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말 안 듣네" 합격자 변경 지시한 교장…대법 "위력 행사 아냐"

기사내용 요약
원심, 벌금형의 유죄 선고…대법원, 파기환송
피고인, 입학 사정회의서 불합격 학생 합격 지시
재판부 "과도한 표현 사용, 충분한 위력은 아냐"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8.12.18.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대법원이 고등학교 입학 요건에 미달된 학생을 합격시키도록 지시한 교장이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은 것에 대해 원심 판결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장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6년 11월25일께 학생 면접위원 등과 신입생 입학 사정회의를 주재하던 중 불합격권이었던 한 학생을 합격시키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면접위원들에게 화를 내며 "참 선생님들이 말을 안 듣네. 중학교는 이 정도면 교장 선생님한테 권한을 줘서 끝내는데, 왜 그러는 거죠?", "고등학교 선생님들은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이야", "여학생 하나 붙여요. 남학생 다 떨어뜨리고" 등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면접위원들은 A씨 지시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 등을 받을 것이 염려돼 지시에 따르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발언에 다소 과도한 표현이 사용됐더라도 그것만으로 그 행위의 내용이나 수단이 사회통념상 허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거나 피해자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위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최종 합격자 결정 문제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형위원장인 피고인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을 비롯한 의원들은 모두 최초 총점에 구애받지 않고 사정회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최종 합격자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면접 점수가 조정될 수 있음을 양해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원심은 "위원장이더라도 면접위원들인 피해자들에게 이미 산정된 면접 점수를 변경하라고 요구할 권한은 없다"며 "신입생 면접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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