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은 없다? 푸틴은 왜 ‘부활절’ 맞춰 우크라 헤르손엘 갔을까 [월드뷰]

권윤희 2023. 4. 1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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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교회 종교적 의존도 이용, 군 결집 시도
美기밀문건 쿠데타설·프리고진 종전 요구 의식
군 장병 정신오염 방지 및 전의고양 목적
전쟁 계속에의 의지 표명이기도
부활절 러시아의 승리 및 옛 소련 영광 부활 상징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축선의 러시아 군부대를 예고 없이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부활절 기념 선물을 열어 보이고 있다. 2023.4.18 러시아투데이
러시아 정교회 부활절을 기념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축선의 러시아 군부대를 예고 없이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부활절 선물을 열어 보이고 있다. 2023.4.18 러시아투데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가 부분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의 군부대를 방문해 군 지휘부를 만났다고 18일(현지시간) 크렘린궁이 밝혔다.

크렘린궁은 성명에서 푸틴 대통령이 헤르손 축선 ‘드네프르’ 사령부를 방문, 공수부대 사령관인 미하일 초플린스키 중장과 드니프로 집단군 사령관 올레그 마카레비치 중장 등 현장 지휘관으로부터 헤르손 및 자포리자 전황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또 푸틴 대통령이 부활절을 축하하며 지휘관들에게 선물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교회 부활절을 기념해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에 있는 ‘보스토크’ 주방위군 본부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23.4.18 러시아투데이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에 있는 ‘보스토크’ 주방위군 본부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알렉산드르 라핀 중장 등 현장 지휘관으로부터 전황 보고를 받고 지휘부를 격려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사전 계획에 없었던 것이라고 크렘린궁은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개전 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방문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이 부활절에 맞춰 우크라이나 전선을 방문한 것은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한편, 군 장병의 정신적 무장을 독려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종교 업고 신격화…정교회 의존도 활용 軍 결집 시도

러시아 정교회 부활절을 기념해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에 있는 ‘보스토크’ 주방위군 본부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현장 지휘부의 보고를 받고 있다. 2023.4.18 러시아투데이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의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이 부활절을 맞아 이뤄졌으며, 그가 군 지휘부에 부활절 선물을 건넸음을 강조했다. 그만큼 러시아에서 정교회가, 또 부활절이 갖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정교회에 대한 러시아인의 정서적 의존도는 매우 높다. 푸틴 대통령은 그런 정교회를 장악했고, 그에게 종속된 정교회는 ‘푸틴 신격화’에 일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런 정교회를 이용해 위기 때마다 국민 결집을 시도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정교회 부활절에 맞춰 정체된 전선의 군 부대를 방문함으로써, 지휘부에 자신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는 동시에 사기를 고취시키려 한 것이다. 부활절은 명분일 뿐, 종교적 신념을 이용해 군 결집을 시도한 셈이다.

부활절, 러시아 승리와 옛 소련 영광의 부활 상징

러시아 정교회 부활절을 기념해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에 있는 ‘보스토크’ 주방위군 본부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현장 지휘부 안내를 받고 있다. 2023.4.18 러시아투데이

부활절이라는 명절의 의미 자체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부활절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땅에 묻혔다가 부활한 것을 기리는 날이다.

푸틴 대통령 역시 부활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부활절 우크라이나 방문으로 쿠데타설과 종전설을 불식시키고, 전쟁 계속 및 승리에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최근 유출된 미국 기밀문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 최측근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연방안보회의 서기와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 겸 특별군사작전 총사령관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사보타주(파괴 공작), 즉 축출 쿠데타를 계획했다.

또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공세를 주도하는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16일 부활절에 맞춰 공개한 글에서 돌연 종전을 주장했다.

프리고진은 “우리는 우크라이나군 병력을 대규모로 소모시켰다. 어떤 측면에서 실제로 목표를 달성했다”며 “국가 권력과 현재 사회를 위해 특별 군사 작전에 완전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교회 부활절을 기념해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에 있는 ‘보스토크’ 주방위군 본부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현장 지휘부 안내를 받고 있다. 2023.4.18 러시아투데이

이 같은 흐름을 의식한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심과 우려를 불식시키고, 프리고진의 종전설에 군 장병이 현혹되지 않도록, 정신이 오염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차원에서 부활절 군 부대 방문을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심(軍心)을 끌어올려 ‘결국 러시아는 승리할 것’이고 ‘옛 소련의 영광도 부활할 것’이라는 상징적 메시지를 던지려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격전지가 아닌 헤르손 축선을 택한 것에서 이런 목적은 다소 퇴색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작년 11월 헤르손시를 러시아군으로부터 극적 탈환했으나, 헤르손주 외곽 일부는 여전히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방문한 헤르손 축선은 현재 5개 축선 가운데 가장 안전한 곳이다.

프리고진이 최대 격전이 벌어지는 바흐무트 현장에서 끝없이 메시지를 날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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