리뷰]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20년 촬영한 영화 '드림'은 본래 2021년 개봉 예정작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국내 촬영과 해외 촬영이 기간을 나눠 진행됐고, 결국 약 3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올해 개봉하게 됐다. 이병헌 감독에 따르면 이 영화는 이 감독의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스물'(2015)보다 먼저 기획됐던 작품이다. 그 사이 이 감독이 영화 '극한직업'(2019)으로 '천만 감독' 반열에 올라선 터라 관객들의 기대치는 높아질대로 높아졌다.
최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드림'은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 넘치는 대사들과 '울타리 밖'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 작품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작위적이고 피상적인 캐릭터 설정이 드라마의 빈약함으로 이어지며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남겼다. 코미디와 드라마라는 두 개의 방향성 사이에서 다소 길을 헤맨 듯한 연출이다.
영화는 선수 생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축구 선수 홍대(박서준 분)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홍대는 엄마 선자(백지원 분)가 일으킨 돈 관련 문제로 많이 예민해져 있는 상황. 거기에 그는 같은 팀이자 천재 소리를 듣는 동료 박성찬(강하늘 분)에 대한 열등감을 경기 도중 폭발시켜 팀에 패배를 안기는가 하면 약점인 엄마에 관해 집요하게 질문하는 기자의 눈을 찔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는다. 결국 홍대는 축구를 그만두겠다 마음 먹고, 금전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연예매니지먼트 회사와 손잡고 연예인이 되기로 한다.
매니지먼트 회사는 '이미지 세탁'을 위해 홍대에게 홈리스월드컵 국가대표팀의 감독으로 재능기부를 하라고 제안한다. 마침 이 홈리스월드컵 국가대표팀의 홈리스월드컵 도전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고 있어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상황에 의해, 별 의지도 목표도 없이 홈리스 풋볼 월드컵 감독을 하게 된 홍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보통 이하 수준 실력을 보여주는 홈리스 선수들과 다큐멘터리를 대본대로(?) 찍는 현실적이고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 분)이다. '쏘울'도 '열정'도 없는 홍대와 소민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홈리스 월드컵에 도전하게 된 국가대표 홈리스 풋볼 선수들과 합을 맞춰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까.
'드림'에는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매력이 녹아있다. 허세나 감상 없이 솔직하고 귀여운 주인공들의 캐릭터와 주인공들이 주고받는 대사들에서는 '말맛'이라 부르는 그만의 장기가 돋보인다. 두 배우가 고민하며 완성했다는 홍대와 소민의 '티키타카' 대화신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의 대화신에서 드라마 '멜로가 체질'부터 영화 '스물'이나 '극한직업'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재미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이병헌 감독식' 대사들을 쏟아내는 박서준, 아이유의 모습은 흥미롭고 반갑다.
그러나 홈리스 캐릭터들의 사연을 풀어내는 방식은 진부하고 작위적이다. 사업실패로 가족들을 버리고 도망친 뒤 후회하는 환동(김종수 분), 이혼한 아내와 함께 외국으로 떠나는 딸을 위해 뛰는 효봉(고창석 분), 축구를 좋아하는 정신지체 아내를 위해 움직이는 범수(정승길 분), 고아원에서 만나 함께 자란 첫사랑과의 아픈 이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인선(이현우 분)까지. 극의 초반에는 선수들의 이 같은 사연이 별다른 전략 없이 나열되고, 후반부에는 이들이 월드컵에 나간 이들이 '한 골'을 넣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예상 가능한 방식으로 펼쳐진다.
영화 속 인물들은 관계 안에서 별다른 '케미'를 보여주지 못한다. 관계를 통해 정서적인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인물들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것이 '드라마 장르'의 묘미인데, '드림'에는 이 부분이 미미하다. 본격 코미디 장르라고 보기에는 코미디적으로 과감한 선택을 하지도 못했는데, 이는 '홈리스'라는 소재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감독의 연출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만큼 아쉬움도 남는다. 러닝타임 125분. 오는 26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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