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놓고 ICBM 쏘는데… 안보리는 1년째 '빈손'

노민호 기자 2023. 4. 1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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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또 '미국 책임론' 등 주장하며 북한 도발 두둔 나서
작년 3월 북한 ICBM 도발 재개 이후 똑같은 상황 반복돼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 13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지도 하에 고체연료를 사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8형'을 발사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이 1년 넘게 계속되면서 역내 불안과 긴장을 키우고 있지만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은 여전히 요원한 모습이다. 북한의 최근 ICBM 발사 관련 대응 논의를 위해 17일(현지시간) 소집된 안보리 공개회의마저 '빈손'으로 끝나면서다.

북한이 지난 13일 첫 시험발사에 성공한 ICBM '화성-18형'은 액체연료 로켓엔진을 적용했던 기존 '15·17형'과 달리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한 신형 무기체계다.

북한은 작년 12월 ICBM용 고체연료 로켓엔진의 지상시험을 실시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이를 탑재한 미사일을 쏴 올리는 데 성공했다. 북한의 관련 기술 개발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단 얘기다.

그러나 이번 안보리 회의에서도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내용의 의장성명 채택 등 공동 대응은 결국 불발되고 말았다.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북한은 작년에서도 총 8발(개발시험 및 실패 사례 포함)의 ICBM 발사를 포함해 30여차례에 걸쳐 최소 70발의 탄도미사일을 쐈다. 올 들어선 이번 '화성-18형'까지 ICBM 3발 등 총 9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안보리는 북한의 이 같은 결의 위반에 대해 새로운 제재 결의 채택하거나 언론성명·의장성명 등을 통해 규탄할 수 있다.

그러나 안보리에서 새 결의를 채택하려면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는 동시에 중국·러시아를 포함한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어느 1곳도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 의장성명이나 언론성명도 안보리 이사국들의 전원 동의(콘센서스) 방식으로 채택되기에 이사국 중 어느 1곳이라도 반대 의사를 밝힌다면 성립되지 않는다.

중·러 양국은 이 같은 회의 방식을 이용해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작년 3월 이후 매번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 논의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앞서 2017년 11월 '화성-15형' ICBM 발사 뒤 4년 넘게 ICBM 발사를 중단하고 '핵·ICBM 시험 모라토리엄(유예)'를 선언하기도 했으나, 2018~19년 진행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결렬된 뒤엔 다시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장쥔 유엔주재 중국대사(오른쪽)가 17일 (현지시간)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AFP=뉴스1

북한이 2018년 4월 폭파 방식으로 '폐쇄'했다고 밝힌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또한 제7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을 정도로 재건된 상태다.

그러나 중·러 양국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미연합 군사훈련 등에 따른 '합리적 우려'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 책임론'과 '제재 무용론'까지 펴고 있다.

이번 안보리 공개회의에서도 장쥔(張軍) 주유엔 중국대사는 "미국이 한반도 인근에서 핵추진 항공모함과 B-52 폭격기 등을 동원해 군사훈련을 실시한 게 북한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대사도 "안보리가 이번 사건(북한 ICBM발사)에 대한 일방적인 해석을 요구받고 있다"며 미국·일본 등의 요청으로 이번 안보리 회의가 소집된 사실을 겨냥했다.

중·러 양국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북한의 도발을 두둔하는 건 궁극적으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게 국내외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중국은 현재 미국과 전 세계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다, 러시아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 무력침공을 개시한 이래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의 갈등이 한층 더 심화됐다.

북한이 ICBM 등 도발에 거리낌 없이 나설 수 있게 된 것도 중·러 양국이 확실한 '뒷배'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란 평가가 많다. 이런 가운데 유엔 회원국들 사이에선 중·러 등의 주장에 동조하는 기류도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준국 주유엔대표부 대사는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러의 논리가 유엔 회원국들에 상당히 퍼져 있는 상태"라며 "이런 잘못된 논리를 정정해주고 국제여론전에서 밀리지 말아야 한다. 여론전에서 밀리면 외교에서도 지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북한이 이달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마치겠다고 예고했다. 이 때문에 조만간 위성 발사로 가장한 ICBM의 정상 각도(30~35도) 시험발사를 시도할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7차 핵실험 역시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결단에 따라 언제든 쓸 수 있는 '도발 카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일각에선 "북한의 7차 핵실험만큼은 중국과 러시아도 반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핵실험도 묵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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