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때려잡으려는 정부-막무가내 건설노조, 해법은

정영희 기자 2023. 4. 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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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이 살얼음판입니다. 공기(공사 기간)는 지연되는데 노조와 씨름하느라 진땀만 빼고 있어요."

수도권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근무하는 건설업체 직원 A씨.

대부분의 현장에선 좋은 게 좋은 것이란 식으로 노조와 최대한 협의하는 방향으로 타협점을 찾아왔다.

정부가 올 초 건설노조의 불법행위와 전쟁을 선포해 현장 단속을 실시하고 채용이나 장비 사용 강요 등을 적발 시 수사의뢰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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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이 살얼음판입니다. 공기(공사 기간)는 지연되는데 노조와 씨름하느라 진땀만 빼고 있어요."

수도권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근무하는 건설업체 직원 A씨. "정상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그는 정작 본 업무보다는 건설노조의 말도 안되는 민원에 시달린다. 노조로부터 외국인 노동자 대신 내국인을 고용할 것을 강요받지만 사실 조합원을 채용해 달라는 요구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현장에 난입해 공사를 방해하는 등 막무가내로 나온다. 때론 금품 요구도 한다. 노조의 이런 행위는 이미 현장에선 뿌리 깊은 관행이 됐다.

대부분의 현장에선 좋은 게 좋은 것이란 식으로 노조와 최대한 협의하는 방향으로 타협점을 찾아왔다. 경찰에 신고해도 시간 끌기로 공기가 지연돼 회사에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고 자칫 노동자를 탄압하는 나쁜 기업의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어 부담을 느낀 탓이다.

정부가 올 초 건설노조의 불법행위와 전쟁을 선포해 현장 단속을 실시하고 채용이나 장비 사용 강요 등을 적발 시 수사의뢰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천명했다. 각 기업의 신고 독려를 위해 건설현장 불법행위의 최초 신고자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도 역시 시행 예정이다.

경찰청은 지난달 9일 3개월 간의 건설현장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통해 2863명을 적발하고 29명을 구속했다. 월례비나 전임비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한 사례가 가장 많았고 건설 현장 출입 방해 등 업무방해 행위가 뒤를 이었다. 그동안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망설이거나 자포자기했던 건설업체들도 정부의 노조 규제에 힘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건설노조의 불법행위가 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시민조차 이들을 외면한 지 오래지만 이들도 나름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건설업체들이 그동안 비용을 줄이기 위해 무리한 공기를 설정하고 '빨리빨리' 문화를 강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건설현장 불법행위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됐던 월례비 역시 시공사가 공기를 맞추기 위해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작업을 재촉하며 쥐여주던 소액의 현금으로부터 비롯됐다. 법을 지키며 안전하게 공사를 관리 감독하지 않고 날짜를 맞추는 데 급급해 암암리에 이뤄졌던 건설업체 주도의 불법행위 방조도 논란에서 자유롭긴 어렵다.

노조의 기원이 노동자의 권리 향상과 근로환경 개선 목적이었음을 다시 상기해야 할 때다. 이제는 노조도 스스로 존재의 필요성을 증명해내기 위해 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행해선 안 된다. 타인의 권리를 밟아 쟁취한 권리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단속과 처벌 등 강제성 있는 조치가 아닌 노조의 자정 노력을 통해 변화를 이뤄야 한다.

근로자 안전과 건축물 품질의 중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점이다. 정부 또한 노조와 건설업계 사이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응하는 정부의 방식이 탄압으로 보여지는 순간 이는 정치 영역으로 비화될 수 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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