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후작부인 풍자시 일방 철거…누구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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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시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풍자했다는 이유로 지역 문학단체와 주민자치회가 거리에 게시한 시 1편을 철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권택삼 춘천민예총 문학협회장은 "민예총은 춘천시가 아니라 주민자치회랑 계약했다. 주민자치회라는 말 그대로 주민 스스로 자체적인 사업을 하도록 독려하고 장려해야 하는데, 예산을 지원했다고 춘천시가 위에서 통제하는 식으로 작품을 철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런 천박한 인식은 예술가들을 정신적으로 탄압하고,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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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민예총 제공 30점 중 문제의 시 일방적 철거
강원도 춘천시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풍자했다는 이유로 지역 문학단체와 주민자치회가 거리에 게시한 시 1편을 철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춘천시의 말을 종합하면, 춘천민예총 문학협회는 지난달 4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시가 흐르는 효자동 약사천에서 힐링하세요’란 주제로 시화전을 열고 지역에서 활동 중인 시인 30명의 시를 게시했다. 이 사업은 효자1동 주민자치회와 춘천민예총이 계약을 맺고 추진한 것으로 춘천시가 예산 150만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게시된 작품 가운데 1편이 지난달 중순 갑자기 사라졌다. 사라진 시는 정지민 시인이 쓴 <후작부인>으로 ‘좌파도 우파도 아닌/퐁파드르 후작부인은 베겟머리파였네/폭탄주에 취한 귀족들만 몰랐던 거지/용산의 베겟머리파 그녀/우아한 흰색 원피스 입고/오늘도 뉴스에 나오시네/루이15세는 그녀의 말만 듣지/*20년간은 처녀로/15년은 창부로/7년간은 뚜쟁이로 보낸 여인(*마담 퐁파드르의 묘비문)”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후작부인은 프랑스 국왕인 루이15세의 애첩으로 프랑스 정치에서 숨은 실력자로 통했다.
해당 작품이 정치색이 있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춘천시가 춘천민예총 쪽과 사전 협의 없이 자체적으로 철거한 것이다. 작품이 철거된 사실도 해당 작품을 쓴 시인이 지인의 제보를 받고 지난 15일 현장을 방문한 뒤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춘천민예총 문학협회는 시를 게재한 문학단체나 시인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무단으로 시를 철거했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협회는 춘천시에 공문을 보내 ‘작가 의견과 상관없이 전시작품을 무단 철거하는 행위는 예술에 대한 폭력적인 탄압행위”라며 철거 작품 원상 복구와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권택삼 춘천민예총 문학협회장은 “민예총은 춘천시가 아니라 주민자치회랑 계약했다. 주민자치회라는 말 그대로 주민 스스로 자체적인 사업을 하도록 독려하고 장려해야 하는데, 예산을 지원했다고 춘천시가 위에서 통제하는 식으로 작품을 철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런 천박한 인식은 예술가들을 정신적으로 탄압하고,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작품을 쓴 정지민 시인도 “한 개인이 아니라 문학과 시 등 예술에 대한 모욕이다. 이 작품은 김건희 여사를 후작부인에 빗대 풍자한 것이 맞다. 예술은 서정적일 때도 있지만 현실에 맞서 글로써 저항하거나 싸울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철한 춘천시 효자1동장은 “작품에 정치색이 있다는 민원이 제기돼 철거했다. 민예총은 작품 30점을 제공했고, 작품 1점당 5만원을 지불하는 식으로 사용 승인을 얻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원상 복구는 하지 않을 계획이고, 시청 변호사 자문을 얻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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