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정치에 오염된 진실의 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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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개정안)'을 다시금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민주당의 주도로 추진된 개정안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도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개정안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민주당의 주장은 매우 단순화돼 있다.
민주당은 이를 이용해 개정안 분석 보고서를 전문가의 영역이 아닌 정치적 논쟁의 영역에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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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개정안)’을 다시금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부결이었다. 민주당의 주도로 추진된 개정안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도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는 엄청난 비용을 떠안게 됐다. 가장 큰 비용은 진실의 권위를 인정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개정안을 거부한 정부가 ‘잘못된 근거’를 제시했다고 맹공했다. 정부의 근거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의 보고서가 국회의장의 중재로 수정된 개정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해 10월 농경연의 1차 분석 보고서를 개선한 12월 재분석 보고서에 대해서도 ‘잘못된 전제’ ‘사실 왜곡’이라며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여기에 시민단체까지 농경연의 보고서가 ‘의도적으로 조작됐다’고 거들었다.
개정안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민주당의 주장은 매우 단순화돼 있다. 농경연이 개정안을 분석하는 데 사용한 농업부문 시뮬레이션 모형인 ‘KASMO’는 2007년 농경연이 미국 식품농업정책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해 매년 업데이트되는 계량경제학적 모형이다. 하지만 그 수학적 복잡성으로 인해 일반인들이 모형을 이해하긴 쉽지 않다. 업데이트 보고서도 120쪽에 달한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는 이 모형을 이용한 농경연 연구자가 수치를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도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섰지만, 국민의 머릿속엔 복잡한 설명보다는 단순한 의혹 제기가 더 잘 기억된다. 이 모형에 정통한 교수도 야권의 주장에 대해 “시민단체가 제시한 자료는 단순한 추세분석이다. 정책 분석에서 추세분석은 사용하는 곳이 없고, 분석 과정에서 개정안과 같은 정책 변화를 반영하지 않았다”며 “시민단체가 그들의 자료에 적시한 쌀 생산량, 재배면적, 생산량 추세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이는 정치 논쟁의 장에서 또 다른 하나의 주장에 불과했다. 그 결과, 한국갤럽의 개정안에 대한 국민 찬반 여론조사에서 ‘쌀값 안정과 농가소득 보장을 위해 개정안에 찬성’하는 응답자가 60%에 달했다. 여론조사의 질문마저도 ‘개정안=쌀값 안정’이라고 적시했다.
사실 국민은 혼란스럽다. 개정안이 진정으로 쌀값 안정에 기여할지, 예산 낭비가 아닐지에 대해서 궁금한데 국책기관 보고서마저도 믿기 어렵게 됐다. KASMO 모형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전망이 전문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논쟁의 장에서는 모든 사실이 간단명료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학문의 영역에서 단순화는 ‘사실 왜곡’이란 오류를 범하기 쉽다. 민주당은 이를 이용해 개정안 분석 보고서를 전문가의 영역이 아닌 정치적 논쟁의 영역에 끌어들였다. 분석 보고서의 오류가 명확하다면 그것을 입증할 모형 전문가를 내세우는 게 바람직하다. 국회에 연구자를 세워놓고 다그치는 방식으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 학술적 진실이 정치의 진흙탕 속에서 권위를 잃는다면 앞으로 국민은 무엇을 근거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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