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석 "'파우스트', 알 깨고 나오는 새로운 기회"[문화人터뷰]
기사내용 요약
연극 '파우스트'의 '젊은 파우스트'로 2막 주역
"늙은 파우스트 유인촌 화술·감정 흡수해 반영"
"굵직한 작품 목마름에 끌려…고전 또 하고파"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대학로에서 10년 넘게 연극을 해온 제게 또다른 도전이었어요. 새로운 알을 깰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죠."
배우 박은석은 연극 '파우스트'에 출연하게 된 이유로 "고전이라서 끌렸다. 굵직한 작품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고 말했다.
오는 29일까지 오르는 공연은 어느새 중반 지점을 돌았다. 최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만난 그는 "1300석이 넘는 공연장이 매일 밤 꽉꽉 채워지는데, 관객들의 기운은 하루하루 새롭다. 매일매일 첫 공연을 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박은석은 '젊은 파우스트' 역으로 작품의 2막에 등장한다. 노학자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와 계약을 맺은 후 마녀의 약을 먹고 젊어진 후의 모습이다. 1막의 파우스트는 유인촌이 연기한다.
그는 "유인촌 선생님의 젊은 버전을 연기해야 하니 부담감이 있었다"며 "하지만 젊어진 파우스트의 자유롭고 밝은 기운을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밝혔다.
2인1역을 하다 보니 연습 과정에서 자연스레 유인촌의 모습을 닮아가게 됐다. "역할을 분리한 처음의 의도는 젊어지면서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보이게 하려고 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 선생님을 보면서 그 모습을 놓칠 순 없겠더라"라고 말했다.
"젊어진 후 그레첸과 장밋빛 로맨스를 펼치다가도 메피스토와 대치할 땐 늙은 파우스트의 말투나 감성이 나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외형은 젊어졌지만 속은 늙은 파우스트잖아요. 사랑에 빠진 청년이었다가 노학자의 모습으로 그 사이를 오가는 게 재밌을 것 같았죠. 두 달여간 매일 함께 연습하면서 선생님의 화술이나 감정 표현을 자연스럽게 흡수했어요."
2막부터 본격적으로 나서는 만큼 1막에선 무대 뒤편에서 숨죽여 지켜보며 예열한다. "배우들이나 관객이나 그날그날 다르잖아요. 어떤 날은 상기돼 있고, 어떤 날은 차분하죠. 모니터로 보면서 그날의 흐름과 객석의 반응을 느껴요. 1막의 에너지에 맞춰서 2막을 시작하는 거죠. 그레첸과의 첫 신이 잘 되면 나머지는 잘 풀려요."
메피스토의 손을 잡고 쾌락에 빠지는 젊은 파우스트를 연기하며 가장 중점을 둔 건 내적인 갈등을 겪는 모습이다.
"늙은 파우스트가 1막에서 자기 몸 안엔 두 가지 영혼이 있다고 말해요. 하늘의 모든 지식을 갖고 싶으면서도 지상의 쾌락을 느끼고 싶다고 하죠. 젊어진 후엔 욕망을 두고 갈팡질팡하며 내적인 밀당을 해요. 해서는 안 되는 걸 알면서 하고 싶은 마음이죠. 모든 현대인을 비추는 거울이 아닐까요."
극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메피스토 역의 박해수와의 호흡도 전했다. "해수 형은 그릇이 큰 사람"이라며 "10년 전에 형의 작품을 보면서 함께 연기해보고 싶었다.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 들었는데, 포용력이 좋다. 진정성이 있고 자기 색깔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박은석은 이번 작품을 통해 고전에 대한 욕심이 더 생겼다. 10여년 전에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햄릿' 공연을 한 적은 있단다. "인간의 본질을 다루며 그 안에서 허우적대는 작품을 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나봐요.(웃음) '환희의 전율', '희망의 이슬' 등 대사의 단어 하나하나를 진정성 있게 뱉어야 하죠. 발이 땅에 닿아있는 연기를 해야 한다는 걸 이번에 많이 배웠어요."
그는 "작품을 편식하진 않는다"고 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본을 읽었을 때 상상이 되면 뛰어들어요. 제가 느끼는 감동을 관객들이 그대로 느꼈으면 하죠. 상업적인 작품뿐만 아니라 극단이나 다른 결의 작품도 하고 싶어요."
드라마 '펜트하우스' 등을 통해 유창한 영어 실력을 보인 그는 매체를 통해 한국어 발음 등 콤플렉스를 밝히기도 했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 가 생활한 그는 "(한국어) 콤플렉스는 항상 있다. 연극을 많이 하는 이유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사 연습을 차에서나 운동할 때나 자나 깨나 한다. 누르면 툭 튀어나올 정도"라고 답했다.
향후에는 한국에서 제작한 영어로 된 연극 무대에도 서보고 싶다고 밝혔다. "국내에도 영어를 꽤 잘하는 배우들이 있다. 언젠가 한국에서 제작했지만 대사는 모두 영어로 된 작품으로 오프 브로드웨이까지 갈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2010년 데뷔한 박은석은 배우의 길을 걸어가며 "항상 외줄 타기를 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불안정한 삶에 허우적대면서도 한 계단 한 계단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나이가 들며 시곗바늘이 돌아가는 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려요. 그래서 하루하루를 꽉 채워서 살고 싶고, 돌아봤을 때 후회가 없었으면 하죠. 남의 눈치를 안 보고 과감하게 살고 싶어요. 이 순간이 너무 중요하고, 나만이 낼 수 있는 빛이 있다고 믿고 있죠."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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