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알았나…검, 돈봉투 인지·지시 규명에 초점
지시 정황 드러나면 공범 수사 불가피…법조계 "인지만 했어도 공범 가능"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조다운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수사의 종착점은 송영길 전 대표로 모인다.
현역의원, 대의원, 지역 조직에 50만∼300만원씩 든 돈봉투 수십개를 살포하는 데 송 전 대표의 당시 캠프에 참여한 인사들이 관여했다는 정황이 점점 유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돈봉투 살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검찰 수사의 나침반은 당 대표 선출이라는 정치적·실질적 이득을 본 송 대표를 가리키게 되고 이를 규명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수순이 될 전망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현재 압수물을 분석하고 돈봉투에 쓰인 자금이 마련되는 경위, 자금의 전달 통로, 이를 받은 당내 인사들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에 주력하는 단계다.
송 전 대표를 당장 직접 조사해야 하는 시점은 아니라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지만 송영길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돈봉투 살포 과정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조사 시점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다.
여기에 검찰로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공개석상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공개 요청해 현역 야당 정치인들이 얽힌 수사를 앞두고 정치적 편파성 시비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나게 됐다.
수사의 핵심은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살포를 지시하거나 인지했는지, 또는 적어도 묵인했느냐다.
검찰이 확보한 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취파일에는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살포를 인지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
이 전 사무부총장은 돈 봉투 자금 조달책인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과의 통화에서 송 전 대표가 강씨가 돈을 쓴 사실을 안다는 취지로 말했다.
공여자로 지목된 이성만 의원도 이 전 사무부총장에게 송 전 대표와 있던 자리에서 '돈봉투 살포 계획'을 언급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별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인 이 전 사무부총장도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통화내용 사실에 대해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송 전 대표는 사건이 이 전 부총장의 개인적 일탈일 뿐, 자신은 잘 모르는 내용이라며 연루 의혹에 거듭 선을 긋고 있다. 그는 당의 요청에도 귀국 시점에 대해서는 즉답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우선 공여자에 대한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수사결과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살포를 지시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범으로 수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송 전 대표가 직접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관련 사실을 인지했다면 캠프의 정점인 당대표 후보라는 위치를 고려할 때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운다.
고검장 출신 법무법인 율촌 김경수 변호사는 "지시 여부보다 송 전 대표가 범행을 인식했냐는 것이 중요하다"며 "송 전 대표는 (살포) 행위의 이익을 향유·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형법상 공범이 된다"고 말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단순히 제3자가 안다고 해서 공범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송 전 대표는 상황이 다르다"며 "권한과 책임, 보직이 있는 상태에서 안다는 것은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적극 제지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송 전 대표의 혐의 여부를 판단할 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송 전 대표가 뒤늦게 인지했다면 공범 적용이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의견이다.
재경지법의 부장판사는 "돈 봉투 살포 행위가 끝난 뒤 사실을 인지했다면 송 전 대표에 대해 형법상 처벌은 어렵다"고 했다.
따라서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살포를 지시 혹은 인지했는지, 인지했다면 언제 어느 수준까지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혀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정근 녹취록' 자체는 이정근이라는 사람이 송 전 대표의 말을 전달한 것으로, 송 전 대표가 부정해버리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녹취록의 정황을 뒷받침할 신빙성 있는 진술이나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수사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binz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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