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 제친 '여기어때' 매물로 나온다 [시그널]
지난해 영업익 301억 역대 최대
엔데믹으로 대기업 등 관심 높지만
몸값 1.5조 달해 매각 변수될 듯
여기어때컴퍼니(이하 여기어때)의 최대주주인 영국계 사모펀드(PEF) CVC캐피털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엔데믹 이후 여행 수요가 늘며 여기어때의 실적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내외 인수 후보들도 관심을 갖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VC캐피털은 투자금을 거둬들이기 위해 조만간 여기어때 경영권 매각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부터 JP모건을 통해 MBK파트너스 등 몇몇 원매자를 대상으로 의향을 타진했다. 전략적투자자(SI) 중에서는 여행업에 관심이 있는 신세계백화점 등도 후보로 거론된다. CVC캐피털이 기대하는 몸값을 제시하는 원매자가 나타난다면 연내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CVC캐피털은 여기어때의 매각 기업가치를 약 1조 5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몇 차례의 주식거래에서도 1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매각 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추가한다면 1조 원 중반대의 평가는 가능할 것으로 본 것이다. 여기어때는 지난해 4월 미래에셋캐피탈 등으로부터 5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약 1조 1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CVC캐피털은 2019년 9월 여기어때의 기업가치를 3000억 원 수준으로 보고 당시 심명섭 여기어때 창업자와 JKL파트너스 등이 보유한 지분 76%를 인수했다. 현재는 추가 투자 등을 통해 지분율을 81%로 늘렸다. 나머지는 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미래에셋캐피탈·한국투자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털(VC)들이 보유하고 있다. CVC캐피털을 제외한 VC 투자자들은 경영권을 매각하더라도 지분 일부를 남길 예정이어서 매각 대상은 80% 중후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조 원 중반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높은 몸값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재무적투자자(FI)들은 1조 원 초반대가 적정하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에 추가 자본 이익을 노리는 FI보다는 장기 보유하며 사업 시너지를 기대하는 대기업 등 SI들이 주목되고 있다.
여기어때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301억 원으로 1년 전보다 95% 증가하는 등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야놀자의 영업이익은 61억 원에 불과해 업계 1위 순위를 뒤집었다. 숙박 예약 거래액이 급증한 영향으로 매출액도 49% 늘어난 3059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매출액 2049억 원을 기록할 당시 거래액이 9400억 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거래액은 1조 4000억 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CVC캐피털 한국사무소 대표를 지내다 여기어때로 적을 옮긴 정명훈 대표의 혜안이 빛났다는 평가다.
CVC캐피털은 여기어때 투자 펀드의 만기가 3년 이상 남아 있는 만큼 무리하게 가격을 낮춰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CVC캐피털은 여기어때 인수 외에 이렇다 할 투자 실적이 없다는 점이 변수다. CVC캐피털은 그간 ADT캡스(현 SK쉴더스), 메디트 인수에서 탈락했고 최근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인수에서도 유력 후보에 들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영국 본사의 보수적인 투자 기조 탓으로 여기고 있는 가운데 CVC캐피털로서는 여기어때 투자금 회수에 성공해야 활발한 투자에 나설 수 있다.
한때 거론되던 기업공개(IPO)는 사실상 접은 상태다. 최근 들어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IPO 시장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탓에 여기어때 역시 상장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얻기가 쉽지 않은 데다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CVC캐피털 등은 보호예수에 묶여 완전한 투자 회수까지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PEF인 CVC캐피털 입장에서는 국내 상장 경험이 없는 만큼 섣불리 IPO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매각이 시급한 상황은 아니어서 자신들이 원하는 가격에 인수할 적임자가 나타날 때까지 시장 상황을 살펴볼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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