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로 숨진 청년들에겐 임대차보호법도 ‘무용지물’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 청년 3명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운데 이들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전세사기 피해로 잇따라 숨진 3명은 전세보증금을 최대 25~32%까지 올려줬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주택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원하면 5% 이내 범위에서만 임대료를 인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17일 숨진 A씨(31)는 2019년 9월 보증금 7200만원을 주고 전세 계약을 맺은 후 2년 뒤 2021년 9월 임대인의 요구로 1800만원을 올린 9000만원에 재계약했다. 임대료를 25% 올린 것이다. 지난 14일 숨진 B씨(26)도 2019년 8월 6800만원짜리 오피스텔에 입주했다가 2021년 8월 재계약 때는 9000만원으로 32% 올려줬다.
임대료를 과도하게 올려줘 경매에 넘어갔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최우선변제금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전세보증금이 8000만원 이하였다면 최우선변제금으로 2700만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2021년 당시 계약금이 9000만원으로 올라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B씨는 보증금 9000만원 중 3400만원을 최우선변제금으로 일부 구제받을 수 있는 반면 5600만원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난 2월 숨진 C씨(37)도 전세금이 7000만원으로 소액임차인 전세금 기준액인 6500만원보다 불과 500만원이 많았던 탓에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는 “숨진 청년들이 재계약한 시점은 2021~2022년 집값 상승으로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임대인의 인상 요구를 받아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 관계자는 “검찰이 사기 혐의로 구속한 ‘인천 건축왕’에게 고용된 공인중개사들은 문제가 생기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대신 갚아주겠다는 이행각서를 작성해 세입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전세 보증금을 5% 이내로만 올릴 수 있도록 규정하지만 임대·임차인 간 합의가 있으면 인상률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다.
한국부동산원 인천지사 관계자는 “임차인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는데도 5% 이상 올렸다면 부당이득으로 반환 받을 수 있다”며 “숨진 청년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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