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아니면 볼일 못 보는 이유?... '이것'때문
"하루 종일 참았어!" 하며 집에만 들어오면 화장실로 직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성인보다는 아이에서 이런 경우가 많은데, 집을 나서면 화장실에 가지 못하고 꾹꾹 참기 때문이다. 이런 증상을 두고 '공중화장실 공포증' 혹은 '수줍은 방광증후군'이라고 한다.
왜 밖에서는 화장실을 못 갈까?
'공중화장실 공포증(Shy bladder syndrome)'은 공용으로 사용하는 화장실에 거부감을 느끼고 사용하지 못하는 사회공포증의 일환이다. 주로 새 학기 때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 잠깐 생겼다가 사라지지만, 심한 경우 학창 시절은 물론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계속될 수 있다. 공중화장실 공포증 환자들은 화장실을 아예 가지 않는 것을 넘어 화장실 갈 일을 피하기 위해 밖에서는 식사나 물 마시는 것조차 조심하는 등 불안과 회피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공중화장실 공포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38%가 여행을 피하고, 25%는 운동이나 모임을 피하거나 제한하였고, 37%는 초대에 응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직업을 포기한 사람이 50.8%, 직업 선택에 제한을 느낀 사람도 55.6%에 이르렀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공중화장실 공포증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일종의 사회공포증…남성에서 더 많이 나타나
'공중화장실 공포증'은 타인이 있는 개방된 공간에서 볼일을 보는 것을 부담스러워해 긴장하여 발생한다. 신체가 긴장하면 교감신경이 항진되면서 소변이 잘 나오지 않게 되는데, 여럿이 모여 볼일 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쉽게 부담을 느끼면서 '공중화장실 공포증'이 나타난다. 미국인 중 약 7%(2,100만 명)가 공중화장실 공포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보다 남성이 주로 걸린다고 알려졌다.
공중화장실 사용의 두려움은 경미한 수준부터 중증까지 다양하며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남성은 소변기가 옆 사람의 것과 가까이 설치되어 있을 때 이 같은 공포증을 앓는 경우가 많으며, 여성은 어떤 유형의 화장실을 사용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할 때 공중화장실 공포증이 발생한다.
유년기에 겪었던 따돌림이나 엄격한 부모의 교육으로 공중화장실 공포증이 유발되는 경우도 있다. 배뇨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경험으로 인해 생기기도 하며, 화장실 밖에서 누군가가 자신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경우에도 이 같은 공포증이 유발된다. 공중화장실에 사람이 많이 있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으며, 적절한 칸막이가 없는 화장실에서 사생활 보장이 되지 않아 불안감을 느낄 때도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요즘에는 화장실 몰래카메라 범죄로 인한 불안감과 공포로 인해 이런 증상을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사람마다 각양각색의 이유로 공중화장실 공포증이 촉발된다.
방치하면 큰일… 화장실 불안 해소가 핵심
공중화장실 공포증은 정신건강의학과 공식 진단(DSM-IV)에서 사회공포증의 하위 유형에 속하며, 전문가들은 질병보단 증상으로 파악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질병이 아니라고 방치하면 곤란하다. 만약 소변을 참는 일이 반복되면 방광염에 걸릴 수 있고 대변을 계속 참으면 변비가 생기거나 항문소양증, 치질 등의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질환이 어릴 때부터 만성적으로 이어지면 성인이 되어서도 고치기 어렵다.
배변활동은 자연스러운 우리 신체 활동이기에 정확한 시간을 맞추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공중화장실 공포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입학 전 배변 훈련을 통해 정해진 시간에 배변이 가능하도록 하거나, 잠깐 참는 연습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화장실이 불안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도 중요한데, 가족과 함께 공중화장실에 동행하거나 친구와 함께 학교 화장실을 가는 등 친숙한 공간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심리학자나 전문 최면 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심리 치료 △인지 행동 요법 △점진적 노출요법 △이완요법 등을 시행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방법으로도 증상 호전이 어렵다면, 정확한 진단을 받고 항불안제 등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방법도 있다.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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