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의붓딸 이 빠지도록 때린 30대男···한겨울 베란다서 재우기도

연합뉴스

[서울경제]

“TV를 보는데 거슬린다”며 동거녀의 9세 딸을 이가 빠지도록 때리고 늦잠을 잤다는 이유로 11세 언니와 함께 베란다에서 재운 30대 남성에게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39)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으나 2심에서 이를 기각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항소5부(부장판사 김진선)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씨(39)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 관련기관 취업제한 3년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아동들이 피해사실에 대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아동학대 범행은 저항이 어려운 약자에 대한 범죄라는 측면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판결했다.

지난 2020년 A씨는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자신의 집에서 동거녀의 딸 B양(당시 9세)을 TV를 보는 데 주변에서 서성거린다는 이유로 발로 차고 주먹으로 몸을 마구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양의 이가 빠지고 무릎이 찢어졌는데도 계속 폭행했다고 알려졌다.

두 살 터울의 언니 C양 또한 폭행을 당했다. A씨는 C양이 늦잠을 잤다고 추운 겨울 얇은 잠옷만 입힌 채 자매를 베란다로 내쫓은 후 잠을 자도록 학대했다. 이때 A씨는 물과 음식조차 주지 않았다.

또 A씨는 2019년 여름 가출했다가 돌아온 C양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자신의 팔을 흉기로 자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공포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A씨의 학대는 평소 B양의 위생 상태가 좋지 않고 손목과 눈 주위에 멍이 자주 있는 것을 발견한 담임 교사가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그러나 A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의붓딸들을 학대한 사실이 없다”고 범행을 부인했다. 자매의 친모 역시 “둘째의 이가 빠진 걸 알았지만 유치라고 생각해 치료받지 않았다”며 한술 더 떠 “가출했다가 귀가한 큰딸에게 A가 생일 케이크도 사줬다”고 감싸고 들었다.

재판부는 “친모가 ‘유치 아닌 영구치’가 나왔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큰딸 생년월일이 12월인데 여름에 생일 케이크를 사다 줬다는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학대의 정도가 심하고, 피해 자녀들이 느낀 신체·정신적 고통이 매우 큰 데도 A씨는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징역 2년과 취업제한 등을 명령했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