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북극해 수산업의 내일을 알려거든 고개 들어 인천을 보라!

심영구 기자 2023. 4. 1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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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사람들] 또 다른 '공유지의 비극'을 막아라
지구상에서 가장 북쪽과 남쪽 끝 극단적인 곳에서 극한 체험하면서 연구하는 '극적인 사람들'. 보통 사람들은 일생에 한 번 가기도 힘든 남극과 북극을 수시로 오가며 연구 활동을 펼치는 극지연구소 사람들과 스프의 콜라보 프로젝트!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글: 정지훈 극지연구소 글로벌협력부 국제협력실장)

중앙 북극해 공해상 비규제 어업 방지 협정(CAOFA)이 뭐길래


중앙 북극해 공해상 비규제 어업 방지 협정(Agreement to Prevent Unregulated High Seas Fisheries in the Central Arctic Ocean; CAOFA)은 중앙 북극 공해 안에서의 해양생물자원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달성하기 위해 체결된 국제협정입니다. 중앙 북극 공해는 흔히 북극해 연안 5개국이라고 일컬어지는 미국,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그린란드), 노르웨이의 EEZ로 둘러싸인 약 280만㎢의 공해역을 의미합니다(그림 1). 우리가 사는 남한이 약 10만㎢이니 남한의 28배 정도 되는 크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림 1. CAOFA 협정수역(중앙 북극 공해) 지도 / 출처 : PAME/Arctic Council Secretariat (검색일: 2023. 03. 07.)


여느 공해(international waters)와 같이 이곳은 원칙적으로 선박의 자유항행이 가능하고 자원생물의 수확도 가능하지만, 대부분 수역이 해빙(sea ice)으로 덮여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어업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북극 온난화로 해빙의 면적이 빠르게 줄어들고(그림 2) 또 어족자원이 점차 북상하면서, 중앙 북극해에서도 곧 비규제 어업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었습니다.

비규제 어업(unregulated fishing)이란 적절한 보전 및 관리 조치가 없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어업을 말합니다. 규칙이 없으면 ‘우리 모두의 것’은 ‘누구의 책임도 아닌 것’이 되기 쉽지요. 실제로 1980년대 중앙 베링해 ‘도넛홀’ 공해에서의 무분별한 비규제 어업이 풍부했던 명태 자원을 고갈시킨 선례가 있습니다. (▶ 관련 자료 보기 : Bailey, K. M. 2011. An empty donut hole: the great collapse of a North American fishery. Ecology and Society 16(2): 28. / 검색일: 2023. 03. 07.)
[ https://www.ecologyandsociety.org/vol16/iss2/art28/ ]

때문에 새로 열리는 중앙 북극해에서도 또 다른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를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이것이 CAOFA가 탄생한 배경이 되었습니다.

그림 2. 북극 해빙 면적 인공위성 관측 데이터 (매 10년간 북극 해빙은 12.3%씩 감소하고 있음) / 출처 :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 (검색일: 2023. 03. 07.)


CAOFA는 중앙 북극해의 지속 가능한 어업을 보장하기 위해, 협정 수역의 해양생태계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쌓이고 적절한 관리체계가 형성될 때까지 그곳에서의 상업 조업을 최소 16년간 유예(moratorium)하기로 한 구속력 있는 국제법입니다. 중앙 북극해에서의 상업조업이 잠정 금지되는 동안 공동 과학연구‧모니터링 프로그램을 먼저 시행하여 조업 개시 여부 판단의 근거가 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CAOFA는 건강한 북극해 생태계의 안녕과 생계에 직접 영향을 주는 북극 원주민이 동 협정을 위한 지식 생성과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마련한 것이 특징입니다. 동 협정은 2018년 10월 3일 그린란드 일루리사트에서 우리나라를 포함, 미국, 러시아, 캐나다, 노르웨이 등 10개 서명 주체(9개 국가 및 EU)가 모여 서명하고, 서명국의 비준 절차를 거친 후 2021년 6월 25일 발효되었습니다.
 

한국 시각에서 CAOFA가 가지는 또 다른 의미


우리나라는 북극 연안 5개국(미국,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그리고 중국, 일본, 아이슬란드, 유럽연합(EU)과 함께 CAOFA 협정 문안의 협상 단계에서부터 참여한 당사국입니다. 한국 선단이 북극해 인근 해역에서 원양어업을 해왔고, 더욱이 쇄빙연구선 아라온을 활용해 북극해 연구를 10년 이상 수행하는 등 한국은 북극해 어업 논의에 동등하게 참여할 자격을 갖추었습니다.
사실 북극권은 그 대부분이 북극권 국가들의 영토, 영해, 또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속해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비북극권 국가가 북극 현안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가 CAOFA와 같은 북극 관련 국제협정에서 북극권 국가와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함으로써, 북극권 거버넌스 의사결정 주체 중 하나로 발돋움하게 된 셈입니다. 이는 2013년 5월 북극이사회 옵서버 가입에 이어 과학으로 우리나라의 북극활동 영역을 확대한 또 하나의 진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천 당사국총회와 한국의 역할


지난 2022년 11월 23~25일 인천 극지연구소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된 제1차 당사국총회에서는 우리나라가 CAOFA 이행 과정에서 이룬 건설적 기여가 두드러집니다. CAOFA 협정에는 앞서 언급된 공동과학연구 및 모니터링 프로그램(JPSRM)의 창설을 비롯하여, 발효 이후 2년 내 그리고 3년 내 완수가 필요한 과업들이 명시된 바 있습니다. 원래 여유로운 시한은 아니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를 더 촉박하게 만들었습니다. 더욱이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며 나머지 북극권 국가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나서면서, CAOFA 틀 안에서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당사국의 총의를 제때 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제1차 당사국총회 주최국이자 CAOFA 부의장으로서 CAOFA 정상 이행 동력을 유지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대부분 서방 국가가 러시아와 양자 협력을 중단한 어려움 속에서도 끈기 있게 이들을 설득하여 10개국이 모두 대면 참석한 회의를 성사시켰습니다. 이렇게 열린 인천 당사국총회에서는 CAOFA 정상 이행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이를 위한 의사규칙 제정과 의장단 구성, 과학위원회 운영, 향후 일정 등이 합의되어 제도와 인사 차원에서 10개 당사국 모두가 동의하는 의사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금번 당사국총회를 통해 CAOFA 협정에서 정한 과업들이 시한 내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사국총회 때 저를 만난 다른 당사국 대표들은 ‘한국이 아니었으면 당사국총회 성공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하였습니다. 인사치레가 아니라 당사국들은 한국이 보여준 건설적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이에 대한 신뢰를 적극 표시하였는데요, 이 점은 이례적으로 제2차 당사국총회를 올해 6월 인천에서 개최하기로 한 합의에서도 드러납니다.

 

심영구 기자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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