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갤3’, 한국영화 ‘악녀’에 영감 받았다”
“1960년대 프랑스 뉴웨이브, 1970년대 미국의 뉴아메리칸 시네마, 1990년대 홍콩영화 등이 세계 영화를 이끌었다면 지난 10년은 한국영화가 주인공이었다고 생각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은 한국영화 <악녀>(2017)에 영감을 받았다.”
마블시네마유니버스(MCU)에서 가장 개성 넘치는 프랜차이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이하 가오갤3)의 5월3일 개봉을 앞두고 제임스 건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한국을 찾았다. <가오갤3>은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가오갤팀의 내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임스 건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 <마더>(2009) 등 한국영화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고백하며 “<가오갤3> 홍보투어 시작 장소가 한국이라 더 뜻깊다”고 내한 소감을 밝혔다.
<가오갤3>은 사납고 냉정한 듯하면서도 때때로 인간보다 인간적인 눈빛으로 ‘츤데레’의 매력을 보여주는 로켓의 역사를 집중 조명한다. 또 죽은 줄만 알았던 가모라(조에 살다나)를 다시 만나게 된 피터 퀼(크리스 프랫)과 가모라의 새롭게 시작되는 사랑도 관전포인트.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제임스 건 감독은 “로켓은 나의 분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2011년쯤부터 개발한 <가오갤>의 이야기 시작이 로켓이었다. 로켓은 분노에 가득 찬 작은 생명체로 이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궁극의 아웃사이더 같은 존재다. 이 캐릭터의 분노가 어디서 기원했는지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로켓을 마지막 편의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를 말했다.
17일 언론에 공개한 20분짜리 푸티지 영상에서 <가오갤3>은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라디오헤드의 ‘크립’을 어쿠스틱 기타에 맞춰 로켓이 노래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가오갤>1, 2편은 피터 퀼이 워크맨으로 듣는 음악에 인기 올드팝을 삽입해 대박을 치면서 다른 엠시유 영화들뿐 아니라 헐리우드 영화 전반에 올드팝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3편의 음악 선곡도 팬들의 궁금증 중 하나다. 제임스 건 감독은 “시리즈 마지막 편이라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컸고 관객들의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아 선곡을 하는데 정말 애를 먹었다”면서 “1970~1990년대 음악을 다양하게 담아 역대급 오에스티(OST)가 될 거 같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이 시리즈에서 피터 퀼을 연기하면서 세계적인 인기배우로 발돋움한 크리스 프랫은 “<가오갤>은 피터 퀼의 성장담 같다“며 “1편에서는 어머니를, 2편에서는 아버지를 알게 된 피터 퀼은 3편에서 자아를 발견한다. 스스로에 대해 깨닫고 팀의 리더로서 제대로 못했던 걸 3편에서는 보상하려고 애쓰면서 인생의 페이소스를 느끼기도 한다. 1, 2편보다 많은 감정을 연기할 수 있게 해준 대본과 연출 능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프랫은 가모라와의 러브라인에 대해 “가모라가 죽었다고 생각해 술만 먹으며 인생을 탕진하던 피터 퀼에게 다시 가모라가 나타난 건 기쁜 일이었지만 가모라는 퀼을 사랑하기 전의 시점으로 돌아온다. 재회한 게 도리어 아픔이 되는 것이다. 둘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가족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랫은 블랙핑크, 뉴진스 등을 좋아한다며 영화 뿐 아니라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배우들은 시리즈 종결과 함께 이제 떠나보내야 하는 캐릭터들에 대한 서운함도 밝혔다. 네뷸라를 연기한 캐런 길런은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슬프지만 좋은 각본,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한국인 엄마에게서 태어나 그동안 한국 음식이나 문화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보여준 맨티스 역의 폼 클레멘티프는 “<가오갤>에 2편부터 합류한 뒤 인생이 변했다. 이런 영화의 일부였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최근 엠시유 영화들의 고전과 이를 타개할 방향성에 대해 제임스 건 감독은 “<가오갤>은 사이즈는 크지만 캐릭터들의 감정과 연결에 집중하는 작은 영화였다”고 평가하면서 “엠시유에 더 많은 영화가 나오길 바라고 화려한 스펙터클과 더 멋진 슈퍼 히어로도 좋지만 캐릭터들에 좀 더 감성적으로 접근하면 좋을 거 같다. 캐릭터들이 이야기의 중심이 돼서 영화에 더 많은 감정을 실었으면 한다”고 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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