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사장 조국 북콘서트 사회에 "선 넘었다" 내부 비판 빗발

김예리 기자 2023. 4. 18. 14: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연호 대표 조국 북콘서트 사회, 친분·사생활 발언 오마이TV로 중계
노사 대화서 "'열린 진보' 아닌 친민주당, 친조국" "젊은 기자들 무력감에 퇴사"
오연호 대표 "사업영역, 저널리즘 원칙 무관…행사 계속 할 것"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오마이뉴스 내부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이사가 진행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책 출간 행사를 놓고 격렬한 비판이 일었다. 오연호 대표가 조 전 장관 북콘서트 사회를 맡고 조 전 장관과 친분이나 가족의 사생활에 대한 발언을 이어가면서, 언론노조 오마이뉴스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언론 독립성을 위배한 행보라고 반발했다. 오 대표는 '행사는 언론 독립성과 무관하다'고 밝히는 한편 '친민주당 기조는 경영 관점에서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노조 오마이뉴스지부는 지난달 30일 지부 요구로 오연호 대표와 노사 대화 자리를 가졌다. 오마이뉴스 유튜브 채널 '오마이TV'가 '조국의 법고전산책'(오마이북 출판) 북콘서트를 열고 이를 중계한 것을 두고서다. 오 대표가 행사 사회를 맡아 조 전 장관, 그의 딸 조민씨와 대담을 진행했다. 이는 오마이TV의 '오연호가 묻다' 코너에 올라왔다.

오연호 대표 사회 맡아 “내 친구 조국”…“MBTI” “자녀 어떻게 키웠나” 질문 나와

북콘서트 영상을 보면 오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나(조국)의 한계까지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원고지 수천 장을 꿋꿋이 써나간 데 대해서 내가 옛날부터 만났던 친구 조국이 잘 버텨줬구나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책 중간에도 '저 역시 진보지식인이자 학자로 분류되고 그런 방향으로 살아가려 노력하지만 모순점과 부족한 점이 많을 것이다'라고 옮겨놓는 심정이 다가오니까 인간 조국이 느껴지고, 껴안아주고 싶고 그런 마음이 들었다”고 발언했다.

▲오마이뉴스 유튜브 채널 오마이TV는 지난달 17일 오연호 대표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진행하는 '조국의 법고전 산책'(오마이북 출판) 북콘서트를 진행했다. 오마이TV '오연호가 묻다' 콘텐츠 갈무리

방청석 질문 시간엔 객석에서 조 전 장관을 향해 “MBTI(엠비티아이 성격유형)이 어떻게 되시는지” “식단관리를 하는지” “인생에서 잘한 것과 후회되는 것” 등 질문이 나왔다. “어쩌면 딸내미를 그렇게 잘 키워놨는지” 묻는 관객 질문에 조 전 장관이 “딸은 스스로 크기 때문에”라며 “제 말 잘 안 듣는다. 혼자 컸다, 혼자”라고 답변하는 대목도 영상에 포함됐다. 오 대표는 행사 중반에 출연한 조민 씨에게 조 전 장관의 MBTI 유형을 설명해달라고 물었고, 조민 씨가 “ISTJ”라며 “청렴결백한 논리주의자”라 답했다. 오마이TV는 관련 대목을 별도 유튜브 클립(꼭지)으로 제작해 업로드했다.

오 대표는 대담에서 “재판 받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다, 스트레스가 굉장히 많을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푸는 편인가” “1심 재판은 유죄 나왔는데 2심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등을 조 전 장관에게 물었다. 행사 끝무렵엔 “(조 전 장관이) 간단치 않은 상황인데 쓰라린 가슴 안고 우리에게 좋은 선물 해준데 대해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오마이뉴스지부 공정보도위원회는 북콘서트에 앞서 콘텐츠사업부에 조합원들의 북콘서트 관련 의견을 수렴해 우려를 제기했고, 오 대표는 조 전 장관의 상황과 무관하며 책 판매를 위한 행사라고 밝힌 터였다.

▲오마이뉴스 유튜브 채널 오마이TV는 지난달 17일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진행하는 '조국의 법고전 산책'(오마이북 출판) 북콘서트를 진행했다. 오연호 대표. 오마이TV '오연호가 묻다' 콘텐츠 갈무리

“기자들, '조국과 무슨 관계냐' 질문 받아” “창간정신 '열린 진보'에 맞나”

이후 오마이뉴스지부가 오 대표와의 대화 자리를 요구했고, 조합원들은 북콘서트와 오 대표의 행보를 두고 날선 지적을 제기했다. 수익을 이유로 언론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언론사 대표가 조 전 장관 북콘서트 사회를 보고, 조 전 장관과 친분을 강조하며 감싸거나 개인 신변 관련 호감도를 높이는 발언을 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다.

박소희 오마이뉴스지부장은 이 자리에서 조합원 의견을 전하며 “MBTI도 그렇고 행사가 북콘서트보단 팬미팅에 가까웠던 거 아니냔 의견이 나왔다”며 “조국 사태가 한국 사회에 큰 사건임을 감안할 때 사전 내부 의견 수렴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소속 기자로서 돈 번다는데 싫어할 이유 없지만 '조국이 너네랑 무슨 관계냐'는 질문을 받을 땐 걱정된다는 의견”도 전했다.

박 지부장은 “일반적인 책이나 행사면 (회사가) 열심히 하신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이 아니기에 절차를 자꾸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돌이켜보면 2019년 사태 당시부터 조국이란 인물과 사태에 대한 토론이 없어 여기까지 온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고도 했다.

