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꾼들 ‘2차 가해’에 또한번 우는 전세사기 피해자들

박준철 기자 2023. 4. 1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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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꾼들, 피해자에 “대출 받아 살던지·웃돈 주고 사라”
피해자들, 보증금 한 푼 못 건지고 쫓겨나
대책위, 경매 유예·우선 매수권 등 요구
지난 17일 숨진 채 발견된 전세사기 피해자인 30대 청년의 빈소가 18일 인하대병원에 마련됐다. 유족 제공
전세사기 피해자인 30대 청년이 숨진 채 발견된 17일 피해자가 거주한 인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현관문에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알리는 안내문 등이 붙어 있다. 인천에서는 이 청년을 포함해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인천에서 전세사기로 청년 3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해 법원의 부동산 경매를 일시 중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싼 값에 집을 낙찰받은 경매꾼들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추가로 대출받아 전세 계약을 다시 하거나 웃돈을 주고 사라. 그게 아니면 나가라”고 요구하면서 이들의 정신적 고통이 극심해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경매꾼들의 이런 요구가 전세사기에 이은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18일 인천시에 따르면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가구는 1802가구로, 이 중 1235가구에 대한 경매가 시작됐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인천에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는 1737건으로 피해액은 2433억원에 이른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는 인천지방법원에서 진행되는 부동산 경매 중 미추홀구 물건은 인천과 경기 등에 2700여채를 소유한 이른바 ‘인천 건축왕’이 대출이자 연체 등으로 넘어간 것들로 파악하고 있다.

인천지방법원은 미추홀구의 부동산 중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173건에 632개라고 밝혔다. 이 법원 관계자는 “감정가로 진행되는 경매는 유찰 때마다 낙찰가격이 30% 씩 떨어진다”고 말했다.

전세보증금 9000만원과 은행 담보금 1억5500만원에 살던 미추홀구의 A씨가 살던 아파트 60가구는 경매에 통째로 넘어갔다. 감정가는 2억원이 넘지만 법원에서 1~2차례 유찰돼 경매 낙찰가는 1억1000만∼1억5000만원이었다. 경매로 낙찰받은 새 집주인은 전세사기 피해자 A씨에게 1억8000만원에 살던 집을 사던지, 아니면 비워달라고 했다. 결국 A씨는 빈손으로 쫓겨났다.

경매에 넘어간 또 다른 아파트는 감정가는 2억1000만원이지만 유찰돼 1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이에 미추홀구 전세사기 대책위원회는 전세사기 피해로 한몫을 챙기려는 경매꾼들이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가하고 있다며 경매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전세로 살던 집을 임차인들이 경매로 받을 수 있도록 ‘우선 매수권’과 ‘저금리 대출’을 해줘야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추홀구 피해자들의 경우 애초에 근저당권이 설정된 채로 전세 계약을 해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전세 보증금을 더욱 되찾기가 힘들다. 법에 따라 소액 임차인은 최우선 변제금을 받을 수 있지만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7일 사망한 B씨 경우도 전세 보증금이 9000만원이어서 최우선 변제금 지급 기준(8000만원)보다 높아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17일 열린 긴급 현안 점검회의에서 이원재 국토교통부 1차관에게 현재 경매가 진행 중인 주택에 대한 경매 유예와 경매 시 피해자 우선 매수권 부여, 대출한도 제한 폐지, 긴급 주거지원에 따른 이주비 지원 등 특단의 대책을 요청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경매는 법원 소관이고 다른 채권자와 금융권 등 사인 간에 얽힌 채권 관계가 너무 많고 복잡해 경매 유예는 결국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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