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행렬 멈춰라"…전세사기 시민사회대책위 출범
"경매 중단 시급"…깡통전세 특별법 제정 촉구
"2월 28일 30대 남성 A씨, 전세 7천만 원, 나라의 제대로 된 대책 없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다는 유서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난 지 어제가 딱 49제였습니다."
"첫 희생자의 49일 추모 준비하는 와중에 들려온 잇따른 비보, 4월 14일 20대 남성 B씨. 공단에서 일해 모은 5천만 원과 대출을 통해 마련한 9천만 원 전세. 그 집을 마련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너무 기뻤다고 했답니다. 그 경제적 독립의 상징인 집이 그의 삶을 삼켰습니다."
"4월 17일 30대 여성 C씨. 새벽에 일을 나가 밤늦게 퇴근하는 여성. 보증금 9천만 원 그 집이 그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두 달 사이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가운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전국 단위 대책위원회가 18일 출범했다.
참여연대 등 6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전세사기·깡통전세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에 깡통전세 공공 매입 및 피해구제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며칠 사이 잇따라 전세 사기 피해 세입자가 세상을 등졌다. 전세 사기·깡통전세 문제는 사회적 재난"이라며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진 배경에는 정부 정책 실패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악성 임대인·공인중개사, 금융사와 보증기관 등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과 '빚내서 집 사라'·'빚내서 전세 살라'는 무분별한 대출 확장 정책으로 집값 전세값 폭등시키고 묻지마 보증으로 무책임 대출을 남발하고 등록 임대주택이나 가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감독도 하지 않고 방치한 게 정부"라고 지적했다.
미추홀구 깡통전세피해시민 안상미 대책위원장은 "지금은 살아남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더 걱정된다"며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모든 사람이 잠재적인 피해자"라고 울먹였다.
참여연대 김주호 사회경제1팀장은 "인천 미추홀구에서 두달 사이 3명을 잃었다. 제4, 제5의 희생자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죽음의 행렬을 반드시 멈춰야한다"며 "지난 3월 희생자들의 화장장까지 찾아와서 '선 지원 후 회수'를 검토하겠다던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금 어디있는가. 피해자들의 간곡한 요구에도 범정부 간담회 한 번 나오지 않는 추경호 기재부 장관은 뭐 하고 있는가. 무엇보다 이런 상황에서 입 한번 떼지 않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도대체 뭐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깡통전세 특별법 제정(공공매입과 피해구제 등) △전셋값(보증금) 규제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전세대출·보증보험 관리 감독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특히 대책위는 "피해자들이 경·공매로 언제 쫓겨날지 두려워하며 불안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특별법을 통한 피해 구제방안이 마련되기 전까지 경·공매부터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고금리, 집값 하락 등으로 경매나 압류 처분, 전셋값 하락이 발생해 임대인이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위험 상황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며 "전셋값 하락에 따라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기 어려운 깡통전세 문제가 급격히 증가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과거 정부에서 부도 임대주택 특별법을 제정해 부도 임대주택을 매입 후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해 기존 세입자들을 구제한 바가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깡통전세 주택의 공공매입과 피해구제를 핵심으로 하는 깡통전세 특별법을 조속히 논의해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세입자의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빌려주는 전세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는 현행 제도는 세입자의 주거권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며 "보증금을 주택가격의 70% 또는 공시가격의 100% 이하로만 받을 수 있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가입을 위한 보증금 요건도 같은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전세가율을 규제하는 것이 피해를 예방하는 근본적인 대책이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이날 오후 7시 30분 인천 주안역 광장에서 사망한 전세사기 피해자 추모 행사를 진행하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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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영 기자 mat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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