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대규모 전세사기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주택 경매 늦춘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 보증금 회수를 못하는 문제와 관련해 경매를 신청한 금융기관에 일시적으로 경매 연기를 요청하기로 했다.
18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전세사기 대상 주택에 대해 선순위 근저당권을 확보한 금융기관이 채권(대출금) 확보를 위해 경매를 신청한 경우 일정기간 매각 기일을 연기하도록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경매 일정의 중단 또는 유예 방안을 보고받고, 이를 시행하도록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에 따르면 대책위에 가입된 32개 아파트와 빌라 1787세대 중 1066세대(59.65%)가 경매·공매에 넘어간 상태다. 이 중 106세대는 이미 매각됐으며, 261세대는 매각 기일이 잡혀있다. 27세대는 공매가 진행 중이다. 672세대는 매각 기일이 아직 안 잡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민간 금융기관에서 이미 진행 중인 경매절차를 취하할 수는 없고 기일변경을 통해 경매절차를 연기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매 절차 연기는 임차인의 거주권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경매에서 낙찰이 돼 금융기관이 채권 회수에 들어가면 세입자는 곧바로 해당 주택에서 퇴거해야 한다. 경매절차를 일시적으로 늦춰 정부의 피해자 지원책에 따라 저금리 대출을 받아 거주지를 옮기거나 임시거처로 입주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전세사기 피해자인 임차인이 못받은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은 아니어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이 낸 경매를 절차연기가 아닌 중단하도록 할 지 여부는 향후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추후에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인천 미추홀구에서 캠코가 관리하고 있는 주택들에 대해 경매 절차 연기를 신청했다.
이날 캠코에 따르면 캠코 인천지역본부는 본부가 관리 중인 미추홀구 소재 주택 210건 중 51건에 대한 매각 기일 변경을 법원에 신청했다. 본부는 3월에 37건, 4월에 14건의 매각 기일 변경을 신청했다.
캠코 관계자는 “51건 중에는 전세사기 피해 건과 무관한 건이 섞여 있다”며 “저희가 전세사기 피해자 목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피해 예방 차원에서 캠코가 관리하는 미추홀구 모든 주택에 대한 경매 기일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캠코는 5월에 경매 기일이 잡히는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해서도 법원에 매각 기일 변경을 신청할 계획이다. 캠코는 “대책이 나올 때까지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지 않도록 피해자들에게 시간을 벌어주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캠코는 부실채권(NPL)을 매입해 관리하는 공적자산관리전문기관이다. 캠코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매입한 부실채권에는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미추홀구 주택에 설정된 근저당권도 포함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후 5대 시중은행, 캠코 등과 긴급 화상 대책회의를 열어 경매 중단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금감원은 “은행권과 경매 유예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실무적으로 논의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세부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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