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느러미에, 주둥이까지 잘렸는데"...'과태료 부과'조차 이 정도라면, 무슨 소용
해수부 등 '준비' 미비.. "지자체 일임"
지자체, 신고절차 비롯 단속내용 '깜깜'
보호 실효성 등 의문.. 조치 강화 주문
제주 연안에서 연중 관찰되는 해양포유류로 현재 110여 개체가 서식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남방큰돌고래.
개체 수가 점차 줄어 해양수산부가 2012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보호생물이란 것도 말 뿐.
주둥이와 지느러미가 잘려 나간 개체가 목격되면서 돌고래 선박 관광이나 관광 목적의 유선과 도선, 체험 낚시 선박 등의 돌고래 관찰 관광 영업 등에 따른 안전 위협이 우려됐고, 보호대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2021년 해수부는 가이드라인을 내고 과태료 부과를 알렸지만 사실 자율 규정에 그쳐 처벌에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 해양생태계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일(19일)부터 시행 예정이지만, 이역시 현장 적용엔 한계를 드러내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 해수부, 지자체 책임 일임.. 지자체 "관련 준비 아직"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해수부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관광선박에 최대 200만 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한 '해양생태계의 보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내일부터 시행된다"면서, "해양수산부 담당자에게 구체적인 신고 절차와 단속 방법 등을 질의했지만 신고 매뉴얼은 고사하고 만들 계획도 없고 단속은 지자체가 담당한다는 답변만 받았다"며 소홀한 준비를 질타했습니다.
더구나 직접 단속에 나서야할 제주자치도 담당자 역시 '아직 논의된 것이 아무 것도 없으며, 개정안에 신고 절차가 명시돼 있지 않은데다 구체적인 단속 내용은 마련하지 않았다'는 답을 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핫핑크돌핀스 측은 "최근 주둥이가 잘려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남방큰돌고래의 모습이 언론사 등에 포착됐고 선박 충돌로 등지느러미가 크게 잘려나간 것으로 보이는 남방큰돌고래도 알려져 있다"면서 "그런데도 해양보호생물을 위협하는 관광선박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을 지닌 지자체 담당 부서에서 아무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행정 "개정안 따른 매뉴얼·신고절차 준비 서둘러야"
더불어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을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선박 관광은 물론, 제트스키 등 수상오토바이들이 굉음을 내며 돌고래를 위협하거나, 낚시꾼을 가득 태운 선박들이 보호종 돌고래 무리 가운데로 들어와 휘젓고 다니는 등 수많은 문제가 지적됐지만 단속 규정 자체가 미비해 뚜렷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간의 현실이라고 전했습니다.
핫핑크돌핀스 측은 "지난 몇 년 간 지속적인 현장 감시 활동을 통해 돌고래들의 휴식과 식사, 그리고 사교행동을 방해하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관광선박의 '스토킹'의 문제점을 알려 왔다"면서 "처벌 규정이 없는 현행 선박관광 가이드라인의 제도적 허술함에 대해서 지적한 결과 처벌 규정을 담은 해양생태계법 개정안이 시행되기에 이르렀지만 담당 공무원들이 구체적인 신고절차나 단속 방법을 마련하지 않아 돌고래 보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법안 실효성 제고 시급.. "강력한 보호조치 도입, 검토돼야"
핫핑크돌핀스 측은 또 현실적으로 50미터 이내 접근 금지를 증명해야 최대 200만 원 과태료가 부과되는 ‘부실한’ 법령이지만, 이마저도 돌고래들의 신체 손상과 생명 위협 실태가 알려지고 나서 겨우 마련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작 법안만 만들어놓고 제대로 시행하지 않으면 관광선박과 수상오토바이들의 횡포를 제어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부상을 당하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남방큰돌고래들은 서식처에서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없게 되고, 결국 개체수 감소와 지역적 멸종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따라 핫핑크돌핀스 측은 "해양생태계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가이드라인 위반 선박관광에 대해 실질적인 처벌을 통해 돌고래 보호가 가능하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단속 행정을 촉구한다"면서 "또한 규정 위반 관광선박에 대해 과태료만 부과하는 수동적 행정에 그치지 않고 보다 능동적으로 규정 위반을 반복하는 업체에 대한 영업 정지는 물론 관광선박 접근 금지 구역·해양생물보호구역 지정, 생태법인 도입 등 더욱 강력한 보호조치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정책 당국의 강도 높은 조치를 촉구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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