오연호 “조국사태 본질, 입시비리보단 검찰개혁 저항정치갈등” 주장

오연호 대표는 사업 부문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한편 행사와 발언에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오 대표는 “출판사로서 프로모션”이라며 “파트별로 일정한 독립성과 자율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조국 사건의 본질이 입시 비리와 몇 가지의 잘못된 일을 한 것이 초점이라기보단 두 가지”라고 했다. “하나는 조국이 검찰개혁 추진하려 했고 윤석열을 포함한 검찰 집단이 저항하면서 사안이 확대된 측면”이라며 “두 번째로 조국이라는 여권의 잠재 대선후보, 윤석열이란 야권 대선후보 사이의 정치적 갈등, 정무적 무엇이 상당히 많이 개입돼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진보 아닌 친민주당” 지적에 “경영 관점, 친민주당 할 수밖에, 행사 계속할 것”

박소희 지부장은 “민주당은 최근 지적받는 것 하나가 강성 지지층 문제다. 그게 우리의 독자층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며 “'열린 진보'라는 창간정신을 실제로 우리가 잘 구현하고 지향하고 있나. 안팎의 우려를 보면 진보가 말 그대로 진보 아닌 '친민주당 반윤석열반국힘'으로 자리잡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오 대표는 이에 친민주당 구도가 언론사 수익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친민주당이라는 지적을 받을 때 경영자인 나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정당과 관계로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봤을 때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친정의당 할 수 있는데 독자 폭이 너무 좁다, 경영적 관점에서”라고 했다. “(오마이TV가) 팩트를 짜깁기해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하는 것은 없었다고 자부한다”고도 했다.

A 기자는 이에 “친민주당 파이가 크니까 거기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들린다”고 했다. 사업부의 자율성 관련 답변엔 “독자들은 콘텐츠사업부가 뉴스와 독립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동일시한다. 상근 기자는 (조 전 장관) 비판 기사를 쓰고 시민 기자는 또 다른 걸 쓰고, 책은 나오고. (보도와 사업을) 안일하게 편의적으로 나누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오연호 대표는 “이런 생각하는 사람들이 직원 중 몇 프로인가”, “대표가 왜 움직이나 그런 생각하는 사람이 몇 프로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오연호가 사장으로 있는 한 책이나 유튜브 등에서 사회 보는 건 할 것이다. 사업 영역이니까 하지 말라고는 마라. 단 우려하는 지점에 선을 넘는다든가 그런 의견 수렴했으니 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들 “저널리즘의 선 넘었다, 독자들 오마이 보도 못 믿어” “독자층 확대 못해”

기자들은 오마이뉴스 사측의 민주당 친화 기조가 독자의 신뢰를 저버리고 독자층 확대에 한계를 짓는다고 문제 제기했다.

B 기자는 “북콘서트 영상을 다 봤고, 저널리즘의 선을 넘었다. 최소한의 독립성이 지켜지지 않았다. 아슬아슬한 경계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앞으로 조국 전 장관 기사를 쓸 때 오마이뉴스 콘텐츠를 믿을 수 있나. '저쪽은 저기랑 친구지' 생각하는 순간 믿을 수 있나. 그래서 독립성이 중요하다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는 “(북콘서트 행사에 대한) 댓글을 쓰고 나서 '넌 여기서 월급도 많이 못 받고 명예로운 직업도 아니고 (오마이뉴스 논조에) 동의도 못하는데 왜 남아 있냐'는 말을 들었다”며 “나가는 사람 붙잡고 왜 나가냐 진지하게 물어보는 게 아니라 남아 있는 사람에게 '왜 남아 있냐'고 묻는 곳이다. 이걸 진지하게 생각하고 계신가”라고도 했다.

▲오마이뉴스 로고

오 대표는 “조국 책 출판과 북콘서트 가지고 저널리즘 원칙 얘기하는 건 맞지 않다”며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설정한 독자의 아마 60~70%는 지지할 것”이라며 “오마이뉴스 신뢰와 상관 없다”고 했다.

C 기자는 “언론사가 정파적 한계 갇히면 젊은 층으로 독자층 확대가 가능할까”라며 “친민주당적인 수익 없어도 친조국 수익은 추구하고 있지 않나. (그것이) 2030 세대에 얼마나 소구될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국사태 현장에서 기자로서 이 문제 얘기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타사기자들도, 젊은 기자들도 우리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무력감을 느낀다”며 “그때 받은 상처로 젊은 기자들 많이 퇴사했다”고 했다.

D 기자는 “오마이뉴스에 언론윤리와 정파성 논란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소수 항의로 치부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했다. A 기자는 “좋은 보도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 컨텐츠사업부가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며 “원칙과 수단의 선후가 바뀌면 안 된다. 컨텐츠사업부에서 고민을 되뇌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내부에선 이른바 민주당 친화 논조의 콘텐츠가 발행되는 것을 두고 내부 기자들의 비판이 제기돼왔다. 앞서 2021년 12월 오마이뉴스 3~10년차 기자 18명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사생활 의혹을 받아쓴 자사 보도에 비판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오연호 대표는 18일 통화에서 조합원의 반발을 두고 “언론사 내부서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것을 토론하는 건강한 자리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 대표의 행보가 언론 독립성을 위반했다는 비판에는 “북콘서트는 프로모션 차원의 행사”라고 했다. '경영 관점에서 친민주당 기조가 불가피하다'는 발언의 의미에는 “전체 맥락을 잘 이해해달라”고 했다. 오마이TV는 지난달 28일 광주, 지난 11일 부산에서 오연호 대표가 사회를 맡는 조 전 장관 북콘서트를 두 차례 더 진행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월 자녀 대학교·대학원 입학을 위한 입시비리와 사문서위조,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법원은 자산 은닉, 증거 인멸 교사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조 장관 역임 당시 불거진 '조국 사태'는 공정성 논란과 특권층에 대한 비판을 촉발했다.

[미디어오늘 바로가기][미디어오늘 페이스북]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