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톡] "실손보험금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 소비자들 불만

송연순 기자 2023. 4. 1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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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백내장 수술 등 기준 강화 후 분쟁 늘어
"과잉진료 보험금 누수"-"애꿎은 피해자 양산"
백내장 수술. 사진=연합뉴스

실손의료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손해보험사와 소비자들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손보사들의 심사 강화로 인한 보험금 미지급에 불만을 제기하는 반면 손보사들은 일부 병원과 소비자의 과잉진료에 따른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험사가 실손보험금 지급심사를 까다롭게 하면서 소비자들은 갑자기 규정을 바꿔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대형 손보사들의 지난해 분쟁조정 신청건수는 2만 8004건으로, 전년(2만 2338건) 대비 25.36% 증가했다. 특히 백내장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지난 2020년과 2001년 각각 6건과 5건이었으나, 지난해 140건으로 약 30배까지 치솟았다. 최근 3년 동안 발생한 신청 건의 92.7%가 지난해에 몰렸다.

이는 지난해 6월 대법원이 백내장 수술을 일괄적으로 입원치료라고 여길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이후 손보사들이 지급 기준 강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은 환자가 백내장 수술로 입·퇴원 확인서를 발급받아도 반드시 입원 치료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 치료 여건을 감안해 개별 확인해야 한다고 봤다. 이 때문에 지난해 실손보험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는 공동소송인단을 모집해 10개 보험사를 상대로 백내장수술 관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 실손보험 미지급 분쟁 3건 중 1건이 백내장 수술

백내장 수술은 실손보험금 누수 주범으로 꼽힌다. 백내장은 눈 속의 수정체가 뿌옇게 혼탁해져 시력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매년 수술 건수가 증가하면서 2021년에는 78만 건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백내장 수술 관련 실손보험금 지급 기준을 매년 강화하고 있다.

손보사들이 의료자문을 강화하고 주치의 소견과 의무기록을 요청하는 등 실손보험 심사를 강화하면서 실손보험금 청구 시 필요한 서류 제출로 갈등을 빚거나 가입한 보험상품 약관과 다른 보장 내용, 의료자문 강요 등으로 소비자들이 불만을 터뜨린다.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실손보험금 미지급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를 보면 총 구제신청 452건 중 151건(33%)이 백내장 수술과 관련됐다. 지난해 실손보험금 미지급 피해구제 3건 중 1건이 백내장 수술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백내장 실손보험은 항상 적용이 되는 게 아니다. 일정한 조건을 만족해야 백내장 실손보험을 적용받아 수술을 할 수 있는데, 실손보험을 받지 않고 백내장 수술 시 비용이 만만치 않아 큰 부담이 된다.

백내장 수술은 뿌옇게 변한 수정체를 제거하고 대신 새로운 인공 수정체를 넣는 것을 말한다. 백내장 수술은 단초점 렌즈 또는 다초점 렌즈를 삽입하게 되는데, 수술의 종류에 따라 실손보험 적용 여부가 판가름된다. 일반적으로 단초점 렌즈 삽입술의 경우에는 100% 실비 보험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다초점 렌즈 삽입술의 경우에는 2016년 1월 이전의 실비 보험 가입자만 실비 처리가 가능해 현재로서는 실비 보험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국회 차원 '백내장 갈등' 해결을 위한 토론회도 열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백내장 보험금 피해사태 해결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법무법인 비츠로 장휘일 변호사는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의료자문의 문제를 제기했다. 장 변호사는 의료자문의 문제점으로 자문의사가 누군지 불분명한 데다 보험사가 직접 자문한다는 점, 의료자문의 실효성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특히 "세극등 현미경을 통해 수정체 혼탁도를 관찰하기 때문에 백내장 정도에 대한 판단은 의사마다 주관적으로 다를 수 있다"며 "가장 정확한 검사는 담당의사가 세극등 현미경을 통해 육안상 백내장을 확인하는 것이라는 판결도 있다"면서 백내장 수술에서 의료자문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경인 실손보험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 대표는 "먼저 정확한 피해규모부터 집계한 후 보험사별로 백내장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건수가 어떻게 되는지 부지급 사유가 무엇인지 실태를 파악해 달라"며 국회에서 관심을 갖고 나서달라"고 말했다.

◇자궁근종 수술, 전립선 비대증 치료 놓고도 갈등

최근에는 자궁근종 등 산부인과 다빈치 로봇 수술을 두고 소비자와 보험사간 갈등을 빚기도 한다. 외과, 비뇨의학과, 다빈치 로봇 수술은 4개의 로봇 팔과 3D 고화질 영상 시스템을 통해 정확하게 수술 부위를 확인할 수 있고, 의사의 손동작을 떨림 없이 로봇팔로 전달이 가능해 더욱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다. 산부인과의 경우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등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다빈치 로봇 수술은 기존 복강경 수술과 비교해 암 수술 효과는 비슷하면서도 보다 정교한 수술을 할 수 있어 방광기능과 성기능에 연관된 신경 보존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 환자가 병원에 지불한 치료비를 보상하는 실손보험 상품에 가입해 뒀다면 다빈치 로봇 수술 비용을 실손보험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손보사에서 부인과 질환 수술에 이용되는 다빈치 로봇 수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유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복강경 수술에 비해 이점이 없고 비용만 비쌀 뿐, 그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빌미로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

전립선비대증 치료로 행하는 결찰술에 대한 보험금 지급 심사 기준이 깐깐해지며 지난해부터 소비자고발센터에는 수술 후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병원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강화한 탓이다.

전립선결찰술이란 전립선조직을 절제하지 않고 비대해진 전립선에 국소마취한 뒤 이식용 의료용 결찰사로 전립선 양쪽을 묶는 시술이다. 결찰사가 전립선에 고정되면 비대해져 막힌 요도 공간이 넓어져 소변이 잘 나오게 해준다. 손보사들은 전립선결찰술이 수술이 아닌 시술이라며 수술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수술보험금 지급 조건인 입원치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병원에서 전립선비대증 치료 명목하에 성기능강화 목적으로 시술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내세우기도 한다.

◇ 손보사 비급여 지급 줄여놓고 보험료는 두자릿수 인상

최근 실손보험에 대한 지급 심사 강화로 지난해 손해보험사가 주요 비급여 항목에 대해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이 6.6% 줄어드는 등 손해율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를 최대 15%까지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후실손보험료의 경우 최대 50%까지 올랐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인상 폭이 50%로 가장 컸고 KB손해보험 19.3%, DB손보 17.2%, 농협손보 16.2%, 삼성화재 14.8%, 메리츠화재 14.5%, 현대해상 11.7% 로 집계됐다, 문제는 노후실손보험은 일반실손보험보다 손해율이 양호한데도 보험료 인상을 매년 단행한다는 점이다. 특히 손해율이 가장 낮은 롯데손보는 가장 큰 폭으로 보험료를 올렸다. 지난해 노후실손보험 경과손해율(경과보험료 대비 발생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롯데손보 60.2%, 삼성화재 69.2%, DB손해보험 81.6%, 메리츠화재 82.2%, 현대해상 83.6%, 농협손보 89.4%, KB손해보험 102.8%였다.

손보사들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의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손보사의 경과손해율이 직전 연도 대비 개선됐다는 점에서 고객에게 두자릿수 인상과 같은 과도한 부담을 떠넘긴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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