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확장 중인데 “나가라”…예산시장 뜨자 젠트리피케이션 현실로

이가영 기자 2023. 4. 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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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예산시장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유튜브 '백종원'

예산시장이 하루 1만여 명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되자 오래도록 장사해온 상인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인상 등으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이 벌어졌다. 전문가는 이런 경우 임차인이 최소한 권리금은 회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17일 자신의 유튜브에서 재개장 완료한 예산시장의 모습을 보여줬다. 16개 점포를 추가 창업해 메뉴를 대폭 늘리고, 자리 대기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재정비를 마친 예산시장에는 재개장 첫날인 지난 1일 하루에만 1만50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예산시장도 피할 수 없던 젠트리피케이션

건물주의 퇴거 통보로 자리를 옮기게 된 예산시장 근처 통닭집. /유튜브 '백종원'

하지만 문제도 있었다. 건물주의 갑작스러운 퇴거 통보로 상인들이 쫓겨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10여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구구통닭을 운영했던 사장은 다행히 시장 내 비어있던 창고로 이사할 수 있었다. 백 대표는 “제가 괜히 분란을 일으켜서 쫓겨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했고, 통닭집 사장은 “10년 동안 잘 지내다 간다”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었다.

근처의 고려떡집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심지어 떡집은 늘어난 손님들을 고려해 가게 인테리어 공사 중이었다. 떡집 사장은 “(가게를 사고 싶어도) 건물주가 금액도 이야기 안 하고 그냥 가버린다”며 아쉬워했다.

백 대표는 “어떤 면에서는 죄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예상했던 부분”이라고 했다. 백 대표는 지난 1월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할 무렵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을 걱정했었다. 그는 “’골목식당’을 하면서 (매장들이) 많이 힘들어졌던 이유는 손님이 많이 오게 되면 건물 임대비용이 턱없이 올라가서 나중에 결국은 음식값을 올려야 되는 악순환이 있었다”며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예덕학원에서 직접 매장을 매입했다고 했다.

시장 근처의 건물주들 중 예산시장 살리기에 도움을 준 이들도 있다고 한다. 백 대표는 “어떤 분들은 기본 시세의 2배 제안을 받았는데도 거절하고, 예산시장을 살리려면 어떤 곳에 파는 게 좋을지 고민해 더본코리아에서 인수하게 해준 곳도 있다”고 했다. 이어 “정말 감사한 분들”이라며 “밝게 시장을 지켜주시는 분들이 있는 반면에…”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문가 “현행법,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 보장”

인테리어 중인 떡집 사장 역시 건물주의 요구로 가게를 떠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유튜브 '백종원'

떡집 사장은 자신이 투자한 인테리어 비용도 회수하지 못한 채 결국 쫓겨나야 하는 걸까.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18일 조선닷컴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권에 대해 10년을 보장하고 있다”며 “만약 임대차기간 10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건물주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장사한 지 10년이 지났다면, 안타깝지만 건물주의 요구대로 가게를 떠나야 한다. 다만,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를 요구할 수 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4항은 “임대인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임차인이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엄 변호사는 “가게 사장은 다음 임차인을 통해 자신이 투자한 비용을 권리금의 형태로 회수할 수 있다”며 “만약 건물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한다면 임차인은 건물주를 상대로 자신이 받지 못한 권리금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백종원 “새로 문 연 가게들, 가격 너무 높이지 말아 달라”

예산시장 근처에는 최근 새로 문을 여는 가게들이 많다고 한다. 백 대표는 “외지 분들의 가게 거래를 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평소 거래되는 비용보다 높은 비용으로 가게를 인수한 후 본전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메뉴와 가격을 임의대로 책정하는 게 제일 큰 문제”라고 했다. 예산시장에서는 3500원에 파는 메뉴를 새로운 가게에서는 7000원에 파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내 돈으로 내 마음대로 못하냐 할 수 있지만, 경쟁력 없는 가게에서 먹어보고 ‘예산시장 갔더니 비싸기만 하고 별로더라’며 관광객들이 실망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백 대표는 “이번 기회에 외부 분들이 예산으로 주민등록을 옮기고 장사하는 건 환영”이라며 “이왕이면 작은 거에 연연하지 마시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진을 줄이는 데 동참한 시장 상인들처럼 멀리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오래 가야 한다”며 새로 문을 여는 상인들에게 예산상설시장 메뉴 가격을 참고해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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