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한국도 핵잠수함 보유 나설 때다

2023. 4. 1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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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전쟁 지정학에서 한국은 최악
러 태평양함대 포세이돈 배치
北은 핵어뢰와 화성-18 위협
동해가 미국의 사활 걸린 바다
美 불신 탓 실패했던 핵잠수함
尹대통령 방미 때 담판 필요성

미국 등의 대리참전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전 세계에 미치면서, 민주주의 선진국은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란 정치학 가설이 무너졌다. 전쟁은 선진국이냐 민주주의냐가 아니라 오직 지정학적 위치에 좌우됨을 알게 됐다. ‘우리 옆에 누가 있는가’ 이게 전쟁을 결정짓는다. 우리 인접 북한·중국·러시아 모두 전쟁 불사 자세다.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는 세계 최악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4대 함대 중 핵무기를 주로 다루는 북방함대가 북극해에서 핵어뢰 ‘포세이돈’을 장착한 벨고로드 잠수함을 동원한 대규모 훈련에 들어갔다. 포세이돈은 수중에서 100Mt 위력의 핵탄두를 터트려 적 해안에 500m의 방사능 쓰나미를 일으키는 재앙적인 무기다. 현재 국방장관급 회담을 진행 중인 중·러는 지난 3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무제한 협력’의 세부 사항을 협의할 것이다. 이 시기에 맞춰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의 태평양함대가 최고 수준의 전투준비태세를 발령하고 대대적인 군사훈련에 들어갔다. 5월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견제하는 무력시위로 보이며, 미국 전쟁연구소는 이런 러시아의 군사훈련들을 중국에 대한 러시아의 매력 공세라고 평가했다.

북한도 포세이돈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핵무인잠수정 ‘해일’을 보여주며 미국 항모전단을 타격하겠다고 압박하더니 급기야 고체연료 장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18형’을 발사해 미국을 기습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완성 직전임을 과시했다.

동시다발로 도전받는 미국의 전력은 탈냉전 이후 크게 축소돼 전 세계를 동시에 커버하는 일이 힘겹다. 미국은 현재 총 50척의 공격핵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작전-정비-훈련의 3직제로 돌아가는 해군 함정의 특성상 미국이 현시점 동시에 작전 투입할 수 있는 잠수함은 17척에 불과한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를 견제할 북해, 지중해, 남중국해, 동중국해, 미국 동·서 연안 구역 등에서 작전할 잠수함이 부족해, ‘오커스(AUKUS)’를 창설하고 호주에 핵잠수함을 보유케 하여 남중국해의 대중국 견제 작전의 일부를 맡기려 했다. 그러나 호주는 2022년 좌파가 집권했고, 핵잠수함으로 대중국 작전은 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는 포세이돈을 블라디보스토크의 태평양함대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했고, 북한은 핵어뢰 ‘해일’을 만들었다. 이제 남중국해가 아니라 동해가 미국의 사활이 걸린 바다가 된 것이다.

한·미·일은 대잠훈련을 정례화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대잠훈련의 타깃은 포세이돈과 해일을 보유한 동해의 러·북 해군, 서해와 동중국해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중국 해군이다. 이제 편이 분명해졌다. 이 부분에 대한 정쟁도 크게 없다. 국민도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의 위험성을 알고 한·미·일 군사 협력에 대한 이해가 됐다는 증거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더는 경제논리를 들며 주변 눈치를 봐선 안 된다.

정부는 한미동맹 70주년을 즈음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역사적 모멘텀으로 만들어내는 기회로 발전시켜야 한다. 미국은 마하 17의 속도로 적진을 타격하는 사거리 2700㎞의 극초음속미사일 ‘다크이글’을 만들었다. 이를 태평양지역에 3군데 배치하겠다고 했는데, 가장 효과적인 곳은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주한미군기지다. 이 다크이글의 배치를 허용해 주는 대가로 한국이 핵잠수함을 보유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그러면서 동해는 한국 해군 핵잠수함이 확실하게 전담하겠다고 제안한다면 미국으로서도 가뭄의 단비가 될 것이다. 호주의 예로 봤을 때 정권 교체에 따른 신뢰의 문제가 있겠지만, 제도적 보완 장치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에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 문재인 정부의 핵잠수함 보유 공약을 윤석열 정부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모든 주변 정세가, 미국이 한국의 군사력을 크게 필요하도록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후손들의 국사 교과서에 ‘동맹 70주년을 기념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잠수함 보유를 이끌어 내어 이미 경제 강국이 된 대한민국이 군사 강국으로도 인정받아 국제 외교 무대의 최상위에 우뚝 서게 됐다’고 기술된다면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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