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영향력은 줄고, 젊은 신도는 안오고…한국 종교의 위기?!
물질적 풍요·첨단 기술 발전에 영향력 줄어
MZ신도 확보·승려복지 확대·교구 정비 '안간힘'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전 세계적으로 종교 의존도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유독 속도가 빠르다. 특히 코로나를 지나오면서 더 심화되면서 20~40대 젊은 신도들의 유입이 크게 줄었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속내를 털어놨다. 빠른 속도의 ‘탈(脫) 종교화’와 2030 신도들의 이탈 등 종단의 고령화 때문에 코로나 이전으로 회귀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 이같은 고민은 불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등 교계를 막론하고 같은 고민에 빠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종교계는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MZ(밀레니얼+Z) 신도들의 유인책은 물론 교구 정비, 고령 종교인의 복지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종교인들의 인식처럼 한국인의 탈 종교화는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에는 궁핍한 세상살이 탓에 종교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지만, 지금은 1인당 GNI(국민총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서는 등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만큼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 챗GPT등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종교에 위탁하려는 사람들이 더욱 줄었다.
실제로 갤럽 인터내셔널이 최근 75주년을 맞아 공개한 61개국의 ‘종교적 성향과 실재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종교적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은 36%로, 61개국 평균(응답률 62%)의 절반 밖에 되지 않았다. 특히 무신론자라고 대답한 사람은 34%로, 61개국 평균(10%)의 세 배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종교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 갤럽이 지난 2021년 3~4월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인의 종교' 설문 조사에 따르면, 현재 종교가 있다는 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40%로, 첫 조사가 시작된 지난 1984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20대 22%, 30대 30%, 40대 32% 등 20~40대 젊은 사람들의 응답률이 평균을 밑돌았다.
이와 함께 종교가 있어도 주 1회 이상 종교 시설을 방문하는 사람은 32%로, 직전 조사인 2014년(44%)보다 12%포인트 낮아졌다.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질문에는 ‘감소하고 있다 (28%)’는 응답이 ‘증가하고 있다(18%)’ 보다 10%포인트 높았다.
종교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종교계는 점차 위기감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특히 젊은 신도들의 유입이 예전같이 않아 교단의 '지속가능성'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각 교단에서는 MZ 신도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 중이다.
우선 인터넷 환경에 익숙한 MZ 신도들을 위해 온라인으로 예배나 법회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할 방침이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교회나 법당에 올 수 없는 신도들을 위해 구축한 온라인 시스템을 엔데믹(주기적 유행)이 된 지금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를 지나오면서 젊은 신도들의 종교 생활 방식이 변한 만큼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다양한 종교 콘텐츠를 발굴할 방침이다.
기독교는 교적에는 있지만 교회에 나오지 않는 MZ 신도들을 위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교단 전체적으로 성도들의 출석 상황을 업데이트 해 교회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에게 교회에 나와 예배를 보도록 독려하고 있다. '외부'가 아니라 '내부의 잃어버린 양' 찾기를 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종교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각 잡고 하는 포교활동' 대신 '생활에 스며드는 종교활동'을 기획 중이다. 종교색을 띄지 않고 편안하게 접근해 종교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겠다는 방안이다. 이와 관련 조계종은 올해 ‘K-명상’의 확산을 목표로 선명상 프로그램 개발 및 명상 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원불교 역시 선명상 프로그램과 함께 거점 지역인 한남·역삼·원당교당 등을 '마음 치유 공간'으로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종교계는 교단 자체적으로 교구 정비를 해 조직을 효율화하고 있다. 인구가 줄어 신도가 감소한 교구는 통폐합하고, 사람들이 많은 대도시에 성직자 인력을 보내 재배치 하는 식이다.
실제로 원불교는 최근 ‘제4대’를 계획하면서 대교구 체제로의 전환을 검토 중이다. 익산 중앙총부 중심의 현행 체제를 4개 대교구로 쪼개고, 한 교구가 2개의 교단을 맡는 식이다. 인접지역 교당의 수가 적으면 통폐합해 교무 인력을 수도권과 같은 인구 집중 지역에 보내는 방안도 계획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 종교인에 대한 복지도 강화하는 추세다. 나이가 들어도 건강이나 거취에 대한 고민 없이 종교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젊은 신도들도 마음 편하게 종교에 귀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에 조계종은 최근 경기도 안성에 요양원을 인수, 요양병원으로 리뉴얼 했다. 고령 승려들을 위한 안성 아미타 불교요양병원은 내달 3일 오픈을 앞두고 막바지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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