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양천 아동학대 사망 사건’ 부실 대응 경찰들에 “징계 정당하다”
“경찰의 소홀함으로 생명 못 구해”
태어난 지 16개월 만에 아동학대로 숨진 ‘양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일명 정인이 사건) 부실 대응으로 징계를 받은 경찰관들이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서울양천경찰서장 A씨 등 경찰관 5명이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을 상대로 “징계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 등은 2020년 9월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를 여러 차례 받고 현장에 출동했으나 양부모의 변명과 아동보호 전문기관 등의 의견을 고려해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그러나 피해 아동은 같은 해 10월 사망했고, 경찰청 중앙징계위원회는 A씨 등의 책임을 물어 ‘견책’ 등 징계를 내렸다.
A씨는 재판에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모두 아동학대 혐의를 발견하지 못해 종결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수사를 지휘할 단서가 없었다”며 “국민 여론에 따라 책임을 지운 것으로 볼 수밖에 없어 (처분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경찰관들도 당시 주거현장과 피해아동의 상태, 의사 소견 등 합리적 근거를 토대로 아동학대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만큼 징계처분은 부당하다고 했다. 아동학대 사건 관련 제도가 미비한 현실에서 공무원의 소극적 태도에만 잘못을 돌릴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에 대한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측면은 있으나 1개월 간격으로 피해 아동의 양모에 대해 2차례 신고가 있었고 해당 수사 의뢰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반복한 것”이라며 “피해 아동의 나이가 당시 11~12개월 정도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A씨는) 더 적극적인 지휘권을 발동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동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경찰공무원으로서 의무를 다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실수 및 관리·감독상 소홀함이 피해 아동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지 못한 하나의 원인”이라며 “경찰의 잘못된 관행 등을 이유로 징계를 면해줄 경우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것은 더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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