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로봇이 실험동물에 주사, 인건비 61% 절감"
전 세계 최초 로봇제어·인공지능 접목 동물실험 자동화 솔루션 개발
"국내 신약 개발 도움 주고파… 美 나스닥 상장 목표"
"스마트 인젝트(Smart Inject) 제품을 사용하면 인력 효율성에서 인건비 61%를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죠. 생산성은 300% 더 높았고요."
박성걸 플라스바이오 대표는 자사의 동물실험 자동화 장치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플라스바이오는 동물실험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3D 프린팅 기반 동물실험 장치에 로봇과 인공지능(AI)을 탑재했다. 실험용 쥐를 고정한 뒤 꼬리 정맥에 자동으로 주사 약물을 투여하는 '스마트 인젝트'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플라스바이오는 2017년 '이지메이커스'라는 이름으로 처음 설립됐다. 2021년 지금의 이름으로 사명을 바꿨다. 전주에 본사가 있으며 대전에 지부를 뒀다. 3D 프린팅 기술을 보유했던 작은 스타트업이 '동물실험 장비'에 집중한 건 한국화학연구원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 일했던 박 대표의 경험 때문이었다.
박 대표는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 동물실험을 많이 진행했었는데, 문제는 이게 굉장히 노동 집약적인 일이었다"며 "사람이 동물을 직접 손으로 잡아 주사로 약물을 투여해야 하는데 이 환경 자체가 열악했다. 1970~1990년대 만든 실험법이 지금까지도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약 개발 프로세스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가 동물실험"이라며 "연구원들이 많이 기피하기도 하고, 중소기업은 숙련된 연구 인력이 와서 동물실험을 해줘야 하는데 인원을 뽑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동물실험 자동화 솔루션은 중소벤처기업부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진행했던 스타트업 지원 사업인 '마중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개발했다. AI 기술은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연구자의 손을 대신해 주사를 투입할 육축(六軸) 로봇은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협업해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플라스바이오의 동물실험 자동화 장비가 탄생한다.
실험용 쥐가 플라스바이오의 장비에 고정되면 AI가 주사를 투여할 좌표를 로봇에 알려준다. 이어 로봇이 자동으로 움직여 주사를 놓는 방식이다.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연구원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스타트(start·시작), 디텍트(detect·감지), 인젝트(inject·주입)라는 세 개 버튼만 간단하게 만들어졌다.
박 대표는 "스마트 인젝트의 첫 투여 성공률은 98%, 두 번째 시도에서는 100%"라며 "래트(rat)와 마우스(mouse) 모델 전부 가능하다. 쥐의 혈관을 인식하는 AI 정확도는 98% 이상 나온다"고 강조했다.
쥐에게 뇌척수액을 투여하는 동물실험 장비인 '브레인 인젝트(Brain Inject)'도 있다. 박 대표는 브레인 인젝트가 경쟁 제품보다 편의성과 생산성에서 더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기존 제품은 쥐 한 마리를 실험하는 데 1시간이 걸리지만 브레인 인젝트는 이를 1분 이내에 끝낼 수 있다고 한다. 박 대표는 "브레인 인젝트 사용 시 생산성이 3000배나 더 높다"면서도 "약물 투여 정확도는 기존 제품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자사의 동물실험 장비로 국내 신약 개발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국내에는 약 400~500개의 전임상(동물실험) 시험 위탁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에서 실험을 소화하지 못해 해외로 전임상 시험을 위탁하는 기업이 많다. 박 대표는 플라스바이오가 전임상 시험 솔루션을 제공해 해외로 유출되는 위탁 계약을 국내로 유입시키고 싶다고 했다.
플라스바이오는 신약후보 물질의 유효성을 평가해주는 솔루션도 개발하고 있다. 박 대표는 "신약 개발 후보물질이 가장 많이 실패하는 구간이 동물실험"이라며 "저희가 만든 자동화 솔루션이 후보물질을 정확하게 걸러내고, 다음 임상으로 넘어가게끔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걸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전임상 시험에서 신약 후보물질 유효성 평가 솔루션을 제공하고, AI와 로봇 제어 기술을 접목한 회사는 전 세계에서 플라스바이오가 최초라고 강조했다. 플라스바이오는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제73회 미국 실험동물학회에서 국내 최초로 우수 연구 포스터상을 받았다. 미국의 대표적 맞춤의료 연구기관인 잭슨 랩(The Jackson Laboratory)과 파트너십 체결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지난달 22일에는 신용보증기금의 유망 스타트업 보증 제도인 '퍼스트펭귄'에 선정돼 15억원의 신용보증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연구 성과 인정보다 더 중요한 건 기업의 실적이다. 박 대표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국내 전임상 시장 규모는 1조원밖에 안 되지만 글로벌로 봤을 때는 6조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시장에서는 연 150억~300억원 사이 매출을 올리는 걸 목표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연 2조원 매출을 올리는 유니콘 회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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