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암흑기? 마블도 망하는데 관객 수만 따질까 [Oh!쎈 펀치]
[OSEN=연휘선 기자] 국내 박스오피스가 연일 외국 작품들에 정상을 내주며 한국 영화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정말 한국 영화만의 위기일까.
최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국내 박스오피스 정상은 연일 외국 영화들이 차지하고 있다. 현재 1위 작품은 할리우드 배우 키아누 리브스의 액션 영화 '존윅4', 그 전에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이었다.
이 같은 추세가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중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아바타: 물의 길(약칭 아바타2)'가 개봉하며 국내 극장가를 점령했고, 그 뒤에는 농구팬들의 향수를 자극한 또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1분기가 지나도록 도통 한국 영화의 흥행 소식이나 박스오피스 장기집권 소식이 들려오질 않으니 충무로의 분위기는 암담하다. 영화계 전반의 성찰과 자성의 목소리를 요구하는 영화 팬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코로나19로 인한 극장 침체기가 장기화되며 국내 영화 산업의 존폐를 걱정하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영화 산업의 위기는 비단 한국 만의 일은 아니다. 당장 지난 10여 년을 사랑받았던 글로벌 블록버스터 마블의 작품들도 최근 잇따라 흥행 실패와 혹평을 맞고 있다. '앤트맨과 와스프:퀀텀매니아'는 물론 '블랙팬서:와칸다 포에버' 등으로 시리즈에 대한 애정을 잃은 영화 팬들도 부지기수다.
급기야 이변을 일으키며 기대 이상을 보여줬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 5월 개봉을 앞두고 있어 많은 책임감을 짊어지고 있는 상황. 세계 극장가의 바로미터가 돼왔던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관람 열기를 북돋는 한 방이 마블과 디즈니에도 절실하다. 주연 배우 크리스 프랫이 내한하며 열띤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게 과하지 않은 이유다.
역설적인 건 한국 극장가의 침체기와 암흑기라는 말까지 나오는 현 시점에 한국의 문화 산업은 어느 때보다 풍부한 자금과 유동성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객 수에 기대온 극장 산업의 수익성이 코로나19와 OTT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인해 떨어졌을 뿐, 한국의 영상 예술에 대한 기대치와 그에 부응하는 수준은 최정상을 찍고 있다.
영상 예술이라는 큰 관점에서 볼 때 이 같은 변화의 시작은 사실 영화보다 드라마에서 더욱 빠르게 적용됐다. 가구 단위 시청률이라는 전통적인 수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적표를 찾아왔던 것. 프로그램과 출연자 별로 다양한 화제성 지수, SNS나 각종 커뮤니티에서의 언급량, 가구 단위가 아닌 실질적 화제성을 담당하는 2049 시청률, 혹은 초나 분 단위의 순간 시청률까지.
심지어 최근에는 OTT 오리지널 시리즈들을 중심으로 유료가입자 견인률이라는 지표까지 등장해 작품의 흥행 여부를 가늠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최근 '마의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성황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모범택시2'처럼 전통적인 지표로도 성공하는 작품도 나오고는 있는 상황. 그러나 더 이상 이 같은 기준이 드라마 성공의 절대적인 척도가 되지는 않는다.
이 같은 유연한 시각이 영화에는 적용될 수 없을까. 제작비 대비 수익률이 손익분기점으로 분명하다는 점에서 영화의 흥행 여부는 보다 단편적으로 드러나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길복순'과 같이 OTT로만 볼 수 있는 작품들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 이 같은 작품들의 평가는 어떻게 가려야 하나.
요즘 같은 상황에 관객 수는 이제 영화의 흥행과 인기를 판가름하는 하나의 지표일 뿐 유일한 수치는 아니다. 만듦새가 뛰어난 작품들이 초라한 관객 수나 수치에 가려져 망작으로 도태되는 현실. 관객 수라는 절대 평가의 전통적인 가치는 지켜가되 영화의 성적을 다르게 살펴볼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 monamie@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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