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보험 '변호사 선임비' 특약 과열에 당국 경고…경쟁 한풀 꺾일까
금융당국, 변호사비 보장 5000만 원으로 제한
손보업계, 운전자 보험 내부 특약 경쟁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최근 손해보험업계에서 변호사 선임비를 보장하는 운전자 보험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지나친 과당경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고에 나섰다. 다만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장기보험 상품들이 대부분 시장 포화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이후 운전자 보험 내부 특약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보험사들은 운전자보험 변호사선임비 상한액을 5000만 원으로 축소했다. 변호사선임비 특약 한도를 7000만 원까지 늘렸던 한화손해보험의 경우도 해당 제재로 인해 보장 한도를 5000만 원으로 조정했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감독행정작용으로 운전자보험 형사합의금과 변호사선임비용에 대해 지적한 데에 따른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해당 특약의 보장 한도가 실제 발생할 수 있는 변호사 수임료보다 높은 수준의 가입금액 확대로 과도한 보험료를 수취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이같은 조치는 경쟁적인 보험금 인상이 자칫 허위 비용 신고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심해질 경우 도덕적 해이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앞서 DB손해보험이 지난해 10월 운전자보험 변호사선임비 보장 시점을 검찰 기소 전 경찰 조사 단계로 앞당긴 상품을 출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상품은 당시 3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고 흥행에 성공했다.
운전자보험 신계약 건수는 특약 출시 이후 크게 늘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운전자보험 신계약 건수는 지난해 7월 39만6000건에서 같은해 11월 60만3000건으로 급증했다. 약 4개월 만에 52%가량 증가한 것이다.
해당 특약 상품이 인기를 끌자 DB손보의 배타적사용권 기한이 종료된 지난 1월, 다른 손보사들도 비슷한 상품을 내놓으며 변호사선임비용 특약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은 한도를 1억 원까지로 상향했으며, 롯데손해보험 등 중소형사들도 5000만 원이 넘는 한도를 내세우며 경쟁이 과열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손보업계에서는 변호사선임비 특약 한도 조정으로 당장의 과당 경쟁이라는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보험 회사별로 동일한 보상 한도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하는지가 관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변호사선임비 특약 한도를 최대 7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조정하면서 과당 경쟁을 자제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보험 회사별로 보상 한도는 동일하지만 보상 사례를 다르게 적용함으로써 고객들이나 설계사분들에게 소구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손보업계가 운전자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운전자보험의 시장잠재력이 크고 손해율도 50~60%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아 보험사의 장기상품 중 효자상품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보험소비자들의 신규 구매 역시 꾸준한 상태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설계사에 의한 운전자 보험 신규 가입은 지난 3년간 꾸준히 250만 건 이상을 기록했으며, 특히 2020년의 경우 약 354만 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민식이법 도입으로 인해, 운전자 안전 사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신규 회계제도인 IFRS17도입의 영향도 있다. IFRS17 하에서는 계약자서비스마진(CSM)이 중요한 보험 수익 지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운전자보험과 같은 장기보장성 보험 신계약이 많아지면 CSM도 높아진다. 이는 재무제표 수익성 지표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조치에도 장기보험 상품들이 대부분 시장 포화상황인 것을 감안할 때, 이후 운전자 보험 내부 특약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손보업계 관계자는 "실제 올해 포트폴리오에서 운전자 보험과 어린이보험의 비중이 높은 편이고 당분간 운전자보험 전체에 대한 이슈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며 "새 회계제도 도입과 맞물려 장기 보장성 판매 경쟁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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