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이 살린 예산시장 이번엔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2, 3배 올라 쫓겨나"
"당장 욕심에 눈멀면 안 된다" 설득했지만
구구통닭·고려떡집 등 최근 퇴거 통보받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충남 예산군 예산상설시장에서 이번에는 비싼 임대료에 상인들이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불거진 것으로 나타났다.
백 대표는 17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에 '소탐대실하지 맙시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예산시장이 재정비를 위해 휴업을 선언했던 3월 한 달간, 임대료가 급증해 기존 상인들이 쫓겨나고 있는 현실이 담겼다.
영상에서 백 대표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퇴거 요구를 받았다는 예산시장 내 '고려떡집'을 찾았다. 고려떡집은 재개장을 대비해 인테리어 작업이 한창이었던 중에, 상가소유주로부터 아무런 설명 없이 퇴거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주변에서 전해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상가소유주가 새 임차인을 구하며 "시세의 2배는 줘야 한다"고 했다는 이야기였다. 고려떡집 부부는 "그럼 매장을 팔기라도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무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십여 년간 한 자리에서 영업해 온 '구구통닭'도 마찬가지였다. 구구통닭은 간신히 예산시장 내 한 창고를 빌려 영업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조리시설 등을 모두 새로 마련해야 한다. 백 대표는 구구통닭을 찾아가 "괜히 저희가 분란 일으킨 것 같다.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구구통닭 사장 부부는 오히려 백 대표를 향해서 "예산의 보물"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예산시장 인근에서 예산시장 상가와 같은 메뉴로 2, 3배 올려 받는 음식점이 새로 문을 연 경우도 다수 확인됐다. 백 대표는 예산군청의 도움을 받아 음식점 대표들을 모은 후, 당장의 욕심에 눈이 멀면 안 된다"며 "관광객들이 와보고 실망할까 걱정된다. 파기름 레시피를 공유해 드리겠다"고 가격 동결을 설득했다.
2, 3배 급등한 숙박업소 가격도 문제였다. 백 대표는 숙박업소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선 "방값이 비싸 멀리서 예산을 찾고도, 숙소를 찾지 못해 그날 떠난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어차피 기존에는 손님이 없어서 장사가 안 됐지 않나, 이번이 기회다. 딱 2년만 (숙박비 인상을) 참아달라"고 호소했다.
백 대표는 개장 직전 직원들과의 회의에서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예산시장만 살리려는 게 아니라 예산 전체의 경제활성화"라면서 "예산시장 외 지역에 관광객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주변 상인들과의 마찰을 언급하며, "너 때문에 예산시장 빼고 (주변 상권이) 다 죽는다는 이야기를 내가 왜 들어야 하냐, 안 해도 그만"이라고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백 대표의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는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 해법에 대한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백 대표가 직접 컨설팅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예산시장에 지난 1월에 19만4,163명, 2월에는 23만6,477명이 찾는 등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청결 등의 문제로 "다시 못 올 것 같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이에 백 대표는 매장 청결을 점검하고 화장실을 새로 만들고, 대기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며 한 달간 예산시장 휴업을 선언하기도 했다. 백 대표가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에 들인 돈은 약 20억~30억 원 수준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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