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비밀경찰서 운영 혐의로 2명 기소…비밀경찰서 실체 드러나나
미국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중국 향우회 간판을 걸고 중국 비밀경찰서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 중국계 남성 2명이 17일(현지시간)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검찰은 이들에 대해 중국 정부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 요원으로 활동하고 사법방해를 한 혐의로 기소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설립됐다는 의혹을 받는 중국의 비밀경찰서와 관련해 체포와 기소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당국은 “중국 정부가 뉴욕 한복판에 비밀경찰서를 설치해 우리 국가의 주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우리는 이 나라에서 피난처를 찾은 민주화 운동가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박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체포된 이들은 미국 시민권자로, 미국 내 중국 푸젠성 출신들의 향우회인 ‘창러공회’를 운영하고 있다. 창러공회는 2016년 130만달러(약 17억원)에 맨해튼 차이나타운 6층 건물의 사무실을 임대해 향우회 간판을 걸었다. FBI와 브루클린 연방검찰은 이 공간이 중국의 비밀경찰서로 활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중국 경찰의 지시를 받아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중국계 민주화 운동가를 추적했다고 밝혔다. 또 당국의 수사가 시작된 뒤 휴대전화 기록 등을 삭제해 사법당국의 법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유죄가 확정되면 이들은 최대 2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중국 비밀경찰서는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중국 경찰과 협력해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중국 본토로 강제소환 한다고 알려졌다.
미 법무부는 이날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미국 거주 인사들을 위협한 혐의로 중국 공안부 소속 관료 등 44명도 재판에 넘겼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이들은 현재 중국에 거주 중이다.
최근 몇 년간 미 법무부는 중국의 해외 반체제 인사 탄압 행위에 대한 수사를 강화해왔다. 브루클린 검찰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해외 도피 사범 송환 작전인 ‘여우사냥’과 관련,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과 그의 아들을 협박해 귀국시키려고 한 7명의 중국인 국적자를 기소한 바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FBI는 지난해 10월 이곳 향우회 건물을 수색해 폐쇄했다.
차이나타운의 향우회 사무실이 중국의 비밀경찰서로 지목되자 올해 초 주미중국대사관은 “미국에 사는 중국인들을 돕기 위한 장소이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중국의 경찰관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지난해 중국 정부가 전 세계 53개 국에서 100개 이상의 비밀 경찰서를 운영하면서 중국 출신 해외 거주 인사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단체에 따르면 비밀경찰서 대부분은 유럽에 설립돼있다. 자국 내 비밀경찰서가 존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캐나다와 네덜란드, 아일랜드 정부는 중국에 비밀경찰서 운영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중국 비밀경찰서 논란이 있었다. 지난 연말 우리 정부도 실태 파악에 착수했고 서울의 한 중식당을 비밀경찰서로 지목했으나, 운영자는 기자회견을 열며 전면 부인했다.
수차례 의혹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비밀경찰서와 관련해 체포와 기소가 이뤄진 것은 미국이 처음이다. 이번 기소로 비밀경찰서의 실체가 어느정도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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