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석의 시선고정]논란거리 만드는 인천경제청장의 발언… 과연 결과는
송도 6·8공구 개발사업 실무협상 103층보다 22층 더 증설
수천억에서 1조6000억 추산… 현실적으로 맞는지 의문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면, 굳이 만든 판을 흔들 필요가 있는지… 진짜 속셈은
인천시장, 김 청장 불러 “책임져라”는 얘기가 소문으로 나돌아
경기도는 4조5000억 투자유치에 반해 인천은 소란만 무성… 오히려 돈을 쓸 판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의 발언이 논란거리를 만들고 있다.
김 청장은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송도 6·8공구 랜드마크 개발사업과 관련, 당초 실무협상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라는 인천광역시의회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겠다는 의지 표명이 없어 현재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김 청장은 최근 언론사와의 기자간담회에서 송도 6·8공구 랜드마크 개발사업지구 내 초고층 빌딩 건립과 관련해 “추가 공사비가 들더라도 국내 최고층 빌딩으로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인천경제청과 우선협상대상자 간 실무협상에서 조율된 103층보다 22층을 더 올려 현재 서울 롯데월드타워(123층) 보다 높은 국내 최고층 빌딩으로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인천경제청이 빌딩 층수를 더 높이는데 투입되는 추가 공사비를 부담하는 상황이 과연 이치에 맞느냐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지역 언론사들도 김 청장의 발언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김 청장의 말대로 인천경제청 예산이 투입될 경우 ‘경제자유구역 지정·운영에 관한 특별법’과 시행령에 위배되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 봐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인천경제청이 발주한 국제공모를 거쳐 민간사업자를 선정·개발하는 이 사업에 인천경제청 예산(경제자유구역사업 특별회계)을 투입해도 된다는 내용이 법과 시행령에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실무협상에서 협의된 103층보다 22층을 더 높일 경우 추가 비용으로 대략 수천억원에서 1조6000억원까지 추산되는 상황이 현실로 온다면, 인천시는 물론 인천시의회가 과연 이를 받아 들일 것인지,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인천시의회 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김 청장 사이에 형성된 불편한 관계가 풀리지 않는 지금의 상황에서 볼 때 대립각 모습이 걸림돌로 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김 청장의 발언은 오히려 논란만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김 청장의 발언이 화가 돼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여론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유 시장의 의지와는 달리 김 청장 개인의 방침인 것인지, 유 시장의 언지가 있어 거침없이 내 뱉은 말인지, 유 시장이 속 시원히 밝히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다. 지난주 유 시장은 김 청장을 불러 국내 최고층 빌딩 건설, 추가 공사비 지원 등의 발언과 관련, “책임져라”는 얘기가 소문으로 나돌고 있다.
어째든 김 청장의 발언에 따른 빌딩 층수 증설 방침으로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바라보는 유 시장의 시선은 그리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여기에 인천시의회와의 마찰까지 더해)
그렇다면, 김 청장이 굳이 국내 최고층 빌딩 건설을 계속 주장하는 속셈은 무엇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최대 조 단위가 넘는 추가 공사비를 인천경제청 예산으로 투입할 만큼 김 청장에게 그리 중요한 무엇인가가 있는지 묻고 싶다.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은 물론 인천시민들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층수를 높이는 김 청장의 개인 방침에 동의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추세는 초고층 빌딩 보다 시민들이 폭넓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많이 담겨진 문화·레저 등 복합형태의 개발을 원하는 시민들도 있다.
이미 지난 2021년 인천경제청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도 입증됐다.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등 관련 전문가들은 “높이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높이가 아닌 디자인 랜드마크가 성공한 사례가 많다”고 조언한 바 있다.
또한 서울 롯데월드타워의 사례를 들면서 “151층 초고층 건물을 건립하려면 최소한 10년 이상 걸리며 100층 이상으로 올릴 경우 공사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경제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초고층 건물의 비효율과 부작용, 시대적 역행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대목이다. 전문가들 역시 초고층 건물의 경제성과 안전성 때문에 반대하며 역사와 문화, 환경적 특성을 반영한 랜드마크를 제안했다.
초고층 빌딩은 보기 좋게 높을뿐이지, 사업성이 불안한데다가 공사비도 천문학적이고 부동산 가격 하락과 경기 침체, 원자재값 폭등이 다가올 경우 자칫 부도 위기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롯데월드타워도 공실을 채우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릴 정도로 어려웠다는 것이다.
송도 6·8공구 개발사업도 인천경제청과 우선협상대상자 간 실무협상이 끝난지 1년이 지난 현재 건설 자재 값 인상, 금리 인상, 자금 조달 어려움, 미분양 증가 등으로 건설경기가 적신호인 지금의 상황속에서 건설비용 예측 마저도 불가능한데 거침없이 내 뱉는 김 청장의 발언이 과연 현실을 직시하고 한 말인지, 개발사업을 발주한 관리책임 수장으로써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더욱이 김 청장은 내년 4·10 총선에 출마한다는 소문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소문이 맞는다면, 총선 출마 준비로 인해 청장직을 내놓을 것이라면, 굳이 개발사업을 흔들어 놓을 필요가 있는지, 본인이 이렇게 판을 흔들어서 얻는게 무엇인지, 이를 지켜보는 인천경제청 직원들도 힘들어 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위해 곧 김 청장이 떠나고 나면 그 책임은 누가 감당할 것인지, 결국 김 청장의 무책임적인 발언과 행동이 피해로 이어진다면, 그 화살은 결국 유 시장을 향해 날아갈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김 청장이 독박을 쓸 수도 있다. 스스로 무덤을 팔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최고층 빌딩 건설을 지난해 6·1지방선거 전후 부터 끊임 없이 주장해 온 김 청장의 발언이 자신을 위해 ‘약이 될 지, 독이 될 지’ 지켜보는 시선들이 많다.
더 이상 논란거리가 되지 않도록 이제는 송도 6·8공구 랜드마크 개발사업과 관련해 유 시장의 정무적 판단을 내릴 중요한 때까지 온 것 아닌가 생각해 본다.
민선8기 출범 1년이 다되면서 이웃인 경기도는 며칠전 4조5000억원의 투자유치를 했다는데 반해 동북아 경제 중심도시라고 홍보한 인천은 투자유치는커녕 오히려 돈을 쓰겠다고 소란만 부추기고 있는 상황으로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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