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 더 나이트 "가성비 GOOD, 피지컬 테스트 게임"
'도트풍 소울라이크' 뭔가 익숙하지 않은 조합이다. 수많은 도트 그래픽 게임을 즐겨왔지만 소울라이크 수준으로 어려운 게임은 없었다. 마침 한글 버전이 출시되어 곧바로 도전했다. 문라이트게임즈 공포 액션 RPG '헌트 더 나이트'다.
헌트 더 나이트는 '사냥꾼'에 소속된 주인공 베스퍼로 플레이하며 폐허와 공포로 가득한 방대한 세계인 메드람을 탐험하는 스토리를 담은 인디 게임이다. 처음 실행하자마자 그래픽, 연출, 사운드가 꽤 훌륭해 놀랐다.
게임 난도에 더 놀랐다. 문라이트게임즈는 게임 소개에서도 어려운 난도를 강조했다. 실제로 정말 어렵다. 1막부터 도트풍 소울라이크라고 부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다만 여타 잘 만든 소울라이크처럼 맛있는 어려움은 아니다.
기자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를 마음 속으로 수없이 외치게 만들었다. 마챕터를 성공할 때마다 성취감, 만족감보단 스트레스 요인이 하나 줄었다는 안도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키보드, 마우스 조작 시 커서가 사라지는 버그와 편의성 문제 등은 시급히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중간마다 한글 번역이 되지 않은 부분은 스토리 감상 몰입감을 저하시켰다.
물론 2만1500원이라는 가격을 감안하면 괜찮은 퀄리티다. 불편해도 가격을 보면 "그럴 수 있지"라며 넘어갈 수 있다. 개인적으로 독특한 재미를 가진 도트 게임을 찾거나 극한의 피지컬을 요구해 자신의 게임 실력을 증명하길 원한다면 과감하게 도전할 것을 추천하는 게임이다.
장르 : 공포, 액션 RPG
출시일 : 4월 13일
개발사 : 문라이트게임즈
플랫폼 : PC(스팀, 스토브인디)
■ 그래픽, 아트 "다크 판타지 분위기를 잘 살렸다"
이 게임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분위기와 사운드다. 다크 판타지, 디스토피아 세계관에 걸맞게 잘 표현했다. 백그라운드에 널부러져 있는 시체들이 암울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도트 그래픽은 최근 대형 게임사가 내세우는 미세 도트가 아닌 고전 게임에서 흔히 사용한 복고풍 도트다.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귀엽다. 한동안 이런 그래픽을 만나보지 못한 탓일까 되게 반가웠다.
지형지물, 캐릭터, 보스 몬스터, 아군 NPC는 자꾸 관찰하게 만들 정도로 정교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색상만 변하는 의상, 일반 몬스터, 스킬 이펙트는 앞선 요소들에 비해 아쉽다.
아트 또한 훌륭하다. 색감 자체도 적절하게 잘 배치했고 캐릭터도 호불호가 나뉘지 않는 디자인으로 설계했다. 특히 도트 연출이 일품이다. 게임을 진행하면 컷신을 자주 볼 수 있다. 연출을 직관적이면서 기괴하게 설계해 표현의 한계가 명확한 도트 그래픽 단점을 최대한 줄였다.개발팀이 많은 고민을 거듭하며 개발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참고로 점프 스케어가 존재한다. 공포 게임을 좋아하지 않은 지인이 옆에서 구경하다가 깜짝 놀랐다며 도망갔다. 물론 도트 그래픽이니까 시각적 공포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후술할 사운드가 공포감 유발 요인이다. 결론적으로 다크 판타지, 도트 그래픽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만족할 만한 퀄리티다.
■ 사운드 "꼭 헤드셋으로 즐길 것"
도트 그래픽과 함께 마음에 들었던 요소다. 개발팀은 게임 시작 전 헤드셋 착용을 권장했다. 어떤 차이일까 궁금해서 스피커와 헤드셋으로 각각 소리를 들어봤다.
기자는 '레이저 바라쿠다X' 헤드셋을 사용했다. 확실히 헤드셋을 착용하니까 몰입감이 더 살아났다. 물론 스피커는 헤드셋에 비해 좋지 않아서 발생한 차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운드를 귀로 집중시켜주는 헤드셋이 도트 그래픽으로 제한된 입체감을 살려준 것은 확실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게임의 어두운 분위기는 시각보다 청각 비중이 더 높다. 눈을 감고 소리만 감상하면 음산하고 소름 끼치는 주변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스피커로 즐기면 놓칠 수 있다. 사소한 사움드에 집중하면 어두운 분위기를 더 깊게 만끽할 수 있다.
