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로봇 가격전쟁… 두산, 20% 인하에 레인보우도 가세
‘1000만원대’ 제품 등장 기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추진중인 두산로보틱스가 주력제품인 협동로봇(키워드 참조)의 새 제품군을 출시하며 가격경쟁에 불을 붙였다. 삼성전자가 투자한 레인보우로보틱스도 핵심 부품 내재화를 통한 낮은 원가율을 자신하고 있어, 협동로봇 시장의 가격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18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기존에 보유한 협동로봇 제품군(M, A, H시리즈) 외에 식음료 사업장 전용인 E시리즈를 새로 출시했다. 첫 번째로 공개된 제품 E0509는 로봇이 들 수 있는 최대 중량(가반하중, Payload)이 5㎏이고 작업반경은 900㎜다.
이는 합리적인 가격과 적절한 스펙으로 식음료 업계에서 많이 쓰는 두산 A시리즈 A0509와 같은 스펙이다. A0509는 일부 온라인 대리점에서 기본 사양이 2000만원대로 소개되고 있으며, 커피·튀김 등을 만들 때 쓸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새 제품은 기존 제품에 비해 모든 연결 축 간의 틈새를 밀봉했고, 쉽게 세척할 수 있고 오염이 잘 되지 않는 성분의 도료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A0509에서 식음료 사업장에 맞지 않는 과도한 스펙을 빼고, 연산 2200대에 이르는 대량생산 능력을 활용해 E0509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새 제품군이 A0509 대비 20~30% 저렴해지면서, 1000만원대 가격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산로보틱스의 새 제품군 출시 및 공격적인 가격정책은 ‘연내 상장’이라는 두산 그룹의 목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매출·이익 전망을 보여줘야 높은 몸값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 450억원, 영업손실 121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설립 후 매출은 안정적으로 성장했지만 지금까지 이익을 낸 적이 없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경기침체로 주요 수요처인 제조업 분야 신규 투자까지 위축됐다. 높은 정밀도의 M시리즈, 고중량 가반하중의 H시리즈 등 주요 협동로봇 라인업이 직접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산은 식음료 부문을 돌파구로 삼았다. 식음료 분야는 인건비 상승과 인구 감소로 로봇 수요가 늘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가반하중이나 정밀도 등은 낮아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군을 선호한다. 두산로보틱스가 높은 정밀도의 M시리즈, 고중량 가반하중의 H시리즈 등이 아닌 ‘가성비’의 A시리즈 중 일부 제품을 E시리즈로 특화한 이유다.
두산은 국내 거의 모든 요식업계에 협동로봇을 보급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맞춤형 솔루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두산은 협동로봇 응용 분야가 기존의 커피, 아이스크림, 튀김 등에서 베이커리, 패스트푸드, 바비큐 요리 등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도 올해 협동로봇을 승부처로 삼았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족(足)보행로봇·4족보행로봇·서빙로봇 등 다른 로봇 제품군도 갖추고 있지만, 확실한 매출·이익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은 협동로봇 RB시리즈다. 미국에서 현지 대리점을 선정하는 등 미국·유럽 시장에서 협동로봇 점유율 확대를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도 가격 경쟁은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구동기, 엔코더, 브레이크, 제어기 등 주요 부품을 확보해 원가율을 50% 이하로 낮췄다는 이유다.
☞ 협동로봇이란
범용성이 높은 로봇 팔 제품으로, 안전 울타리 없이 작업자 곁에서 함께 일할 수 있다. 기존 산업용 로봇에 비해 곡면이 많고 속도 및 출력, 작업반경 등을 조절해 안전성을 높였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은 안전 펜스를 설치해 작업자와 로봇이 분리된 상태에서 작동해야 했다. 인건비가 비싼 북미,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로봇 팔 끝에 다는 부품인 ‘엔드 이펙트’를 바꿔 달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로봇 팔이 들 수 있는 최대 중량, 로봇 팔의 길이, 작업 정밀도를 결정하는 토크 센서 등으로 제품 사양이 나뉜다. 덴마크 유니버설로봇이 2009년 최초의 협동로봇을 선보였다. 점유율 기준 글로벌 1위는 유니버설로봇, 국내 1위는 두산로보틱스다. 한화 모멘텀부문, HD현대 HD현대로보틱스도 협동로봇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도 레인보우로보틱스에 투자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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