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산채로 타죽어봤나”...법정에 출석한 4·3유족의 절규
정치인 폄훼 발언·현수막 등에 대해
“이미 많은 상처, 이제 좀 함께 살자”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강건 부장판사)는 18일 군법회의 수형인 30명에 대한 27차 직권재심에서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3월 29일 40명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직권재심으로 총 731명이 억울함을 푼 것이다.
앞선 재판과 마찬가지로 이날 재판을 받은 30명 모두 사망 혹은 행방불명돼 유족이 대신 재판에 참석했다.
제주4·3 당시인 1948년에서 1949년 사이 군·경에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군사재판을 받은 뒤 육지교도소에서 소식이 끊긴 것이다.
유족 A씨는 “법정에 나와보니 동네 선배가 드문드문 보인다. 모두 북촌리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라며 “우리 가족도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4형제 등이 떼죽음을 당했다. 남은 건 아버지와 할머니뿐”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당시 병들어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의 경우는 집 안에서 산채로 타죽었다. 이후 시신을 수습했을 때는 할아버지의 (고통스러워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안타까움을 더했다”며 “하지만 4·3이 일어난 지 70여년이 지났는데도 4·3을 폄훼하는 행위들이 벌어져 안타깝다. 앞으로는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지 않고 상생했으면 좋겠다”고 염원했다.
B씨(80)도 “4살 때 북촌리 사건 현장에 있었다. 비석에 20대 어미와 1살 난 아기 이름이 함께 새겨진 모습을 보면 아직도 괴롭다”며 “4·3은 어떠한 쟁점도 돼서는 안 된다. 유족들은 이미 많은 상처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B씨는 “아내도 4살 때 부모님을 다 잃어 고아가 됐다”며 “(지난 3일 4·3추념식 때) 학살의 원흉이었던 서북청년단 관련 현수막을 보면서 아내가 떠올랐다. 오늘 제주에 강풍이 불고 있는데, 이 바람이 (4·3 폄훼와 관련된 주장들을) 모두 날려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족 증언을 모두 청취한 강건 부장판사는 “4·3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75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 대한민국 헌법에 의해 양심에 따라 선고하겠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이어 “오랜 세월 형언할 수 없는 고통 속에 놓인 희생자들의 영혼이 (이번 판결로) 안식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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