연출 장면에서 시체를 뜯어먹는 소리, 사람들의 비명 소리, 괴물이 으르렁 거리는 소리, 천둥 소리도 적절하게 배치됐다. 이런 요소들은 자칫 잘못 배치하면 몰입감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는데 거슬리는 사운드를 딱히 찾아내지 못했다.
■ 전투 "재미를 느끼기엔 아쉬움이 크다"
전투는 '재밌다'와 '재미없다"의 사이 그 어딘가다. 개인 취향 영역이지만 조작감이 매우 조잡했다. 기자는 키보드, 마우스로만 즐겼다. 게임 패드로 즐기면 조작감이 괜찮다는 평가가 많다.
키보드, 마우스 기준으로 설명하면 W, S, A, D 키로 이동하고 마우스로 클릭해 공격하는 방식이다. 이때 캐릭터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공격하는 것이 아닌 마우스 클릭 지점을 바라보며 공격한다.
초반부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또한 PC 문제인지 모르겠으나 마우스 포인트가 계속 사라진다. 총을 조준하면 다시 나타나는 데 상당히 불편했다. 총을 사용할 때만 쾌적하다.
수류탄도 문제다. 근접 공격은 마우스 커서 방향으로 가하는 반면 수류탄은 캐릭터 시선 방향으로 던진다. 안 그래도 적의 공격이 빠르고 피격 시 경직 효과도 부여되지 않아 이동에 집중해야 하는 데 조작 매커니즘이 다르니까 자동적으로 짜증이 밀려왔다. 게다가 수류탄 단축키가 'T'다. W, S, A, D로 움직이면서 T를 동시에 누르려니 오히려 방해가 되어 수류탄을 사용하지 않게 됐다.
다음 문제는 전반적인 전투 난도다. 도트 그래픽 소울라이크니까 어려운 난도는 예상했다. 하지만 소울라이크 난도와 사뭇 다르다. 쉽게 묘사하면 불합리하게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이 적을 공격했을 때 경직 효과가 거의 없으니까 타격 과정에서 전혀 이득을 가져올 수 없다. 2D 도트 환경에선 대응 방안도 많지 않아 답답했다.
게다가 적의 공격 패턴 쿨타임이 매우 짧다. 첫 번째 보스인 늑대를 예로 들면 돌진, 물어뜯기, 장판, 회전 치기 4개가 기본 패턴이다. 명확한 주기도 없이 무작위로 스킬을 난무한다. 회전 치기만 5번 연속 사용한 적도 있다.
"피지컬 문제야"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캐릭터 공격속도, 이동속도와 적의 쿨타임을 비교하면 단순 피지컬 문제라고 말하기 힘들다. 혹시나 궁금해 오버워치2 마스터 등급, 로스트아크 헬, 시련 난도 콘텐츠를 즐기는 지인에게도 시켜봤지만 동일한 반응이었다. 패턴이 어려워서 성공 시 성취감을 느끼는 난도가 아니라 단순히 불쾌함을 극대화시켜 난도를 끌어올린 것이라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웠다.
또한 적의 공격을 맞으면 HP가 정말 많이 소모된다. 근접 공격을 가하는 적이 달려들 때 원거리 공격을 가하는 적도 보통 동시에 등장한다. 회피 스킬을 매우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투사체를 보면서 회피하는 것에 집중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사냥 실패' 문구를 보게 될 것이다.
초반부에는 타격감과 손맛이 느껴지진 않는다. 도트 게임이라도 손맛이 느껴지는 게임은 여럿 있다. 혹시나 무기 종류 문제일 수 있다고 생각해 다양한 무기를 교체하며 사용했다. 공격속도와 거리적 차이만 있을 뿐 손맛에서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다행히 이는 후반부에서 해소됐다.
■ 아이템 "샷건과 래서레이터 추천"
근접 무기는 직검, 대검, 단검, 창, 래서레이터 등이 있으며 원거리 무기는 기본 총, 샷건, 석궁 3종으로 구분되어 있다. 원거리 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적을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다.
