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농장에 웬 가상화폐 채굴장이? 감사원 전국 불법 농막 1만7천개 적발

조희형 joyhyeong@mbc.co.kr 2023. 4. 1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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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가 성긴 흙바닥에 컨테이너가 놓여있고, 지붕은 초록색 차양으로 덮여있습니다.

감사원은 오늘(18일) 보도자료를 내고 2022년 2월부터 5월까지 전국의 20개 지자체에 설치된 농막 3만3천140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1만7천149개가 농막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되거나 불법 증축된 것을 확인하고 시정을 요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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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가 성긴 흙바닥에 컨테이너가 놓여있고, 지붕은 초록색 차양으로 덮여있습니다. 보안시설로는 보이지 않지만 사설 CCTV 안내판까지 붙어있습니다. 컨테이너 뒤에는 환풍기 21대가 설치돼 있습니다. 제주도 제주시의 한 농막에 설치된 가상화폐 '이더리움' 채굴장입니다. 가상화폐 채굴 시설은 전력 소비가 많기 때문에 돌아가는 컴퓨터의 열을 식혀주려면 환풍기가 필요합니다.

경기도 양평군의 한 저택. 마당에는 잘 정돈된 잔디가 깔려있고, 자갈길이 나 있습니다. 곳곳에는 나무를 심어 조경을 한껏 꾸며놨습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이라고 할 만한 거주 시설은 농막이었습니다.

농막은 농기계 보관, 농산물 간이 처리, 농사 중 일시 휴식을 위해 설치하는 시설로, 연면적 20㎡ 이하여야 하고, 주거 등의 목적으로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잘못 설치된 농막은 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자연도 훼손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됩니다.

감사원은 최근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별장형 농막이 증가하는데도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부처가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제도를 정비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지난해 농막에 대한 단속을 벌였습니다. 감사원은 오늘(18일) 보도자료를 내고 2022년 2월부터 5월까지 전국의 20개 지자체에 설치된 농막 3만3천140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1만7천149개가 농막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되거나 불법 증축된 것을 확인하고 시정을 요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제주시나 양평군도 이번에 적발된 사례들입니다. 또 이같은 내용을 확인하고도 조치하지 않은 공무원 등 7명에 대해선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이번 감사에선 충남 금산군의 한 업체가 군청의 허가를 받아 임야를 농지로 변경해 농막을 24개 설치해 '주말농장', '체험영농' 명목으로 33명에게 분양한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감사원은 농업인의 농업에 이용돼야 할 농지가 금산에 거주하지도 않는 비농업인에게 분양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농림축산식품부는 2010년부터 귀농·귀촌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창업이나 주택 구입 자금을 2%대의 저금리로 빌려주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기도 양평군, 강원도 춘천시, 홍천군 3개 지자체에선 거주 목적으로 쓰일 수 없는 농막에 전입 신고를 한 31명이 50억 원에 가까운 해당 자금을 융자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감사원은 현장 조사한 일부 농막에는 "화장실도 없는 등 사실상 사람이 거주한다고 볼 수 없었다"고 양평군의 관리 소홀을 지적했습니다.

조희형 기자(joyhyeong@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3/politics/article/6475178_361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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