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5일만에 김정은에 또 친서…‘북한 규탄’ 힘 못쓰는 안보리

박광연 기자 2023. 4. 1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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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답전에서 “쌍방 사이의 친선 협조가 끊임없이 보다 높은 단계에로 올라서도록 추동하겠다”고 밝혔다. 구두 친서를 보낸 지 5일 만에 다시 답전을 보내 북·중 간 전략적 연대 강화를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행위를 두둔했다.

18일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12일 김 위원장에게 답전을 보냈다. 김 위원장이 지난 3월10일 시 주석의 국가주석직 3연임 선출 당일 축전을 보낸 데 대한 답장 형식이다.

시 주석은 답전에서 북·중 친선 강화 의지를 피력했다. 시 주석은 “전통적인 중·조(북·중) 친선은 오랜 기간 국제정세 변화의 시련을 이겨내고 발전 추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여 왔으며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지금 국제 및 지역 정세는 심각하고 복잡하게 변화되고 있다”며 “나는 총비서동지(김 위원장)와 전략적 의사 소통을 강화하고 중·조 관계의 발전 방향을 공동으로 인도함으로써 쌍방 사이의 친선 협조가 끊임없이 보다 높은 단계에로 올라서도록 추동”하겠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친전을 보낸 것은 5일 만이다. 시 주석은 지난 7일 왕야쥔 신임 주북한 중국대사를 통해 “새로운 정세 하에서 중·조 관계에 대한 전략적 인도를 강화”하겠다는 구두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북·중 정상이 계기가 있을 때마다 친서를 더 빈번히 주고받는 양상이다.

중국과 미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국제정세 아래 북·중은 계속 밀착하고 있다. 중국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과 그 동맹 세력인 한국·일본을 견제하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로 체제 위협이 가중된 북한은 국경을 맞댄 중국에 대한 정치·경제·사회적 의존도를 키우고 있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가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특히 북한이 신냉전 구도에서 한·미 대규모 연합군사훈련을 명분으로 핵무력 고도화에 천착하는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은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북한의 지난 13일 고체연료 신형 ICBM ‘화성-18형’ 발사를 옹호했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미국이 한반도 인근에서 핵 항모와 B-52 폭격기 등을 동원해 군사훈련을 한 것이 북한을 불안하게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도 “불법적이고 일방적이면서 북한 내부의 절박한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며 대북 추가 제재에 반대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러가 앞선 회의 때처럼 북한을 재차 두둔하면서 북한 ICBM 발사 규탄 의장성명 등 안보리 차원의 조치는 무산됐다. 북한이 전날 밤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입장문을 통해 신형 ICBM 개발을 “합법적 자위력 강화조치”로 정당화하고 안보리 소집을 맹비난한데 이어 중·러가 즉각 호응한 셈이 됐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북한의 반복되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안보리 차원의 단호하고 단합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안보리 이사국들을 견인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 또한 강화하고 있다.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양국 관계는 냉전 때의 군사·정치적 연합 체제를 능가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한 지 한 달 만에 중국 고위급 인사가 푸틴 대통령을 다시 만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리 부장에게 “양국의 군사 협력은 양국 관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며 “러시아군과 중국군이 연합 훈련과 전문 교류 등 협력을 강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리 부장을 만나 중·러의 ‘반미 연대’를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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