기자는 래서레이터와 샷건을 추천한다. 원거리 무기 중 석궁은 거의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성능이 좋지 않았다. 나머지 2종의 성능은 무난했지만 탄환을 공유하기 때문에 대미지가 강력한 샷건을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근접 무기의 경우 특징이 뚜렷하지 않다. 창은 공격 거리가 미세하게 길고 직검은 공격 속도가 빠르다는 정도다. 덕분에 취향에 따라 골라도 무방하다. 공격 거리보다 공격 속도에 신경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래서레이터가 유용했다.
각 무기는 소울로 구매하거나 강화할 수 있다. 무기 강화는 이 게임의 유일한 성장 수단이다. 어려운 난도를 그나마 효율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장비 강화를 착실하게 해야 한다.
■ 퍼즐 "길 찾기가 너무 어려워"
퍼즐은 어렵지 않다. 단서를 찾지 않고 추측해서 해결하는 플레이도 가능하다. 2스테이지까진 귀찮아서 단서를 찾지 않고 대충 퍼즐을 풀었다. 이후 퍼즐은 단서를 찾으면서 진행했는데 진행 시간이 꽤 오래 걸릴 정도로 과정을 복잡하게 설계했다. 간혹 예측으로 풀 수 있는 퍼즐이 나오는데 해당 퍼즐들은 단서 없이 해결하는 것을 추천한다.
길 찾기는 정말 어렵다. 늑대를 잡기 전까진 루트가 직관적이라 길 찾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늑대를 잡은 이후에는 갈수록 길이 복잡하고 입장해야 하는 방도 많아진다. 길을 찾느라 몰입감이 떨어질 때도 있다.
아이템을 찾는 것도 곤혹이다. 개발팀이 변태라 느껴질 정도로 아이템을 정말 구석구석 숨겨놨다. 심지어 숨겨진 방도 있다. 아이템을 찾다가 오히려 길을 잃는 경우도 발생한다. 겨우 몬스터를 처치하며 상자를 열었는데 아무 것도 없거나 무의미한 아이템일 땐 화가 났다.
참고로 지도 시스템을 제공하지 않기에 길 찾기는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길을 수월하게 찾고 싶다면 NPC들의 대화를 잘 읽는 것을 추천한다. NPC들은 어떻게 진행하면 되는지 알려준다. 물론 가독성이 좋지 않다.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나 한국어 더빙이 있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계속 들었다.
■ 총평 "가격 대비 나쁘지 않은 게임이야"
헌트 더 나이트 가격은 2만1500원이다. 전투, 조작감은 아쉽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구매할 만한 게임이다. 게다가 호불호가 크게 나뉘는 구성이라 취향에 맞는다면 정말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유저들의 평가를 보면 반응이 극과 극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EASY, NORMAL, HARD 등 난도 조절 기능이 추가되고 무기 밸런스 조정 및 일부 편의성 패치가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게임으로 거듭날 것이다.
만약 구매가 망설여진다면 초반 늑대, 까마귀 보스까지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만약 해당 보스에서 막히거나 짜증이 난다면 구매하지 말아야 한다. 이후 난도는 초반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재미보다 스트레스만 쌓여가는 자신을 보게 될 수 있다.
억지로 통과할 수도 없다. 이 게임은 보상과 성장 방식에서의 진입장벽이 높은 게임이다. 엘든 링,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 등 최근 등장한 소울라이크 게임들은 접근성과 진입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레벨이나 장비를 상향할 경우 난도가 크게 줄어드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 게임은 후반부까지 진행하면서 캐릭터가 강해졌다고 느껴본 적이 거의 없다. 아이템을 강화하고 체력을 상승시켜도 적의 공격이 너무 강하니까 큰 의미가 없다. 반복 작업으로 캐릭터를 성장시켜도 피지컬이 부족하면 공략할 수 없다.
1. 고퀄리티 도트 그래픽 및 사운드, 매력적인 디스토피아 분위기
2. 가격 대비 풍성한 콘텐츠 볼륨
3. 자신의 게임 실력을 시험할 수 있는 난도
1. 불편한 조작감 및 편의성, 잦은 버그 현상
2. 어려운 난도로 인한 진입장벽
3. 몰입감을 저하시키는 길 찾기 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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