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지 못하는 전광훈, 헤어지지 못하는 국민의힘…누구 탓일까

구민주 기자 2023. 4. 1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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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결별 보류 후 ‘당원 가입 운동’…총선 앞 세력화 의도 노골화
손절 타이밍 또 놓친 與…‘당심 100%’ 룰 부메랑 평가도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이별 과정이 깔끔하지 못할 전망이다. 전 목사가 국민의힘과의 '헤어질 결심'을 무르고 사실상 당을 '통제'하는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당장 김기현 대표는 격분했지만, 국민의힘이 전 목사 손절 타이밍을 몇 차례 놓친 탓에 지금의 사태를 낳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 지도부를 만든 '당심 100%' 룰이 전 목사 영향력을 키운 부메랑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전 목사의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선 당이 이제라도 확실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17일 전 목사는 신도와 지지자들이 가득 찬 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의 버르장머리를 반드시 고쳐주겠다"며 당장 당과 결별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전 목사는 당초 계획한 신당 창당을 보류하고 국민의힘 잔류를 결정한 데 대해 '국민의힘에서 자신을 붙잡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당내 많은 분들이 '홍준표 등 몇 사람 때문에 우리를 버리고 가려 하느냐'고 했다"며 "창당을 미루고 당신들의 자세를 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전 목사는 노골적으로 당내 세력 확장에 대한 야망도 드러냈다. 그는 '전 국민 당원 가입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포했다. 당을 향해 공천권을 폐지하고 당원들 중심의 후보 경선을 치를 것을 요구하는 등 당무에 관여하려는 듯한 주장도 펼쳤다.

국민의힘을 향한 전 목사의 이번 선포는 사실상 내년 총선 과정에 깊이 개입하겠다는 본심을 노골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전 목사는 기독교 정당을 창당해 여러 차례 원내 진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따라서 자신 추천으로 국민의힘에 대거 가입한 당원들을 매개로 해, 이번 기회에 원내 진입과 여당 장악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7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지도부 만든 룰, 김기현 지도부 흔들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전 목사의 으름장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전 목사가 현재 국민의힘 당원도 아닌 만큼, 결별할 인연조차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결별한다고 했다가 바로 번복하는 전 목사의 상식적이지 못한 태도에 일일이 대응하며 괜히 뉴스 가치만 높여줄 필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최근 전 목사와 계속 엮이면서 지지율 고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당내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날 전 목사의 기자회견 후 김기현 대표가 "그 입을 당장 닫으라"고 크게 격분한 것도 이러한 답답함의 표출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이러한 사태를 만든 데에는 전 목사를 선제적으로 끊어내지 못한 당 지도부 책임이 크다고 비판한다. 김기현 지도부가 출범한 직후부터 당 안팎에서 전 목사 손절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발언 등 김재원 최고위원과 관련한 논란을 지도부가 묵살하면서 전 목사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전 목사의 이번 기자회견을 두고도 국민의힘이 결별 과정에 있어 또 한 번 주도권을 빼앗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애초에 전당대회 룰을 '당원 100%'로 바꾼 것에서부터 상황이 꼬였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일반 대중의 영향력을 배제하면서, 그만큼 전 목사가 가입시킨 극우 당원들이 당을 쥐락펴락할 영향력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김기현 지도부를 만든 룰이 김기현 지도부를 괴롭게 하는 부메랑이 된 셈이다. 전 목사가 '전국민 당원 가입'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룰을 한껏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내에선 전 목사 개인에 대한 확신한 손절에서 나아가 '전광훈 추천 당원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을 전수조사해 출당 조치 등 적극 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84만 당원 가운데 전 목사의 영향을 받아 가입한 당원 규모가 얼마인지는 분명치 않다. 적게는 1000여명부터 많게는 수만 명까지 분석이 제각각이다. 실제 규모가 어떻든 향후 당을 계속해서 흔들 수 있는 이들에 대한 출당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SBS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원 가입서에 추천인으로 전광훈이라고 쓴 당원들을 조사해 출당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목사가 세운 자유통일당과 이중당적을 가진 이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정당법상 이중당적은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국민의힘과 자유통일당의 당원 명부를 일일이 대조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조사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 지도부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전 목사와 거리를 두며 그와 관련해 물의를 빚었던 김재원 최고위원을 징계하는 방안 등에 그칠 거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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