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발생위험을 ‘급격히’ 높이는 2가지
위암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 가운데 하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암 발생 부동의 1위였으며, 해마다 약 3만명의 환자가 새롭게 발생하고, 인구 10만명당 발병률은 미국의 10배 수준이다. 위암 발생위험을 급격히 높이는 2가지 원인을 살펴본다.
◆대사증후군은 위암?=최근 국내 30세 이상 성인 3명 중 1명꼴에 해당하는 ‘대사증후군’이 단순한 성인병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위암 발병 위험까지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강대희 서울대학교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황단 박사과정 연구원은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대사증후군이 없는 사람보다 위암 발생위험이 26%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고 18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위암협회와 일본위암협회에서 함께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위암(Gastric Cancer)’ 최신호에 게재됐다.
대사증후군은 허리둘레(남자 90㎝, 여자 85㎝이상), 공복혈당(100㎎/dL이상), 혈압(수축기 130/이완기 85㎜Hg이상), 중성지방(150㎎/dL이상), 고밀도 콜레스테롤(남자 40㎎/dL, 여자 50㎎/dL미만) 가운데 정상 범위를 벗어난 항목이 3개 이상일 때를 뜻한다.
연구팀은 대사증후군과 위암 발병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2004~2013년 도시 기반 역학연구에 참여한 40~69세 10만8397명을 분석했다. 추적‧관찰기간은 평균 9.1년으로, 이 기간 동안 0.7%인 759명에서 위암이 발생했다. 이후 위암이 발병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을 대상으로 대사증후군이 각 그룹에 미친 영향을 살폈다.
그 결과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대사증후군이 없는 사람보다 위암 발생위험이 26%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사증후군 구성 요소 숫자가 많을수록 위암 발생위험이 증가했으며, 흡연과 비만의 복합적인 작용이 나타나면 발생위험이 더욱 높았다.
연구팀 측은 여러 대사질환의 집합체인 대사증후군이 인슐린과 지방분비 호르몬 등을 증가시켜 에너지가 과다한 환경을 만들고, 체내 유전자(DNA) 손상과 종양 억제 유전자의 돌연변이 변화, 염증 등을 유발함으로써 위암을 포함한 암 발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강대희 교수는 “대사질환과 암을 유발하는 요인들은 거의 동일하게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는 게 지금까지의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대사증후군을 방치하면 복합적인 요인으로 암 발생위험이 높아지는 점이 확인된 만큼 식습관 변화 등으로 대사증후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시 위암 발생위험 10배=국내 위암 환자가 유독 많은 이유가 국내 성인의 절반 가까이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균’ 감염에 기인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위암 발생위험이 2~10배 높다.
일반적으로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만성위염→위축성 위염→장상피화생(위 세포가 소장 혹은 대장 세포로 대체되는 현상)→위 선종→위암으로 진행한다. 보통 10대에 감염돼 위암까지 30~40년 정도 걸리는데, 간혹 젊은 사람 중 빠른 시간에 위암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젊은 사람보다 나이 든 사람, 40대 이상에서 내시경 검사를 할 때 헬리코박터균 검사를 병행하면 좋다. 특히 만성위염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헬리코박터균 검사가 권고된다.
김병욱 가톨릭대학교 의대 소화기내과 교수(인천성모병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몽골, 일본 등 동아시아인의 헬리코박터균은 특별한 독성을 가진 유전자가 있어 위암 발생위험이 높다”며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를 하면 위암에 걸릴 확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성인의 절반 정도는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