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장점은 멘털" LG 박명근 "편견 깨는 선수 될 것"
프로야구 개막이 2주를 넘어가면서 눈여겨 볼 신인들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
LG 사이드암 투수 박명근도 그 중 하나다.
2023 드래프트 3라운드 27순위 지명. 174cm의 크지 않은 체구 탓에 후순위로 밀렸다는 평가도 있지만 LG 신인 가운데 유일하게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만큼 팀에서 기대가 컸다. 그리고 지금, LG에는 1라운드 신인 못지 않은 귀한 존재로 기대받고 있다.
kt와의 개막 2연전에서는 어수선한 모습도 노출했고, 롯데 원정에서는 임시 선발로 투입돼 3이닝동안 2실점하기도 했다. 사실상 제대로 역할을 부여받아 마운드에 나선 시리즈는 지난 주말 두산과의 3연전이 처음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지난 14일 두산전에서 잊지 못할 1이닝을 남겼다.
박명근은 9대 1로 앞선 6회초, 첫 타자 김재환을 상대로 149km/h의 직구를 던져 헛스윙을 이끌었다. (박명근은 팀에서 측정한 구속으로 150km/h가 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홈플레이트 바깥과 안쪽으로 찔러 삼진을 낚았다. 할 말을 잃은 듯한 김재환의 표정이 압권이었다.
다음 타자 양의지와의 투구는 더 기막혔다. 149km/h짜리 직구가 꿈틀거리며 스트라이크존을 파고 들었다. 중계진이 더 놀랐다. "왼손 투수가 던진 슬라이더같다."고 했다. 체인지업으로 양의지를 땅볼 처리한 박명근은, 다음 타자 로하스에게도 몸쪽을 찌르는 뱀직구를 꽂아 또 한 번 삼진을 기록했다.
오랜만에 등장한 사이드암 투수의 제대로 된 '뱀직구'였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도 무리없이 섞었고 공 하나 하나를 뿌릴 때마다 이를 악물고 온 몸을 이용하는 역동적인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Q. 프로 첫 시즌이다. 지금까지 1군 경기 치러보면서 느낀 점이라면?
A. 초반에 kt와 2경기 할 때가 조금 발판이 됐는지 모르겠는데 초반 2경기 안 좋은 모습 보였다가 최근 들어서 선발도 나가고 여러 차례 경기에 뛰면서 페이스가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다.
Q. 4월 14일 두산전 투구가 인상적이었다.
A. 컨디션이 특별히 좋다는 건 따로 없었는데 아무래도 점수차가 편한 상황이기도 하고 앞서 타자 형들과 선발 윤식이 형이 경기를 워낙 잘 끌고 와주셔서 마음이 편한 상태에서 던져서 그런 공이 나온 것 같다.
Q. 그날 유난히 뱀직구가 꿈틀거려 화제가 됐다.
A. 던진 공이 어떻게 갔는지 확인하려 영상을 봤는데 평소 그 전에 던졌던 공보다 무브먼트가 많이 들어간 거 같더라. 계속 이런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유지해야할 거 같다.
Q. 직구를 뿌릴 때 '테일링'에 대한 감이 있나?
A. 그걸 의도하고 던지는 건 아닌데 아무래도 사이드암이다 보니 강하게 던지려고 하고 신경쓰다 보니 컨디션이 좋을 때 테일링에 있어서 강점이 보였던 것 같다.
Q. 이날 던진 공 가운데 가장 좋았다고 생각하는 공은?
A.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는데 그래도 (김재환에게 던진) 초구가 올해 최고 구속이 나와서 그걸 제일 조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Q. 고교 때부터 구속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었는데 본인이 던질 수 있는 최고 구속은?
A. 아직 시즌 시작이 얼마 안 되었지만 일단 이전 경기에서 150km/h가 나와서 날씨가 풀리고 하면 153km/h까지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Q. 153km/h은 비공식적으로 찍어본 구속인가?
A. 고교 때 비공식적으로 한 번 찍어본 구속이다.
Q. 크지 않은 체구 탓에 드래프트에서 예상보다 늦게 호명되었다는 평가가 있다.
A. 드래프트에서 앞 순번을 받으면 좋긴 하겠지만, 뒷 순번을 받고 잘했던 선수도 많이 계시고 저는 크게 순번에는 신경 안 쓰고 있다. 구단에 들어와서 잘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Q. 체구가 작은 선수들의 여러 사례가 언급되곤 하는데.
A. 저는 키가 작다고 야구하는데 불리한 점은 아직 잘 못 느낀다. 키가 크면 장점이야 있겠지만 키가 작은 사람의, 예를 들면 저만의 슬라이드 스텝같은 장점이 있다 보니까 키가 작은 게 꼭 단점만 있다고는 생각 안 든다.
Q. 정우영 선수와 같은 팀의 사이드암 투수이니 자연스럽게 투심 패스트볼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A. 우영이 형의 투심 자체가 매력적인 구종이다 보니 최대한 저도 던져보고는 싶은데 시즌 중에 뭘 추구한다거나 바꾸려 하면 밸런스가 무너질 수도 있어서 올 시즌에는 투심 추가를 안 하려 한다. 우영이 형이 같이 있으면서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셔서 적응 면에서도 그렇고 배우는 게 많다.
Q. 보직은 팀에서 장기적으로 정하는 것이지만 자신의 생각도 있을텐데.
A. 일단은 어느 자리라도 팀에 도움이 된다면 최선을 다하는 게 제 역할이다. 선발 투수도 롯데전에서 해봤는데 아직은 제 부족함이 많았던 게 보여서 계속 다듬고 적응을 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왔을 때, 그 때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Q. 프로에 와서도 내세울 수 있는 자신만의 장점이 있다면?
A. 쉽게 무너지지 않는 '멘털'이 제 장점인 것 같다. 아무래도 원래 성향 자체가 경기 상황에 휘둘리거나 생각하면서 던지는 스타일이 아니라, 팀을 믿고 우리 포수의 리드를 믿고 던지는 스타일이어서 그런 것 같다.
Q. 반대로 부족한 점을 느낀 것이 있다면?
A. 아무래도 프로에 입단하고 나서 타자 선배님들과 상대하다 보니 변화구 대응력이나 커팅 능력이 아마추어 때와는 차원이 다르니까. 그런 볼의 디테일적인 부분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것 같다.
Q. 한때 맥스 셔저나 에드윈 디아스에 관심이 있다고 했는데.
A. 최근에는 에드윈 디아스의 투구를 많이 보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주위에서 얘기해주셔서 김병현 선배님 예전에 던졌던 것을 많이 찾아보고 있다. 메이저리그라는 무대에서 그렇게 던지는 것도 신기한데 구위 자체도 뛰어나다 보니 그런 점을 참고해서 보고 있는 거 같다.
Q. 어떤 선수로가 되었으면 하는지.
A. 키가 작다는 것에 대한 편견을 깨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Q. 최근 팬들의 응원을 많이 느끼고 접할텐데.
A. 경기장 퇴근길에 "공 좋다!" 이런 식으로 얘기해주시고 "LG의 미래다." 이렇게도 얘기해주시는데 그 응원에 걸맞은 선수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려고 한다. 다만 아직 이런 게 익숙하지 않다 보니 무슨 칭찬을 듣던 다 쑥쓰럽다. 올해 이렇게 일찍 1군에 올라와서 경기 뛰고 있는데 응원해주셔서 항상 감사하고 올해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전훈칠 기자(thateye7@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3/sports/article/6475224_361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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