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럽 최고 염증성장질환 전문가 “빅파마도 포기한 피하주사제 도전한 K-바이오, 잘 하고 있다”
유럽 크론병 대장염 기구(ECCO) 회장
“바이오시밀러는 정부 환자 의사 모두에 윈-윈”
“치료 패러다임 ‘집에서 직접 혼자’로 바뀔 것”
“환자 치료하는 의사 입장에서 램시마SC ‘환상적’”
지난 10일 인천 송도 셀트리온헬스케어 본사 현관에 말끔한 정장 차림의 한 외국인 부부가 들어섰다. 이 호리호리한 체격에 다소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신사는 프랑스 낭시대 병원 소화기내과의 로랑 페랭 비룰레(Laurent Peyrin-Biroulet) 교수다. 그는 염증성장질환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유럽 크론병 및 대장염 기구(ECCO)’ 회장을 맡고 있다. ECCO는 전세계 36개국, 염증성 장 질환 연구하는 의사 4155명이 모인 단체로 여기서 정한 치료 가이드라인을 모든 유럽 국가가 따를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그만큼 비룰레 교수의 유럽 의학계에서 위상도 상당하다.
이달 13~1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시아 염증성 장질환 학술대회(AOCC) 참석 차 한국을 찾은 비룰레 교수는 이날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특별 초청으로 회사를 방문했다. 유럽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 방문한 만큼 셀트리온헬스케어도 김형기 대표 부회장이 직접 나서 비룰레 교수 부부에게 점심을 직접 대접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도 열었다.
비룰레 교수가 권위자로 있는 염증성 장질환은 몸의 면역체계 이상으로 소화기관에 염증이 생기는 희귀난치 질환이다. 설사와 복통 혈변이 주된 증상으로 이 병을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나 장염과 헷갈리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병이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위장이 긴장한 수준이라면, 염증성 장질환은 장 점막이 염증으로 헐어버린 상태다.
암처럼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한번 발병하면 염증이 수시로 재발해서 문제를 일으킨다. 증상이 심해지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하는 수 밖에 없다. 이 병의 일종인 크론병이 걸리면, 통로가 좁은 소장에 염증이 생겨 위장끼리 붙어 막히기도 한다. 이 경우 장이 부어올라서 염증 부위를 잘라내는 응급 수술을 해야 한다.
크론병을 비롯한 염증성 장질환은 1990년대까지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스테로이드와 항생제를 썼다. 그러다 199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를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로 승인하며 새 시대가 열렸다. 인플릭시맙은 염증을 활성화시키는 TNF- α(종양괴사인자)를 차단하는 자가면역 치료제 일종이다.
부작용이 적고 한번 투여하면 스테로이드보다 빠르게 염증을 없애 주목을 받았다. 레미케이드는 그 결과 단숨에 연매출 6조원의 블록버스터로 떠올랐다. 하지만 비싼 가격이 문제였다. 환자를 한 번 치료하는 데 2~3병(바이알)을 쓰는데, 병당 가격이 70만원에 이른다. 한 달에 한 번 치료를 받는 것을 기준으로 보면 1년에 2500만원의 치료비가 드는 셈이다.
한국에서는 염증성 장질환이 드물지만 유럽에선 20~30대 젊은층에 매우 흔한 병으로 통한다. 유럽에서는 레미케이드의 물질 특허가 끝나자마자 가격을 낮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등장했다. 비룰레 교수는 “프랑스에서는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 바이오시밀러만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이 지난 2020년 세계 최초로 피하주사(SC)제형 인플릭시맙 램시마SC를 개발하면서 이 병을 앓는 환자 치료에 또다른 전환점이 왔다. 비룰레 교수는 “오리지널 개발자인 얀센에 피하주사제형 인플릭시맙을 제안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는데 혁신적 바이오시밀러 업체가 만들어냈다”며 “앞으로 10년 안에 염증성 장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이 ‘환자들이 집에서 직접 혼자 하는 치료’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비룰레 교수는 유럽에 등록된 1만명 이상의 염증성 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TNF- α억제제를 투여하고, 효능과 안전성을 비교하는 아이케어(I-CAR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쯤이면 연구 결과가 나온다. 다음은 일문일답.
-염증성 장질환에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있다고 들었다.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
“궤양성대장염은 대장에만 염증이 생기는 병이고, 크론병은 입에서부터 식도, 위, 소장, 대장으로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통로가 좁은 소장 등에 염증이 생기면 협착이 일어날 수 있고, 항문질 쪽에 염증이 생기면 수술을 해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은 두 질환 모두 설사 복통 직장출혈 등을 일으킨다.”
-염증성 장질환의 원인은 밝혀진 게 없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치료를 하게 되나.
“수십년의 연구에도 염증의 원인을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치료는 원인을 없앤다기보단, 신체 내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세포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약물치료는 어떤 것들이 있나.
“급성기에 스테로이드와 5-아미노살리실산, 메트로니다졸(MTX) 같은 항생제를 사용하고, 항생제의 효과가 없으면 생물학적제제, JAK억제제와 같은 면역억제제를 사용한다. MTX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임상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인플릭시맙과 같은 생물학적 제제가 가장 많이 쓰인다 JAK 억제제는 중증 질환에 쓰게 된다. 생물학적 제제를 쓰면 환자의 20%에서 염증이 완전관해, 즉 다 사라진다.”
-많은 약들 중에서도 왜 인플릭시맙 성분이 많이 쓰이나.
“인플릭시맙은 다른 의약품들과 달리 염증성 장질환의 모든 적응증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현장에서 처방된 역사가 길어서 안전성이 확보됐고, 복제약이 개발돼 접근성도 좋다.”
