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4명에 약 46억원 썼다’ 페퍼, 창단 세 번째 시즌 꼴찌 탈출 예고
여자배구 ‘막내’ 페퍼저축은행이 ‘최하위’ 탈출을 예고한다. 대대적인 자유계약선수(FA) 시장 투자로 단숨에 2023~2024시즌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17일 총 FA 4명과 계약을 발표했다. 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일등공신인 국가대표 공격수 박정아(30)를 비롯해 KGC인삼공사에서 뛴 아웃사이드히터 채선아(31)를 영입했다. 그리고 내부 FA인 아웃사이드히터 이한비(27), 리베로 오지영(35)도 잔류시켰다. 페퍼저축은행이 이날 발표한 선수들의 계약 총액만 총 46억8500만원에 이른다. 페퍼저축은행의 도약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2021~2022시즌 V리그에 뛰어든 페퍼저축은행은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창단 첫 시즌엔 겨우 3승(28패·승점 11점)에 그쳤다. 개막 17연패로 시작한 지난 시즌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한 체웬랍당 어르헝의 무릎 부상 이탈, 창단 사령탑인 김형실 감독의 성적 부진에 따른 중도 사퇴, 시즌 막바지에는 주포 니아 리드의 불명예 퇴출 등 계속되는 악재 속에서 5승(31패·승점 14점)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페퍼저축은행은 다음 시즌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지난 시즌 FA로 영입한 세터 이고은,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데려온 리베로 오지영이 팀 전력을 안정시키며 희망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일찌감치 외국인 사령탑 아헨킴 신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고, 박정아를 영입하며 토종 에이스 부재까지 해결했다. 이한비 잔류, 채선아 보강으로 준수한 국내파 라인업을 구성됐다.
무엇보다 현역 선수로 챔피언결정전 최다 우승 타이(5회) 기록을 보유한 박정아의 풍부한 경험이 아직 ‘어린’ 팀에 주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아는 2010~2011시즌 새로 창단한 IBK기업은행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창단 두 시즌 만의 팀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기업은행에서 세 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한 박정아는 첫 FA로 최하위였던 한국도로공사로 이적했고, 곧바로 2017~2018시즌에 다시 챔피언결정전 정상을 밟았다. 박정아는 도로공사에서도 지난 시즌까지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다. 신생팀, 최하위팀을 이끌고 우승한 경험이 많은 점이 매력이다.
김연경 영입 루머와 꾸준히 연결돼왔던 페퍼저축은행은 김연경 영입이 어려워지자 박정아에게 그와 똑같은 연간 총 보수 7억7500만원의 최고 대우를 안겼다. 3년 총액 기준으로는 역대 여자배구 FA 최고액(23억2500만원)으로 박정아를 향한 높은 기대를 알 수 있다. 아헨킴 감독은 “박정아가 우리 팀에서 매우 중요한 키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반겼다. 여기에 오지영과 동행, 채선아의 합류로 약점인 리시브 라인도 강화했다는 평가다.
FA시장 쇼핑은 마무리했지만, 페퍼저축은행의 전력 보강 행보는 이어진다. 다음주 아시아 쿼터 트라이아웃을 시작으로 한 시즌 성적을 좌우할 외인 트라이아웃, 그리고 신인 드래프트가 줄줄이 열린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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