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첫 회의 무산…노동계 “권순원 공익위원 사퇴 촉구”
노동계 “시급 1만2천원” 제시
경영계, 1만원 아래 주장할 듯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첫 회의가 파행 끝에 무산됐다. 첫 회의부터 노동계와 최임위 공익위원 간 갈등이 첨예화하면서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험로가 예상된다.
최임위는 18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1차 전원회의를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준식 최임위원장을 포함한 공익위원 9명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최임위에는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노동자위원 9명 등 총 27명이 참여한다.
박 위원장 등은 노동자위원 9명이 아닌 노동계 인사들이 회의장에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하라’ ‘권순원 공익위원 사퇴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것을 문제 삼았다.
박 위원장은 최임위 사무국 직원을 통해 노동계 인사들의 퇴장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의에 불참했고, 노동자위원들은 오후 3시50분 회의 무산을 선언하며 퇴장했다.
노동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퇴장 전 발언에서 “그간 위원장 개회선언, 노·사·공익위원 모두발언까지 공개한 뒤 언론, 배석자 등이 퇴장하는 게 관례였다”며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의사전달 기회조차 박탈하고 회의를 열지 않은 박 위원장에게 엄정 항의한다”고 말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피케팅을 이유로 회의 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것에 대해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며 “회의 무산의 책임은 박 위원장과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에게 있다”고 말했다.
양대노총은 이날 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임위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편 밑그림을 그린)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을 맡아 저임금 구조와 장시간 노동을 핵심으로 하는 노동개악에 앞장섰다”며 공익위원 사퇴를 요구했다. 양대노총은 “최임위 공익위원들은 2년 연속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근거도 없는 산출식(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상승률-취업자증가율)을 적용했다. 공익 간사를 맡은 권 교수 역할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지난 4일 1만2000원(월급 기준 250만8000원)을 내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9620원)에서 24.74% 오른 금액이다. 기업들이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워졌고 물가·금리도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동결 혹은 소폭 인상을 요구하며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지 않도록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상률이 3.95% 이상이면 내년 최저임금은 1만원을 넘어선다.
올해 심의 과정에선 업종별 차등 적용,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서 최저임금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문제 등도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익위원들은 지난해 6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연구용역을 고용노동부에 의뢰했고, 노동부는 지난 3월31일 연구용역 보고서를 최임위에 전달했다. 노동부는 아직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영계는 사용자 지급능력 차이를 고려해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다르게 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법상 업종별 차등 적용 근거조항을 삭제하자며 맞서고 있다.
올해 역시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결정권)를 쥘 가능성이 크다. 최임위는 노동부가 심의요청을 한 지난달 31일부터 90일 이내(6월 말까지)에 최저임금을 결정해 이를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최임위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고, 이 구간 내에서 최저임금이 의결된다. 최임위 의결이 이뤄지면 노동부 장관은 의견수렴을 거쳐 8월5일까지 내년 최저임금을 고시한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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