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 않는 열차를 멈춰세운 그들의 외침…신간 '전사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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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관계자들은 지난 2021년 12월 분주한 출근길 지하철 역사에 나타났다.
인권운동가 홍은전 씨가 쓴 '전사들의 노래'(오월의봄)는 거대하고 견고한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 균열을 낸 6명 운동가의 생애를 통해 전장연 출근길 지하철 시위의 기원을 추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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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관계자들은 지난 2021년 12월 분주한 출근길 지하철 역사에 나타났다. 이들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휠체어로 전동차 문이 닫히지 못하게 막는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했다. 열차는 오지도 가지도 못했고, 출근하려는 시민들의 발은 꽁꽁 묶였다. 도시의 리듬은 마비됐다.
인권운동가 홍은전 씨가 쓴 '전사들의 노래'(오월의봄)는 거대하고 견고한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 균열을 낸 6명 운동가의 생애를 통해 전장연 출근길 지하철 시위의 기원을 추적한 책이다. 저자는 이들에 대한 면밀한 인터뷰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고 있는 장애인의 모습을 생생하게 끄집어낸다.
책에 등장하는 여섯 명의 면담자는 현재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장애인 운동가다. 그러나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싸움꾼'이 된 건 아니었다. 운동에 뛰어들기 전, 그들은 이동권이 극히 제한된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들이 겪는 삶 전반의 모순을 깨닫기 시작했다. 학교에 배우러 갈 수도, 버스나 지하철을 탈 수도, 식당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운 것들이 사회적 '차별'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같은 생각을 지닌 동지들과의 만남이 그들의 눈을 뜨게 했다.
행글라이더 사고로 장애인이 된 박경석은 직업훈련을 배우고자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 다녔다. 그러나 기술을 배워 직장을 잡겠다는 작은 꿈을 실현하는 대신 그곳에서 운동의 동지를 만났다. 그들의 영향으로 그는 '노들장애인야학'에 눌러앉았고, 1997년부터 2021년까지 24년간 교장으로 일했다. 그는 거리의 장애인들과 어울리며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해 오늘도 싸우고 있다.
이규식은 '노들장애인야학'을 통해 세상을 알게 됐다. 그는 1999년 혜화역에서 리프트 추락 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을 때 야학 사람들과 함께 지하철공사에 손해배상을 청구, 승소하기도 했다. 노금호는 대구대 재학시절 장애인권 동아리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꾸려 활동하고 있다.
책은 대구의 질라라비야학에서 새롭게 눈을 떠 삶을 개척해 나간 박명애, 인천지역 장애인 운동의 대표주자 박길연의 삶도 부각한다.
아울러 장애인과 여성이라는 서로 다른 두 정체성을 고민하고, 지적장애인 여성의 성폭행 등에 천착한 박김영희의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그는 "장애 여성들은 무성적 존재로 여겨지면서도 동시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 무시당하고 차별받는다"고 말한다.
책은 이렇게 다양한 장애인 운동가들의 활동을 소개하며 왜 그들이 거리로 나와 투쟁할 수밖에 없는지에 관해 상세하게 전한다.
"백번 천번 말해도 듣질 않는데 도로를 막고 버스라도 점거하니까 듣잖아요. 좀 우아한 방식으로 하면 안 되냐고 하지만 버스를 못 탄다는 말을, 지하철을 못 탄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우아할까요."
비마이너 기획. 404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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