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차승원 예언 통했나…오뚜기 '진라면'의 반란 [이미경의 인사이트]
"사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게 진라면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니면 어떻습니까 이렇게 맛있는데 언젠가는 1등 하지 않겠습니까."
2005년 오뚜기 진라면 광고 속 모델의 멘트다. 삼양식품, 농심에 비하면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끊임없는 맛 연구·개발(R&D)을 통해 매출규모를 키우겠다는 오뚜기의 포부가 담긴 문구였다.
18년 전 오뚜기의 이 포부는 현실화하고 있다. 오뚜기는 2017년부터 현재까지 시장 점유율 20% 중후반 대를 유지하며 '부동의 업계 1위' 농심을 위협하는 어엿한 선두업체로 자리매김했다.
◆1020 중심으로 용기라면 인기…탄탄한 미래 고객층 확보
특히 오뚜기라면의 밝은 미래를 나타내는 건 용기라면의 인기다. 지난해 오뚜기의 용기라면 매출액은 전체 라면제품 매출액보다 훨씬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오뚜기 국내 라면 매출액은 2020년 5700억원에서 2021년 5600억원으로 1.8% 줄었다가 이듬해 6200억원으로 10.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용기라면 매출액은 각각 7%, 17%씩 불어났다.
용기라면의 인기가 의미있는 건 해당 제품의 주 타깃이 젊은층이라는 점이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올해 1~3월 오뚜기 용기라면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용기면 매출이 28.1% 증가한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불어난 것이다. 연령대별로는 오뚜기 용기라면을 선택한 1020 소비자 비중이 타제품의 1020 소비자 비중보다 5%포인트 높은 37%로 집계됐다.
입맛과 취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어 일찍이 오뚜기 라면 맛에 길들여진 젊은 소비자는 향후에도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충성도 높은 소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오뚜기는 젊은 소비자를 잡기 위해 마케팅에도 공들이고 있다. 진라면 출시 35주년이었던 지난해에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진을 새 광고 모델로 선정해 1020 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에 속도를 높였다.
◆함영준 회장 강력한 리더십으로 종합식품사 시너지 발휘
오뚜기가 용기라면을 비롯해 판매 제품을 다각화하는 데는 그간 축적했던 종합식품기업의 노하우가 시너지 효과를 냈다. 진라면과 함께 오뚜기의 대표 면제품으로 꼽히는 참깨라면만 하더라도 달걀과 참기름 등 음식재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성공적인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는 것이 자체적인 평가다. 참깨라면은 면, 건더기에 더해 달걀 블록 및 조미 참기름이 추가로 들어있어 고소한 맛이 극대화된다는 점이 다른 라면과의 차이점이다.
맛을 위한 실험을 위해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 것도 한몫했다. 함영준 회장이 라면 맛 개선을 위해 주기적으로 경영진과 함께 시식회를 여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화다. 오뚜기는 함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진라면 맛을 세 차례 리뉴얼했는데, 당시 진라면 연 매출액은 2011년 700억원에서 2013년 104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복작복작' 신제품 선보이고 해외시장 공략
오뚜기는 향후에도 종합식품기업의 강점을 살려 판매 제품 다양화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판로를 확대할 예정이다.
오뚜기는 식재료 외에 조리 방식을 새롭게한 제품도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오뚜기는 지난해 '복작복작 조리법'을 개발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복작복작 조리법은 기존 조리법 대비 물을 200mL 적게 넣고 중간에 물을 버리는 조리과정을 생략한 조리법이다. 조리과정이 간편한데다 라면의 진한맛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지난해 출시한 짜장라면 '짜슐랭'이 해당 조리법을 적용한 대표 제품이다. 이후 오뚜기는 해당 조리법을 자사 대표 볶음면인 '진짜장', '진진짜라', '크림진짬뽕', '스파게티' 등 봉지라면 총 5종에 확대 적용했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힘을 실을 예정이다. 오뚜기의 작년 해외 매출은 3264억원으로 전년 대비 19.2% 늘었다. 오뚜기 전체 매중 가운데 해외 비중이 처음으로 10%를 돌파한 것도 작년이다.
특히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곳은 베트남 법인이다. 베트남 법인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43% 증가한 646억원이다. 오뚜기는 2018년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박닌공장을 준공해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법인의 성장세도 괄목할 만하다. 오뚜기 미국 법인의 작년 매출은 922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불어났다. 오뚜기는 북미 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남부 온타리오의 물류센터를 인수했다. 물류센터를 기점으로 라면, 카레, 소스 등의 제품 수출을 늘릴 계획이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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