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세 의문

박대기 2023. 4. 1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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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대차는 언제쯤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까?

예상대로 미국이 현대차그룹의 모든 차량을 보조금에서 제외했습니다. 지난해 IRA 발표 이후 현대차는 급히 앨라배마 공장의 일부 라인을 전기차 라인으로 교체했습니다. 올해 2월 GV70 전기차를 출시했지만, 보조금에서 빠졌습니다.

미국에서 만든 GV70 전기차에는 SK온 중국 공장에서 만든 배터리가 들어갑니다. 이 배터리가 보조금을 받기 위한 배터리 부품 요건은 물론 핵심 광물 요건도 충족을 못 한 것입니다. 현대차와 SK온은 다른 곳에서 배터리를 조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지만 언제 확보가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요건에 맞는 배터리와 광물은 부족한데 수요가 많기 때문입니다.

현대차는 자사의 첫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을 조기 가동해서 IRA 보조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공장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가동에 들어가겠지만 거기 쓸 배터리를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을지도 문제입니다.

지난해 11월 현대차와 SK온 사이에 MOU를 맺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그 이후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내년 하반기에 조지아 전기차 공장이 가동된다면 겨우 1년 반이 남은 셈입니다. 조지아에서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생산하기 전에 북미 내에서 배터리 제조시설과 보조금 요건에 맞는 필수 광물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2. 미국이 중국 광물 업체를 '해외 우려 단체'에 포함 시킬까?

자동차와 대조적으로 배터리업체들은 다소 느긋한 표정입니다.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납품하는 포드와 GM의 차량은 보조금을 받기 때문입니다.

보조금은 약 500만 원씩 주는 2종이 있습니다. 먼저 배터리 부품을 50%이상 북미에서 생산하면 500만 원을 줍니다. 나머지 500만원은 미국 또는 FTA협정국에서 핵심 광물을 40% 이상 생산/가공할 때 줍니다.

핵심 광물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가 문제였습니다. 리튬이나 코발트처럼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광물은 채굴과 제련을 거쳐 여러 원소가 전구체로 합성되고 이후 양극재/음극재 등으로 만들어집니다.

출처: 배터리 핵심 원자재 공급망 분석 2022 (글로벌 공급망 분석센터)


문제는 광물 제련이 전통적으로 환경 문제로 기피 산업이었다는 점 때문에 세계 시장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채굴과 제련만을 필수 광물로 인정한다면 사실상 중국산을 피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중국산을 피하려고 다른 광산이나 제련소를 찾더라도, 우리 기업들이 진출한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 역시 미국과 FTA 체결국이 아니었습니다. 미국의 요건을 충족시키기는 까다로웠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단순히 채굴과 제련 뿐 아니라 전구체와 양극재 등의 생산도 '광물 가공'에 포함했습니다. 제련된 광물을 한국에 가져와서 전구체와 양극재로 생산할 경우, 부가가치의 50%이상이 한국에서 생산됐다면 한국산으로 인정을 받습니다. 한국이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이기 때문에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됩니다.

이렇게 보면 광물 원산지 위기는 어느 정도 해결한 것처럼 보이지만 함정이 숨어있습니다. 미국이 공급망에서 배제시키려는 '해외 우려 집단'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출처: 배터리 핵심 원자재 공급망 분석 2022 (글로벌 공급망 분석센터) IRA 보조금 규정상 양극재와 음극재까지는 소재로, 전해액과 분리막은 부품으로 분류된다. 중국산 수산화리튬도 국내에서 양극재로 가공되면서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만들면 한국산 광물로 인정받는다.


IRA법의 취지상 '해외 우려 집단'에 중국의 대형 업체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되면 중국으로부터 광물을 공급받는 우리 소재업체들은 공급망에서 '탈중국'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습니다. 예상되는 '해외 우려 집단' 발효 시점은 2025년으로, 우리에게 1년 8개월이 남아있습니다.

■3. 일본과 유럽이 들어왔다

IRA 핵심 광물 요건에서 혜택을 받는 국가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입니다. 일본이나 유럽은 미국과 FTA가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 매우 유리한 조항으로 해석됐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미국과 별도의 배터리용 핵심광물 협정을 3월 28일 체결해 FTA 국가와 동등한 자격을 얻었습니다. 유럽도 마찬가지의 혜택을 보게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결국 FTA 체결 국가인 우리만의 이점이 사라진 셈입니다. 우리 배터리 소재 업체들 입장에서는 일본 기업의 도전이 우려됩니다.

K배터리 산업은 LG화학 등 많은 우리 기업들이 오래 전부터 기술 개발에 투자해온 분야이고 현대차그룹도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을 해서 성과를 냈습니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라는 장벽을 만났습니다. 이런 통상 문제는 어느 한 기업이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통상 당국의 역할이 중요한 때입니다.

박대기 기자 (wait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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