-바이오시밀러를 병원에서 적극 처방한다고 들었다. 이유가 있나.
“프랑스에서는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 바이오시밀러만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웃음) 지난 10년 동안 처방 경험을 통해, 복제약이 오리지널과 같은 효능을 보인 것을 직접 확인했다. 같은 품질에 저렴한 물건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있나.”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
“가격이 저렴한 복제약이 나오면서,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의료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의사는 질병의 초기 단계부터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되고, 환자는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
-복제약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반응도 긍정적인가.
“프랑스 정부도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권장한다. 바이오시밀러를 사용한 병원은 정부로부터 환급을 받고, 이 환급금은 담당 간호사의 고용 및 연구비에 쓰인다. 복제약이 궁극적으로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윈-윈(win-win)인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
-염증성 장질환 치료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보시나.
“향후 10년 안으로 집에서 환자가 직접 하는 치료가 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또 병용 요법에 대한 보다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
-집에서 직접 하는 치료라는 건 어떤 치료를 뜻하나.
“인플릭시맙을 정맥주사(IV)가 아닌 피하주사(SC)로 맞는다거나, 먹는 약을 개발한다거나 그런 것들을 뜻한다. 낭시종합병원에서는 염증성 장질환 치료를 램시마SC로만 하고 있다. 정맥주사에 거부반응을 보인 환자를 대상으로 피하주사로 전환을 진행했는데, 절반이 피하주사에도 효과를 보면서, 램시마SC의 효능이 입증됐다. 램시마SC는 단독 요법으로도 쓸 수 있고, 효능도 좋으니,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환상적’이다.”
-피하주사가 그렇게 효과적인가. 얀센도 피하주사형 레미케이드 개발을 검토했다가 중간에 그만 둔 것으로 알고 있다. 오리지널 개발자인 얀센이 개발을 시도했으나, 출시하지 않은 이유가 있지 않나.
“얀센에 SC제형의 인플릭시맙을 개발해 줄 것을 의사들이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결과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맥주사형인 레미케이드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꿔서 개발하려면 그만큼의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데, 오리지널 개발자인 얀센의 입장에서는 특허가 만료되면 바이오시밀러가 쏟아질텐데, 그런 상황에서 피하주사 제형 개발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이 사업적으로 맞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오리지널 개발자가 아닌 셀트리온 같은 바이오시밀러 업체가 개발하는 상황이 됐다고 본다.”
-의사들이 제약사들에게 SC제형 개발을 제안한 이유가 있나.
“환자들은 집에서 치료하는 것을 선호한다. 병원에서 정맥주사를 맞는 건 환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주사를 맞을 수 있으니, 사회적 측면에서도 환자의 생활이 개선된다. 우리 병원에서 인플릭시맙을 정맥주사로 맞던 환자에게 피하주사를 처방했는데, 아주 만족했다.”
-간호사들 반응은 어떤가. 정맥주사 일감이 줄어들면, 간호사는 손해 아닌가.
“전혀. 정맥주사로 인플릭시맙을 투여하는 시간을 좀 더 가치있는 치료 지원에 쓸 수 있게 됐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어느 나라든 간호사를 포함한 보건 의료 자원은 부족하다. 의료 자원의 소중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얘기를 안할 수가 없다. 유럽에서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이미 쓰이고 있다고 들었다. 미국에서는 올해부터 쓰인다고 한다. 세계적 트렌드가 궁금하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건 맞지만, 최신형 휴미라를 따라잡은 바이오시밀러는 많지 않다.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들은 저농도에, 약물 성분 변형을 막는 완충제로 구연산염(시트르산염)을 넣어서 주사할 때 통증이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유플라이마는고농도에, 구연산염을 제거한 제형으로 최신형 휴미라와 가장 유사하고, 비용도 저렴하다.”
바이오 의약품은 약물 성분의 변형을 막는 완충제로 구연산염을 넣는데, ‘산(酸)’ 성분이라 몸에 주입할 때 통증을 유발한다. 휴미라는 지난 2019년 이런 문제점을 개선한 신제품(휴미라펜 구연산염프리)을 내놨다.
-휴미라를 유플라이마로 전환한 환자들의 만족도 조사가 나온 게 있나.
“염증성장질환(IBD)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YU-MATTER’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4명의 환자에 대한 분석을 마쳤는데, 이 환자들은 유플라이마로 바꾼 것에 만족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표본 크기가 아직은 적지만,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를 통해 효능과 안전성 외에 환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요소들을 확인하려고 한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바이오시밀러가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나.
“그렇다고 생각한다. 사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유럽에서 인기 있는 기업이다. 프랑스와 유럽 의사들에게 ‘바이오시밀러’로 떠오르는 기업을 뽑으라고 하면 10명 중 8명은 셀트리온헬스케어를 꼽을 것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학술 연구를 적극 지원하고, 인플릭시맙 피하주사제형을 보유한 유일한 바이오업체다. 여기에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로 개발한 유플라이마도 최신형 휴미라와 가장 유사하다.”
-한국 정부가 K-바이오 육성에 나서고 있다. 한국 제약 바이오가 경쟁력이 있다고 보나.
“셀트리온헬스케어와 같은 기업을 보면, 한국의 제약 바이오 산업을 프랑스와 비교해서 크게 뒤쳐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한국은 이미 잘하고 있다. 프랑스 제약사들도 혁신 신약을 매일 내놓진 않는다. 한국도 헬스케어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성공 경험을 쌓아가면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나저나 염증성 장질환 원인에 대한 연구는 어디까지 진행됐나. 아직도 원인은 모르는 건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염증성장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가공 식품, 과도한 당 섭취, 섬유소 부족이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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