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아들 사흘간 방치...20대 엄마 "사망 예견 못해"
생후 20개월 아들을 사흘간 집에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20대 여성이 첫 재판에서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부인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류호중) 심리로 18일 열린 첫 재판에서 A(24)씨의 변호인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에 대해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유기·방임 혐의도 일부 부인했다.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남편이 집을 나간 이후 독박 육아를 하면서 아이가 잠들었을 때만 PC방에 갔다 왔다"며 "영유아 검진과 필수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가 "사망 전 60시간 동안 혼자 방치된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했나"라고 묻자 A씨는 아무런 대답을 못했다. A씨의 변호인은 "피해자 사망을 예견하지 못했다"고 대신 답했다. 피해자 친부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생계 유지를 위해 일을 하러 나간 것이 아닌 인터넷에서 알게 된 남자친구와 함께 있기 위해 집을 나가 아이를 방치했다"며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올해 1월 30일부터 2월 2일까지 60시간 동안 인천 미추홀구 빌라에 아들 B(2)군을 혼자 집에 두고 외출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지난 1년간 60차례에 걸쳐 544시간 동안 B군을 상습적으로 방임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17시간 넘게 B군을 혼자 집에 방치했고, 새해 첫날에도 남자친구와 서울 보신각에 가기 위해 B군을 집에 혼자 뒀다.
앞서 검찰은 피해아동이 장기간 반복된 방임으로 인한 심각한 발육 부진과 영양 결핍 상태에서 사망 무렵 60시간 동안 계속된 방임으로 발생한 탈수 등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여름 남편과 별거하면서 현재 거주지로 이사 왔으나 전입신고는 하지 않았다. 그는 남편으로부터 1주일에 5만~10만 원가량 생활비를 받았지만, 도시가스와 수도요금을 제때 내지 못하는 등 생활고를 겪었다. A씨 자택 우편함에선 도시가스요금 납부를 독촉하는 우편물이 발견됐고, 현관문에는 수도요금 미납 고지서도 붙어 있었다. B군 아동수당 10만 원과 양육수당 15만 원은 A씨 남편 계좌로 입금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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