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공이 안 보여요"...울산 파도 이겨낸 '마스크맨' 주세종의 웃음[대전톡톡]

고성환 2023. 4. 1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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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대전월드컵경기장, 고성환 기자]

[OSEN=대전, 고성환 기자] 이민성호의 조타수는 역시 주세종(33)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돌아온 그가 오랜만에 키를 쥐었고, 대전하나시티즌은 울산의 푸른 파도를 넘어섰다.

대전하나시티즌은 16일 오후 4시 30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7라운드에서 울산 현대를 2-1로 꺾었다. 이로써 대전은 승점 14점(4승 2무 1패)으로 3위가 됐고, 선두 울산은 시즌 첫 패배를 맛보며 승점 18점(6승 1패)을 유지했다.

대전은 경기 전 "울산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공격을 해야 한다"라는 이민성 대전 감독의 말대로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쳤다. 그 결과 전반 9분 만에 상대 실수를 유도하며 이진현이 선제골을 뽑아냈고, 전반 종료 직전 터진 이현식의 결승골로 승리를 거뒀다.

캡틴 주세종도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쓰고 돌아왔다. 그는 지난 2라운드 인천전에서 눈 주위 뼈가 부러졌고, 수술대에 오르며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날 경기가 약 한 달 만에 치른 리그 복귀전이었지만, 그는 허리에서 중심을 잡아주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주세종은 "통증은 없다. 다만 마스크를 착용하니 시야가 가려지거나 흔들리는 부분은 있다. 까다롭다"라며 "100% 몸 상태로 뛰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후배들, 친구들이 더 편하게 경기하도록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복귀전에서 팀이 승리해 기분 좋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피지컬 트레이너가 2주간 정말 힘들게 재활 훈련을 시켜주셨다. 체력보다는 확실히 마스크 쓰고 뛰는 부분이 거슬렸다. 선수들이 많이 도와줬다. 그 덕분에 100%는 아니어도 만족스러운 경기를 했다. 앞으로 2~3경기는 더 마스크를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물론 낯선 마스크를 쓰고 뛴 만큼, 실수하거나 미끄러지는 장면도 있었다. 주세종은 "오랜만에 경기를 뛰었다. 마스크 때문에 잘 안 보이더라. 진짜 공이 안 보인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또한 그는 "마스크를 계속 꽉 조일 수가 없으니 계속 흔들린다. 또 마스크가 여기 밑에 있다. 그러다 보니까 평상시보다 더 숙여야 공이 보인다"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주세종은 코뼈 골절을 겪어 본 다른 선수들에게도 조언을 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팀 (김)민덕이도 코뼈가 부러져봤고, (김)영욱이도 그랬다. 오스마르와도 한번 얘기했다"라며 "마스크는 카본 소재다. 구단에서 신경 써주셨다. 두께가 2mm라고 하더라. 살에 닿다 보니까 뒤에 스펀지를 덧댔다"라고 설명했다.

경기 후 이민성 감독은 주세종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주세종이) 돌아와 너무 행복하다. 감독 입장에서 선수들이 주세종을 믿고 의지하는 부분이 되게 크다"라며 "아침까지도 후반에 넣을지 전반부터 넣을지 고민했다. 마지막에 본인이 전반부터 나가길 원해서 너무 고마웠다. 주세종이 들어가면서 밸런스가 좋아졌다. 공이 계속 살아나간다"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야기를 전하자 주세종은 곧바로 손사래를 쳤다. 그는 "선수들이 내게 의지한다기보다는 나도 선수들에게 의지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많다 보니 순간순간 통제해줄 수 있는 베테랑이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선수들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잘 받아들이고 따라와줘서 너무 고맙다"라고 공을 돌렸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거함' 울산을 잡아냈지만, 이민성 감독은 여전히 "목표는 생존"이라며 "우리가 상위 스플릿에 간다고 하면 모를까. 지금은 꿈도 못 꾸고 있다"라고 못 박았다.

주세종도 같은 마음이었다. 더 높은 곳이 욕심날 법도 하지만, 그는 "매번 자신감은 커져가지만, 일단 목표는 잔류다. 잔류를 확정 지으면 더 높은 곳을 보고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같은 답을 내놨다.

대전은 이날 울산을 상대로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펼치며 맞불을 놨고, 종료 직전까지도 내려앉지 않았다. 홍명보 울산 감독도 "대전이 보여준 축구가 좋은 선례"라며 이날 경기를 "K리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할 정도였다.

다만 이민성 감독은 이에 대해 "우리 팀이 수비를 못한다. 수비를 잘하면 때에 따라 바꾸겠지만, 아니다. 그래서 내가 있는 한 계속 공격적으로 할 생각"이라며 농담 섞인 설명을 내놨다.

주세종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에게 '대전은 수비를 못한다'라는 말에 동의하는지 묻자, 그는 "아뇨"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주세종은 "우리가 작년 후반기부터 상대를 눌러놓고 전방 압박을 많이 펼쳤다. 지난 수원FC전에서는 3-1이 되자 라인을 내리면서 더 고전했다"라며 "중앙 수비 3명 모두 속도도 있고, 몸싸움도 좋고, 헤딩 능력도 좋다. 그런 만큼 뒷공간을 무서워하기보다는 싸워줄 때 더 잘할 수 있다. 그날은 좀 처지면서 안 좋았던 것 같다. 수비력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fineko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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