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폼 변화가 실패라고? 숫자가 말해주는 'MVP'의 진화

이종서 2023. 4. 1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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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에서 선택한 변화.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는 더 '강한 타자'가 됐다.

최고의 타자로 활약했지만, 이정후는 올 시즌 작은 변화를 줬다.

이정후가 KBO리그에서 남아있는다면 굳이 타격폼에 변화를 줄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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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KBO리그 KIA타이거즈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가 1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키움 이정후가 2회말 2사 2,3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3.04.14/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정점에서 선택한 변화.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는 더 '강한 타자'가 됐다.

지난해 이정후는 KBO리그 최고의 타자였다. 142경기에 나와 타율 3할4푼9리를 기록하면서 타율, 안타(193개), 출루율(0.421), 장타율(0.575), 타점(113개)에서 1위를 해 '5관왕'에 올랐다. 정규시즌 MVP는 이정후의 몫이었다.

최고의 타자로 활약했지만, 이정후는 올 시즌 작은 변화를 줬다. 타격폼 변화라고는 하지만 방망이를 들고 있는 손 높이와 스트라이드를 조정했다.

변화의 이유는 명확했다. 타격 밸런스 개선이다. 공을 더 잘보고, 중심 이동이 원할하게 되면서 타격 포인트에 좀 더 빠르게 접근하기 위한 변화였다. 타격 밸런스의 전반적 향상을 목표로 삼았다.

이정후가 KBO리그에서 남아있는다면 굳이 타격폼에 변화를 줄 필요는 없었다. 올 시즌을 마치고 이정후는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이정후 역시 미국 거물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와 손을 잡으며 빅리그 진출에 대한 단계를 밟아가기 시작했다.

이정후에게는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1년. 초반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11경기를 치르는 동안 타율 2할3푼8리에 머무르면서 '이정후답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자연스럽게 타격폼 변화가 독이 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10회말 1사 1루 이정후가 끝내기 투런포를 치고 들어와 환영받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4.16/

타율은 좋지 않지만, 지금까지 이정후의 변화는 성공적이다.

KBO 공식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이정후의 올 시즌 타구 속도가 평균 145.1km 나왔다. 이정후의 평균 타구 속도가 140km가 넘은 건 입단 이후 처음.

동시에 발사각도도 더욱 개선됐다. 올 시즌 이정후의 평균 발사각도는 20.3도.

통상적으로 배럴타구(타율 5할, 장타율 1.500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잘맞은 타구)의 조건이 발사각 26도에서 30도, 타구 속도 98마일(157.7km) 이상 인 걸 감안하면 이정후의 타구는 조금 더 배럴타구에 근접해지고 있다. 결국 이정후의 겨울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타율 하락은 '운'과 '팀 사정'이 함께 담겨 있었다. 이정후는 그동안 박병호 김하성 등 앞뒤로 최고의 타자가 함께 있었다. 지난해에는 야시엘 푸이그가 버티고 있어 투수들이 쉽게 승부를 볼 수 없었다.

올 시즌에 애디슨 러셀이 왔지만, '장타자'와는 거리가 멀다. 이정후 뒤에서 확실하게 칠 수 있는 타자가 줄어들면서 견제가 늘어났다. 투수들의 정면 승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운도 지독하게 따르지 않고 있다. 잘 맞은 타구가 호수비나 수비 시프트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올해 이정후의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은 2할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이정후는 지난 1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뒤 "타격 밸런스나 감각은 나쁘지 않다. 타구스피드도 작년보다 더 좋다. 시프트에 잡히는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빈 곳을 보고 치기보단 내가 할 수 있는 타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분명히 더 성장하고 진화했다. 결국에는 흔들리지 않고 밀고 나갈 수 있는 '뚝심'이 필요한 시기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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